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다운사이징 시대 데스크 칼럼 - 다운사이징 시대
김윤수 2016-06-14 13:13:46

한경환 편집장(printingtrend@gmail.com)


최근 자동차 업계는 다운사이징이 열풍이다. 외국계 자동차 회사를 필두로 1500cc ~ 1600cc 사이의 적은 배기량에 중형차급 사이즈의 신차 출시가 사용자들에게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엔진설계, 변속기와 더불어 터보로 불리는 과급기를 장착한 엔진 기술과 크기와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서 무게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 가볍고 튼튼한 고장력 강판을 사용하는 등 예전에 없던 노력을 기울인데 따른 결과다. 이렇게 만들어진 자동차의 파괴력은 꽤 커 보인다. 작은 엔진에도 불구하고 운전 재미는 올라가면서도 오히려 연비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나아졌다는 것이 중평이다.

물론 과거를 조금만 뒤돌아보면 1500cc 엔진을 가진 중형급 자동차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꽤 오래전에 단종 된 스텔라, 듀크 등의 모델이 그에 해당한다. 적지 않게 팔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자동차들에게 필수적으로 따라붙었던 말은 출력이 약하다는 지적이었다. 더불어 연비도 좋지 않았다. 한마디로 크기에 맞는 적당한 배기량의 엔진이 아니라 너무 작은 사이즈의 엔진을 달았다는 것이다.

이런 자동차 등급에 엔진 배기량이 관여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는 대로 세금 때문이다. 차량 가격과는 상관없이 배기량을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세법 때문에 자연스럽게 경차는 1000cc, 준중형은 1600cc, 중형은 2000cc 라는 공식이 생겨난 것이다. 이렇듯 우리의 자동차에 대한 고정관념이 무너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은 하는 것은 앞서 설명한대로 기술 발전 덕분이다. 더불어 작은 배기량에 고성능이면서 가격 대비 세금은 적게 내는 비싼 수입차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자동차세법에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술발전 덕분에 적은 배기량으로 더 커다란 출력을 낸다는 앞선 사례와 같은 기술본위의 사고방식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따른다. 시간이 지나서 2000cc 자연흡배기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와 터보라는 과급기를 장착한 엔진 중 어떤 것이 더 오래 버틸 수 있는가 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사용 중에 고장이 났을 때 정비 시간과 비용 문제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또한 다운사이징은 사실 기술보다는 인력감축이라는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10명이 하던 일을 5명으로 줄이고, 다시 1명이 할 수 있는 세상이 돼버린 것이다. 특히 우리는 이미 지난 1997년부터 그 엄청난 위력을 체험한 악몽이 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기술의 한 단위로 계산해 그 최대 능력을 뽑았을 때 퍼포먼스만 생각한 결과다. 물론 그 조차도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감원을 당했던 수많은 사람들도 있었다. 다운사이징의 문제는 효율에만 집중한 나머지 나중에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측면이 있다는 맹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물건을 만드는 이유는 그 물건을 팔기 위해서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물건을 사줄 여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 고민해 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월간 PT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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