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한은혜 2018-06-04 14:34:30

한경환 편집장(printingtrend@gmail.com)

 

4월 말부터 5월 까지 약 한 달간 지금처럼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긴장 상황을 겪어본 기억이 있나 싶 다. 계정의 여왕이라는 5월에 붉게 피어난 화사한 장미와 같은 정말 장밋빛 미래를 머리에 잔뜩 그려 본 것이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그 아름다운 장미에 사람을 죽게 만들 수도 있는 가시가 있다는 사 실을 다시 깨닫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일이 잘 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었지만, 우리만의 힘으로 우리만의 것을 얻어내기 이렇게 힘들다 는 것 또한 뼈져리게 깨달았던 기간이기도 했다. 그 기간 동안 긴장이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돌다 간 장이 되기도 하는 웃기지도 않은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긴장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생리학(生理學)에서는 근육의 긴장도(緊張度)를 나타내는 술어이다. ⑴ 긴장을 단순한 감정표시의 한 측면으로 본 사람은 W.분트인데, 그는 감정의 3방향설을 주창하였다. 즉, 단순감정에는 쾌(快) - 불쾌, 흥분 - 침정(沈靜)과 함께 긴장 - 이완(弛緩)이라는 변화의 3방향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그는 이와 같이 긴장감정을 근육이나 건(腱)의 생리적 긴장에 따르는 긴장감각과는 다른 것이라고 주장 하였으나, 후일의 학자 가운데는 분트가 말하는 긴장감정이란 사실은 긴장감각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사물을 주의깊게 관찰한다든지 어떤 일을 기대하고 있을 때와 같 은, 적극적 태도를 취할 때 수반되는 심적 긴장상태는 단순한 긴장감각 이상의 감정적 성질을 내포 한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긴장이라고 생각한 것과 학자들이 정의한 것과는 공통분모도 있고, 여러모로 차이가 느껴지지 만 대체로 어떤 의미인지는 알 것 같다. 지난 한달 동안 겪었던 것이니만큼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이 상할 것 같다.

 

장미의 냄새를 색에 빠져 냄새를 맡고 손으로 살짝 만져보다 줄기를 건드리다 보면 어느새 손가락 끝 은 장미 가시에 살짝이라도 걸리게 마련이다. 조금 깊게 닿았다면 피를 볼 수 도 있지만, 대개는 따끔 하게 만다. 만약 피를 봤다면 감염의 우려가 있으니 조금 더 피를 낸 후 재빨리 깨끗한 물로 닦아내는 것이 순서다. 어느 시인과 같은 로맨틱한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장미는 5월이 되기 전에 여기저기 꽃잎이 떨어지고, 끝내는 사그라지는 것을 수없이 봤다. 그럼에도 5월의 장미를 기다리는 것은 그 향기가 주는 묘한 여운 때문이다. 물론 충분한 돈만 있다면 장미향을 간직한 향수를 따로 얼마든지 구할 수는 있다. 그렇게 구한 장미향은 온전히 개인의 것이 되지만, 들 이나 남의 집 정원 너머로 핀 장미는 주인만의 것도 아닌 모두의 장미가 되어 향기를 흩날린다. 그 장 미향이 모두에게 전해져 온전히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월간PT 2018년 6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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