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 동물복지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
임진우 2018-10-22 18:18:05

윤진현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수의과대학 동물복지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1. 모돈 분만사 환경
현대 양돈업에서 가장 널리 이용되는 분만사 구조는 분만틀 (farrowing crate)이다. 분만틀은 사육공간을 줄여서 생산비와 노동력을 절감하기 위한 목적으로 1960년대 영국에서 최초로 개발 되었다. 보다 최근에는 모돈의 체형이 커지고 모돈당 평균 산자수가 증가함에 따라 분만틀이 포유자돈 압사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인 것이 또 하나의 큰 이점이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분만틀 안에서 모돈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일어서기, 앉기, 옆으로 혹은 엎드려 눕기가 전부이다. 따라서 모돈의 본능적인 행동, 특히 분만 전 둥지 짓기 (nest-building) 행동이나 자돈과의 교감행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따라서 모돈의 복지를 위태롭게 해 왔다. 이에 따라 일부 EU 회원국들에서는 모돈의 분만틀 사육이 금지되었고, 개방형 분만사 혹은 자유 분만사(loose-housed or free farrowing systems) 형태로 대체되고 있다(그림 1).


 

개방형 분만사 혹은 자유 분만사는 모돈의 분만 전 둥지 짓기 행동이나 자돈과의 교감행동 같은 본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서 모돈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복지를 향상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단지 공간만을 넓혀 주는 것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유 분만사는 모돈과 포유자돈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라서 이들 모두에게 최적온도(포유 모돈 22~25 ℃, 포유 자돈 30~35 ℃)를 맞춰 주어야 하는데, 따라서 보온 상자와 같은 공간이 함께 제공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자유 분만사에서 모돈은 분만전 둥지 짓기 행동을 할 수 있는 더 넓은 공간이 있지만, 모돈의 이러한 행동은 둥지 짓기를 위한 재료를 함께 제공해 주었을 때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 모돈당 평균 산자수 증가에 따른 문제점
현대 양돈업에서 모돈당 평균 산자수는 지난 수년간 유럽을 비롯해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런데 이런 hyper-prolific(고 다산성) 모돈은 모돈이 정상적으로 분만하고 포유할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부담을 떠안게 되면서, 실제로 분만과 포유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모돈의 분만시간이 약 2.5시간 늘어났다. 보통 모돈이 평균 4시간 정도
분만한다고 하면 고 다산성 모돈은 6~7시간 동안 분만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분만이 지연되면서 자궁내에서 질식으로 인한 사산돈 출산율이 증가하였고, 살아서 태어나더라도 활력이 떨어져 조기에 폐사되는 경우가 증가하였다. 둘째, 정상적으로 태어난 자돈들은 체중이 적고, 자돈들 간의 체중 차이가 크다.
이것은 산자수는 늘어났지만 자궁의 능력은 한계가있고, 따라서 태아들이 자궁 내에서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채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게 태어난 자돈들은 다른 자돈들과의 초유 섭취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데, 결국 영양부족으로 인한 폐사 혹은 활력저하로 인한 압사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림 2는 모돈당 평균 산자수와 자돈 폐사와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덴마크는 모돈당 평균 산자수를 늘리기 위해 번식, 육종, 영양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평균 산자수는 1996년 11두를 보이던 것이 꾸준히 증가하여 2011년에는 17두를 기록하였다. 이때, 산자수 증가와 함께 포유자돈 폐사율도 약 16%에서 24%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15년간 평균 산자수와 포유자돈 폐사율이 일정하게 유지된 영국의 경우와 대조를 보인다. 이러한 고 다산성모돈의 평균 산자수와 포유 자돈 폐사율 정비례 관계는 자돈 압사 위험이 높은 자유 분만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림 3은 헬싱키대학교 연구팀에서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자유 분만사와 관련된 연구에서 일부 발췌한 데이터이다. 다섯 개 그룹의 모돈들은 자유 분만사에서 분만하고 포유하였다. 세 개 그룹에서 모돈당 생시 산자수(live-born)가 15두 이상이었고 두 개 그룹은 생시 산자수가 약 13두를 보였다. 그런데 이유두수를 보면 약 12두로 그룹간 차이가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생시 산자수가 높을수록 포유자돈 폐사율도 증가했기 때문에 총 이유 두수는 변화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3. 분만사 환경이 분만 및 포유 성적에 미치는영향
모돈은 분만할 때가 되면 본능적으로 둥지를 짓고 그 안에서 분만하고 포유를 한다. 야생에서는 이러한 본능이 생시 자돈들을 추위와 천적으로부터 보호한다고 알려져 왔다. 현대 양돈업에서는 분만사 온도조절이 가능하고, 천적으로부터 위협도 없기 때문에 모돈의 이러한 본능적인 행동이 퇴화되었을 것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둥지의 필요성이나 둥지를 지을 수 있는 환경 등과는 관계없는 모돈의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림 4에서 보듯이 분만틀에 갇힌 모돈은 실제로 둥지를 짓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분만 전에 둥지 짓기 행동을 하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본능적인 행동에 제약을 받으면 분만과 포유 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첫째, 비좁은 공간에서 이러한 행동을 시도하면서 어깨 궤양이나 다리 절음과 같은 신체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둘 째, 본능적인 행동의 제약은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고 결국 내분비계에도 영향을 끼쳐 분만 및 포유 능력을 떨어뜨린다. 셋째, 정상적인 둥지 짓기 행동은 보통 분만 6시간 전에 가장 활발히 보이고, 분만 2시간 전부터는 멈추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분만 전에 정상적인 둥지짓기 행동에 제약을 받은 모돈들은 분만이 시작한 후에도 이러한 행동을 계속하는데, 결국 분만 중 자세 바꿈이나 일어서고 앉는 행동을 빈번하게 하면서 앞에 태어난 자돈들을 압사 위험으로 내몰게 된다.
그렇다면 모돈의 본능적인 행동을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은 분만과 포유 과정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일단 그림 4에서 보듯이 모돈은 공간과 재료가 제공된 환경에서 분만전 둥지짓기 행동을 더 많이 한다. 앞서 우리 연구결과를 토대로 보면, 분만 전 둥지짓기 행동을 더 많이 한 모돈의 분만 전후 혈중 옥시토신과 프롤락틴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Yun et al., 2013; 2014). 또한, 생후 24시간 이내 새끼들의 혈중 IgG, IgM 농도가 더 높았는데, 이는 모돈의 정상적인 호르몬 생성과 분비가 원활한 초유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밖에도 모돈의 옥시토신은 분만 중 자궁의 수축, 이완을 조절하는 호르몬으로 분만시간을 단축시키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분만 후에는 모성애를 자극하여 새끼들을 잘 보살피는데 기여하기도 한다.

 

 

4. 자유 분만사에서 고 다산성 모돈의 포유 자돈 폐사율을 줄이기 위한 연구
원활한 초유 공급은 자유 분만사에서 고다산성 모돈의 포유 자돈 폐사율을 줄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초유 섭취는 생시자돈에게 영양분 뿐만 아니라 면역물질 전달, 체온 유지, 소화기관 발달 등 자돈 생존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모돈의 초유 공급 능력은, 모돈의 유전적 능력, 산차, 혹은 영양상태 등에 달려 있다. 또한, 초유 생산과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모돈의 옥시토신이나 프롤락틴과 같은 호르몬들이 정상적으로 생성되고 분비되는지도 초유 공급에 영향을 주는 중요 요소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돈의 초유 공급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모돈의 스트레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예를 들어 모돈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대사 활동이 떨어져 초유 생산에 필요한 체내 영양소들이 원활히 공급되지 못하고, 지속된 스트레스로 체내 오피오이드가 증가하면 옥시토신의 생산과 분비를 방해하여 모돈의 초유 생산뿐만 아니라, 포유 능력도 떨어뜨린다.

 

 

따라서 원활한 초유 공급을 위해서는 모돈이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연구팀은 앞서 연구를 통해 유기산제(tall oil fatty acid, resin acid)를 임신 말기 모돈 사료에 첨가했을 때 모돈의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이것이 초유생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Hasan et al., In prep). 이 결과를 토대로 원활한 초유 공급이 자유 분만사에서 고 다산성 모돈의 포유자돈 폐사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표1에서 보면, 임신 말기 모돈 사료에 유기산제를 첨가해서 급여했을 때, 초유 내 IgG 함량이 더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자유 분만사에서 생후 24시간 이내 포유자돈 압사율은 분만틀과 비교했을 때 보다 더 높으나, 유기산제 첨가로 인해 포유자돈 압사율이 분만틀 처리구들과 유사한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이것은 자유 분만사에서 총 이유 두수수치를 떨어뜨리지 않은 결과를 불러왔다. 즉 모돈의 원활한 초유 공급이 자유 분만사에서 포유 자돈 폐사율을 줄일 수 있던 것이다.

 

요약
현대 양돈업에서 모돈당 평균 산자수는 꾸준히 증가해 왔다. 이는 모돈의 분만과 포유에서 오는 스트레스 증가뿐만 아니라, 포유자돈 폐사율도 함께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고, 따라서 복지와 생산성 측면에서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폐사의 주원인은 자돈 활력 저하로 인한 압사가 많고, 이러한 경향은 자유 분만사에서 더 뚜렷하게 보인다. 이것은 모돈의 스트레스로 인한 초유 공급능력이 저하된 것이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다. 모돈은 본능적인 행동에 제약을 받거나 적정온도가 아닌 환경에 있을 때 스트레스가 증가한다.
따라서 모돈의 복지 향상과 동시에 생산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모돈에게 최적의 온도와 본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공간 및 재료가 함께 제공된 환경이어야 한다.

 

 

 

<월간 피그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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