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케미와 동주상구 (同舟相救)가 필요한 때 [칼럼] 케미와 동주상구 (同舟相救)가 필요한 때
월간PT 2016-01-02 11:58:39

월간PT 한경환 편집장(printingtrend@gmail.com)

 

2015년만큼 힘들다, 어렵다는 소리를 들은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경제성장률은 시간이 지날 수록 연초 예상치를 밑돌면서 크게 곤두박질 쳤고, 연말에서 설마설마 하던 미국발 금리 상승 소식에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파장이 일어 2016년도 녹록치 않은 한 해가 될 거란 전망은 굳이 뉴스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예상할 정도가 됐다.

경기 침체는 경기 지표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는 우리 인쇄업계에는 치명타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어려웠던 경제 상황이 어제 오늘일은 아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해 11월 19일부터 30일까지 전국 500개 인쇄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인쇄업계 경영상황 및 현안이슈 진단조사 경과보고서’를 보면 좀 더 구체적이다.

 

이에 따르면, 인쇄업계는 지난 3년간 지속적인 매출감소를 겪고 있는 인쇄업체들이 75.4%에 이르고, 평균매출액 감소폭도 34.1%에 달했다. 인쇄업계의 62%가 현 경영상황을 ‘위기상태’로 진단했고, 이들 중 42.6%가 앞으로 5년을 버티기 힘들다고 응답했다. 그럼에도 49.8%에 달하는 업체들은 미래에 대한 대책이 없으며, 업종 전환(9.6%) 폐업(5.4%)등을 대책으로 생각한 업체들도 있었다. 심지어 지역인쇄업계 활성화를 위해 지방 자치단체의 발간실 기능축소와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출판사 엘스비어 CEO인 한국계 지영석 회장의 말은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옮겨본다. 지영석 회장은 국내에서 진행 된 한 강연 후 매체 인터뷰를 통해 ‘책의 콘텐츠를 재가공하라’와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라’는 말을 전했다. 책의 콘텐츠를 재가공하라는 말은, 물을 그냥 파는 것과 물병에 담아 팔아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법론을 설명하고,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는 돈을 벌어 건물을 사기보다 회사를 인수하라는 것이다.

 

물론 이 말을 그대로 인쇄업계에 적용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케미와 동주상구(同舟相救)라는 두단어를 제안해 본다. 케미는 화학작용을 뜻하는 케미컬 리액션(Chemical Reaction)에서 따온 말로 궁합이 잘 맞는 사람들을 말하고, 동주상구(同舟相救)는 한자 그대로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최근 추세로 볼 때 인쇄에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후가공이 필수지만 엄청난 자금이 문제다.

 

자금과 기술, 장비운용 등 서로 필요한 파트너와 회사들이 서로를 컨소시엄 형태로 묶거나 아예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만 하다. 이때 케미 파트너와 동주상구하는 절실한 마음가짐과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동주상구는 엄밀히 말하자면 그냥 같은 배에 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가라앉는 배에 탄 사람들을 말한다. 시기심, 질투, 편견을 뒤로 미루고 같이 살아보기 위해 서로돕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출처 월간PT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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