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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환 2016-08-11 13:47:56

한경환 편집장(printingtrend@gmail.com)


하루가 멀다 하고 폭염 속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면서 혹시라도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는 번번이 무너지고,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게 하는 열대야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요즘이다. 이런 때는 산 속 계곡이든 바닷가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돈이나 시간의 제약 때문에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럴 때 간절하게 생각나는 것이 거실이든 벽 한구석이든 자리를 차지하고 신주단지 모시듯 받들고 있는 에어콘이다. 요즘 웬만한 사무실이나 가정에 설치된 것이 에어콘이지만, 가정에서라면 선뜻 전원 버튼을 누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만만치 않게 비싼 전기요금의 압박을 이기고 전원버튼을 켤 때 나오는 찬바람은 정말 마법과 같다.

이런 마법과 같은 에어콘이 나온 지도 벌써 100년이 넘었다. 정확하게는 한창 길거리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던 2002년이 에어콘 탄생 100주년이 되던 해다. 많이 아는 이야기겠지만 에어콘은 1902년 25살이던 윌리스 캐리어가 습기 때문에 종이가 뒤틀리고 잉크에 문제가 생기던 한 인쇄소의 습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했다. 지금이나 그 때나 냉난방은 사람보다는 기계를 위해 만드는 경우가 많은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

어찌됐든 그렇게 에어콘을 개발했지만 처음부터 에어콘이 일반 가정에 보급된 것은 아니다.

1915년 윌리스 캐리어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만들고 난 후에도 에어콘은 백화점과 극장과 같은 대형 공간을 위한 장비였다. 이후에도 몇 년 동안은 계속 공공장소에서만 설치되던 에어콘은 1955년 한 건설업자가 집을 지을 때 기본 장착하면서 (미국에 한정된 이야기지만)본격적으로 대중화됐다.

에어콘의 기능은 의외로 단순한 편이다. 난방을 위해 파이프에 뜨거운 물을 순환시킨다는 원리를 거꾸로 생각해 냉매를 이용해 온도를 낮춘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습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덤이지만, 전기를 많이 소모한다는 것이 흠이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높은 기온에 따른 온열질환 환자의 50% 정도가 낮 12시부터 오후 3시 사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환자 중 다수는 실외에서 생긴다고 한다. 따라서 낮에는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외출 시에는 수분 보충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최근 들어 이른바 ‘묻지마’ 사건 발생 빈도를 계절별로 구분했을 때, 온도와 습도가 높은 한 여름이 최고조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한 범죄 프로파일러는 도심의 온도를 낮추면 범죄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 가지를 묶어보면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에어콘 바람 아래서 에어콘을 발명한 윌리스 캐리어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다. ‘오늘도 당신 덕분에 불쾌지수를 줄일 수 있었고, 쾌적한 기분으로 일을 할 수 있었어요. 고맙습니다.’


<월간 PT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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