아프리카돼지열병 방어, 한돈 방역 SWOT 분석
임진우 2018-10-22 18:36:57

신현덕
신베트 동물병원 원장

 

구제역, PRRS, 써코, PED 때문에 한 동안 고생했는데 더욱 강력한 놈이 나타났다.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바로 그 놈이다. 이 돼지전염병이 처음 관찰된 것은 아프리카에서 100여년 전에 일이다. 아프리카지역의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것이 20세기 중반 포르투갈, 스페인에서 잠시 겁을 주었다. 1980년대 중반에는 벨기에, 네덜란드에서도 발생했었지만 곧 박멸되었다. 우리나라 수의과학검역원도 이 당시부터 ASF를 언젠가는 침입해올 해외악성전염병으로 규정하고 주시해왔다. 필자도 1984년도부터 돼지 생산 현장에 근무하면서 가검물을 들고 병성감정을 위해 검역원을 드나들었는데 그 때 ASF소식을 처음 접할 계기가 되었다. 그 후 30년 넘는 세월이 흘렀다.
한 동안 조용하던 ASF가 2007년도에 유라시아 지역에 있는 조지아 공화국에 전파되면서 10년 넘게 주변국으로 지속적으로 전파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이미 중국에서의 발생을 예견하고 있었다. 세계 돼지의 반 수 이상을 키우고, 돈육을 소비하는 중국이기 때문에 염려도 컸던게 사실이다. 백야드 농장 비율이 여전히 높다. 그들은 잔반을 급여하고, 멧돼지 접촉기회가 많으며, 방역의식도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 세계 여행기회가 많아지면서 동유럽의 ASF 발생국 방문과 오염돈육 제품을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 중국에 ASF가 발생했다. 이제는 먼 산의 불이 아니고 바람 앞의 등불이다. 그래서 한돈농가들의 걱정이 많다. 예방백신도 없고 치료제도 없다. 이 병에 걸리면 거의 폐사한다. 살처분이 유일한 방법인데 병원체를 완벽하게 사멸시키기 어려워 발생지역은 상재화 된다.
그래서 살처분을 하려면 소각과정이 필수적인데 이에 따르는 민원을 감당하기 어렵다.
발생농장의 재입식에 필요한 소요기간도 불명확하다.
주위에서 양돈사업을 접으라고 압력을 가해올지도 모른다. 온통 한돈농가를 겁박하고 있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걱정을 넘어 공포심이 확대되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돈열(Classical Swine Fever, CSF)과 이름도, 증상도 비슷하다.
바이러스에 걸려 고열과 전신 장기 출혈이 일어난다. 돈열은 예방백신이 훌륭하지만 ASF는 중화항체 생산이 되지 않아 백신을 못 만든다는 차이가 있다. 걱정과 공포가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반만년 수없이 많은 외침에 대항하여 살아남은 지혜라는 유전자가 우리에게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않다했다(知彼知己 百戰不殆). 동유럽 및 유라시아 일부국가들의 성(城)이 무너졌다. 멧돼지, 잔반 급여 농가가 발병의 시발이 되면서 확산되지만 속도는 느린 모양새이다. 그러나 중국은 다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면서 상대적으로 저가인 미국산 돈육수입을 중단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러시아산 돈육을 대량수입하여 공급하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거의 동시에 ASF가 전파되었다는 주장이 들끓고 있다.
중국당국이 러시아산 수입돈육이 주로 풀린 12개 지역을 위험지역으로 분류하고 집중 관리한다는 이유를 근거로 든다. 동유럽지역에서 10년 넘게 걸린 전파 추세 속도가 중국에서는 3주밖에 안 걸린 이유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오죽 만연해있으면 한국행 여행객의 돈육제품 속에서 바이러스유전자가 검출되었겠는가. 중국 정부는 그저 입단속만 하고 묵
묵부답이다.
ASF는 후진국형 전염병이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 ASF가 발생한 나라의 대부분이 그렇다. 양돈선진국이라면 발생했더라도 조기박멸이 가능했다. 후진국에서는 상재화 과정을 밟았다. 대한민국에서 ASF가 발생한다면 누군가 이를 빌미로 한돈산업에 대한 전방위 공격을 해댈 것이다.
환경을 오염시킨다, 동물을 학대한다, 동물복지의 사각지대 등등을 운운하면서 한돈산업의 입지를 위축시키려고 할 것이 자명하다.
ASF는 무서운 전염병이지만 우리로서는 통제가 능하다고 본다. 구제역으로 20년 가까이 실전훈련을 해왔다. 중국과는 구조적으로 다르다. 대한민국은 ASF를 방어할 수 있는 강점이 많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아야 한다. 우리의 강점, 약점, 위협 및 기회 요인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지피지기가 된다. 약점을 보강하고, 위협요인을 제거하면 ASF 바이러스 공격으로부터 한돈산업을 지켜낼 수 있다. 안시성 전투에 비하면 쉬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그림1. 러시아는 ASF를 겪으며 차단방역 강화

 

그림2. 농장 주위 휀스 설치는 기본, 새 한 마리도 돈사내 침입 불가

 

첫째, 한돈 방역에는 강점이 많다.
정부 방역정책이 극명하다. 긴급행동요령(SOP)이 명확하다. 공항 및 항만 등 국경방역 수준은 세계적이다. 양돈산업 관련 사람과 차량 통제가 가능하다.
수의과학검역원, 지자체별 동물시험소,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등 방역조직이 잘 구성되어있다. 양돈전문 수의사들 수준도 높다. 농가 방역의식 교육이 잘되어 있다. 백야드 농장이 거의 없다. 잔반 급여 농장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다행이도 ASF바이러스가 숙주인 물렁진드기가 상재하지 않는다. 육로를 통해 생돈 및 돈육제품 차량이 진입할 수 없다. 발병국 여행객에 대한 돈육제품 반입제한 홍보도 잘 이루어진다. 북한에는 멧돼지 수가 많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여기에 포함된다.

 

둘째, 한돈 방역의 약점과 위협요인을 묶어서 파악해 보자.
세계 최대 돼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중국과 인접해 있다. 중국과 왕래하는 사람도 많고 수입물량도 많다. 우리나라는 전국적으로 돼지 사육밀도가 높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에도 돼지가 많다. 제주, 김해, 인천 등 비행기와 배가 오가는 곳 주위로도 양돈장이 많다.

 

그림3. 백야드 농장과 잔반급여 농장이 많은 중국은 발생 후 급격한 구조조정 과정 예상

 

그림4. 백신도, 치료제도 없어 살처분 해야함. 바이러스 생존력 때문에 소각과정 필요. 소각과 살처분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저항 발생

 

양돈장에 근무하는 중국인 근로자가 많다. 중국인 근로자 가족들 방문도 있고, 보내고 받는 우편물도 많다. 중국인 근로자의 상당수는 중국에서 백야드 돼지가 많은 시골 마을 출신들이다. 백야드 돼지는 잔반을 먹는 비율이 높고, 멧돼지 접촉기회도 높으며, 농가들 방역의식도 낮아 발병 위험성이 높다.
중국은 발생농장에 대한 보상체계가 미진하다. 자가 도축하여 환돈을 식용으로 사용할 여지도 있다. 중국 정부는 각종 미디어를 통해 ASF 바이러스에 오염된 돼지고기를 먹어도 안전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붓뚜껑 속에 병걸린 돼지고기를 넣어오는 바이오테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농장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 방역교육과 점검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에도 멧돼지 수가 많다. 멧돼지도 돼지와 똑같이 감염되고, 증상을 보이다가 죽는다.
멧돼지가 감염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그들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멧돼지 수를 줄이고, 출현시 신고하고, 방어 펜스 설치가 시급하다. ASF로 죽은 멧돼지에 접촉한 날짐승이 돈사내로 날라오면 전파가 가능하니 방조망(防鳥網) 설치도 필요하다.

 

셋째, ASF 방역은 국격과 한돈 브랜드가치를 높일 기회요인이다.
벨기에, 헝가리 사례에서 보듯 소수의 멧돼지에서라도 감염 확인이 되면 돈육수출은 불가능해진다.
발병국의 사회경제적 손실은 엄청나다. 돈육수출국이었다면 타격은 막대하다.
동유럽 바랭국가와 인접한 주요 양돈선진국들은 온전 비상상태에 처해있다. 육로가 열려있고, 멧돼지수가 많으며, 사람과 차량통행이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ASF바이러스가 죽지않는 온도와 산도에서 제조되고 판매되는 돈육제품이 많은 것도 문제가 된다.
한국의 양돈생산성 수준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국경 방역 수준은 대단히 높다고 평가할 수 있다.
ASF방어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아직 ASF 바이러스 청정국이다.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국경방역에 성공한다면 생산농장은 돈가로 보상받고, 한돈 브랜드 파워는 더욱 커져 소비자들의 선택이 증가할 것이다. 국경방역은 나라에서 한층 강화해줄 것이다. 그 곳에 빈틈이 있다면 한돈농가들의 지혜로운 방역활동이 메꿔줄 것이다. 양돈전문 수의사를 잘 활용해야 한다. 끊임없이 농가와 근로자들을 교육하고 농가별 예찰활동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ASF방역은 장기전이다. 장기전에는 지칠줄 모르는 끈기가 요구되고 대대적인 정부지원도 필요하다.

 

 

 

<월간 피그 2018년 10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
가장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