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기업 유신당, 변화의 전통을 이어간다. 100년 기업 유신당, 변화의 전통을 이어간다.
김재호 2015-07-06 10:59:03

유정열 대표, “디지털인쇄의 활용도는 무궁무진”
인쇄가 사양산업?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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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시대에 100년을 넘게 명맥을 유지해온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100대 기업 중에는 두산이 유일하고, 더 찾아봐도 동화약품 정도다.
그만큼 오랜시간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남기는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유신당은 1910년 설립된 인쇄회사로 올 해로 10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모진 풍파를 겪고 호황과 불황을 넘나들었음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오랜 시간을 굳건히 지켜온 비결은 무엇일까? 특유의 가치관이나 신념이 있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확인 결과 오랜 역사의 뒤편에는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이 자리잡고 있었다.
취재 | 임성윤 기자(Printingtrend@gmail.com)

 

“인쇄가 사양산업이라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굴 좀 보여주세요. 단번에 반박할 수 있습니다. 인쇄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해요. 사양 산업이라 평가하는 사람들은 인쇄의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유신당의 유정열 대표는 인쇄산업에 대해 대뜸 ‘각광받는 산업’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문화의 홍수, 유비쿼터스를 넘어 빅데이터 시대를 바라보고 있고 정보화 시대를 넘어 지식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이 같은 발언은 생소한 것이었다. 각종 통계자료들을 확인해도 고전적인 인쇄산업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절대적인 의사전달 매체였던 종이인쇄가 모니터 화면으로 그 영역을 상당 수 빼앗긴 후 ‘변화’를 강요받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다. 그럼에도 유정열 대표는 인쇄업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산업’이라고 확신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시대가 변화하면서 인쇄의 영역도 더욱 넓어졌는데 이를 사양산업이라 여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어 극히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한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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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당은 1910년 대전에서 일도당(一刀堂)으로 창업 한 뒤 105년의 시간동안 인쇄업을 유지해오고 있다. 칼 도(刀)자가 들어가 있는 것은 당시 인쇄업체들이 도장을 파는 일도 병행했기 때문이다. 유정열 대표의 할아버지인 유석종 창업주가 인쇄업을 시작했고 아버지인 유성춘 2대 대표, 어머니 오죽상 3대 대표, 둘째 형님인 유대열 4대 대표를 거쳐 지금에 이른다. 유정열 대표는 1981년부터 유신당에 몸담은 뒤 1986년부터 대표에 취임했고 이후 30년간 유신당을 이끌고 있다. 평지풍파에 휩쓸릴 수도 있었고 시대의 흐름에 위기를 겪을 수도 있었지만 유신당은 그렇게 105년 동안을 굳건하게 버텼다.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존중받을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역사가 선입견을 낳기도 한다.
오랜 시간을 뿌리내려왔다면 하나의 가치를 중심으로 장인 정신, 혹은 양보할 수 없는 신념 등을 고집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또한 특징이나 색깔이 명확하지 않다면 그 오랜 시간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란 것이 인지상정이다. 때문에 ‘새로운 시대에 맞서 옛 것을 지키려는 힘겨운 싸움을 유지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유신당과 유정열 대표는 이러한 선입견을 무색하게 만드는 행보를 걷고 있었다. 기존의 인쇄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 인쇄로의 적극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 “살아 남아야 하기에 바꾸는 겁니다”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그 규모가 상당하다. 유신당은 최근 기존 장비들을 대거 처분하고 디지털 장비인 ‘인디고7800’을 도입했다. 지난해 후지제록스의 아이젠 150을 들여온지 1년만이며 디지털 라인을 더욱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 외에도 유신당은 향후 인디고 10000과 인디고 20000을 추가로 구비할 계획까지 갖추고 있다. 투자도 투자이지만 디지털 인쇄 환경을 선도하기 위함임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행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정열 대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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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열 대표는 30년째 인쇄업에 종사해 오지만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직접 인쇄업계의 흐름을 파악하려 노력하고 새로운 기기가 등장하는 인쇄전시회는 빼 놓지 않고 참석한다. 디지털 인쇄를 알아가기 위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의 관리하에 유신당의 기계들은 다양한 인쇄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려는 시도도 꾸준이 유지되고 있었다. 디지털 인쇄의 과정과 이를 활용한 새로운 제품의 개발, 원가절감 및 효율성 극대화는 단순히 신규 장비를 들여와서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라 유정열 대표과 유신당 직원들의 관심과 노력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변화에 대한 도전 온고지신

“TV나 라디오 컴퓨터 및 카메라와 같은 등 전자기기는 관심도 없었고 다룰 줄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인쇄는 생존을 위해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 유정열 대표는 단순한 전자제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옛날 사람’이었다. 평생을 인쇄기를 보고 살았고 다른 곳에 관심을 두었던 것도 몇 년 되지 않으니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워지는 현대식 스마트기기들을 다룬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나 유신당의 생존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의 100년을 선도하기 위해 디지털인쇄기에 대한 공부를 해 나갔다. 다행이었던 것은 전반적인 인쇄시스템은 기존의 오프셋 인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렵고 복잡하고 생소한 디지털 인쇄기였지만 인쇄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이 있었으니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마트폰 조있는 디지털 인쇄 전문가 수준이 됐다. 앞으로 유신당의 투자는 디지털인쇄쪽에 집중될 것이라는 취지를 밝힌 바도 있다.


유신당의 업력이 105년이 된 만큼 주변에 대한 영향력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요소다. 일각에서는 다품종 소량생산의 영역까지 유신당이 침범한다는 비판이 나서기도 했다. 특히 대전지역 인쇄업체들의 우려가 심했다. 하지만 유정열 대표는 지역업체들을 상대로 안심시키기 공략에 나서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업체의 경영방침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 왈가왈부할 권리는 없으나 지역사회 발전을 고려한 행보였다. 이 자리에서 유정열 대표는 “유신당이 디지털 인쇄기를 도입하기는 했어도 목표는 디지털 윤전이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매엽인쇄나 소량의 인쇄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결정이 아닌 디지털 윤전이라는 새로운 인쇄 방식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의도임을 확인시켜 준 것이다. 즉, 소규모 영세업체들의 물량 뺏기가 아닌 유신당만이 할 수 있는 업무를 전문화 시키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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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과의 시너지효과

디지털 기기를 도입하면서 유신당은 또 다른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디지털 인쇄의 활성화로 산업적인 발전의 기틀을 닦겠다는 것이다. “인쇄 환경이 변할 것이라는 것은 2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위기라고들 하지만 이는 다른 차원에서는 기회일 수 있어요” 유정열 대표는 전통적인 오프셋 인쇄만 고집하거나 윤전만 고집해서는 앞으로 다가올 흐름에 대비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프셋 인쇄나 윤전, 매엽 인쇄 등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나 앞으로는 반드시 디지털과의 융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는 신념이었다. 유정열 대표는 이와 같은 변화에 대해 ‘생존을 위한 혁신’이라 표현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과감한 결단을 가능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위기라는 상황을 기회로 판단하자 유정열 대표에게는 다양한 방식의 산업성장 루트카 보이기 시작했다. 불가능하다 느껴졌던 아이디어도 디지털 인쇄 시스템에 적용시키면 가능 할 것으로 판단됐고 시도조차 하지 못했던 기획들도 디지털과의 접목을 고려하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물론 이는 디지털 인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유신당의 경영방침에는 디지털 인쇄가 중심에 자리했고 이를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저돌적인 행보에는 디지털 장비의 도입으로 확인한 성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소가 비용절감이다. 디지털 인쇄기에는 CIP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인쇄에 필요한 잉크의 농도를 조절해주고 불필요한 잉크의 낭비나 손지의 발생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디지털 방식이 도입되기 전에는 일일이 사람이 조절해야 했던 역할을 솔루션을 통해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것. 실제 유신당은 CIP3 시스템을 적용해 원간 종이비용만 1억원을 절감했고 잉크비용은 1억5,000만원가량을 절감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기술이 더욱 발전돼 나감에 따라 내년에는 그 이상의 절감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윤전과 디지털의 접목도 원가 절감에 한몫을 했다는 평이다. 인쇄시 발생하는 먼지인 지분을 제거하고 수분을 다시 첨가하는 효율성 역시 디지털 장비의 장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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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의 역사 그리고 사명감

유정열 대표의 과감한 선택에는 100년 역사의 산실인 유신당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자리잡고 있다. 가업으로 내려오는 유신당이긴 했으나 유정열 대표가 처음부터 경영수업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와 둘째 형님으로 이어지는 유신당의 경영과는 별개로 유정열 대표는 군 제대후 동대문에서 포목점 사업을 하며 독립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4대 대표를 맡았던 둘째 형님이 암 선고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삶의기반이나 다름없었던 위기 상황은 유정열 대표를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태어나서부터 함께 해온 유신당이었기에 유정열 대표는 동대문에서 잘 나가던 포목점 사업을 접고 귀향하기에 이른다. 사실 잠시 도와주겠다는 생각으로 유신당에 합류했으나 이 선택은 그를 유신당의 5대 대표로 만들게 되는 결정이 됐다. 80년대 초반 당시 암은 1년여를 입원해야 하는 병이었고 쉽게 나을 수도 없었다. 완치된다 해도 후유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그 공백기를 메워야 했다. 포목점으로의 복귀는 생각할 수 없었다. 결국 유정열 대표는 1986년 정식으로 등기 절차를 마치고 대표로서의 행보에 나서게 된다.

 

가업을 이어간다는 것. 이는 생각만큼 쉬운일은 아니다. 부담감일 수도 사명감일 수도 있는 가치를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경영에 실패하도 한다면 수십년 동안 일궈온 사업체를 말아먹었다는 오명을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유정열 대표는 사명감에 더 무게를 뒀다. 더 나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것. 망하지 않게 하겠다는 것. 좋은 상태에서 또 다시 자녀에게 물려주겠다는 것 등 정의할 수 없는 사명감이 더 강했다. 그리고 그 사명감은 거침없는 도전이라는 길로 유신당을 인도했다. 디지털 인쇄로의 변화, 그리고 거기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시장을 리드하려는 유신당. 비록 변화하는 시기에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상황이지만 이같은 도전정신이 지속되는 한 유정열 대표는 유신당 뿐 아니라 인쇄산업 자체가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100년의 전통,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는 자칫 하나의 조직을 경직시키거나 불통시킬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유정열 대표는 기존 방식의 고수가 아닌 새로운 도전으로 난관을 헤쳐 나가려 했고 오히려 새로운 변화가 전통을 더욱 오래도록 이어나가게 해주는 원동력으로 만들어 줬다.

 

산업으로 커져야 한다


유정열 대표는 인쇄산업이 더욱 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무리 인구가 적고 땅덩어리가 작은 나라라 할 지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에서 인쇄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은 인쇄인 스스로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1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신당이라도 시장을 선도할만한 위치가 되지 않은 것은 부끄러운 일 정의하기도 했다. 이제껏 인새업은 소규모 영세사업자와 같은 이미지가 강했고, 작업환경이나 처우개선 등과 같은 복지쪽 비중은 각광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유정열 대표도 사원들이 사용하는 집기 및 가구들을 고급으로 바꾸고 청결을 강조하는 문화를 강조하고 있다. 스스로를 높이는 것이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인쇄업의 가치를 높이
는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연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들도 인쇄업계에서 탄생해야 하며 규모적으로 급성장하는 업체들도 많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들 전했다.


이제껏 문화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이제는 산업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굴지의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규모의 성장을 이뤄야 인쇄업이 스스로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인쇄의 확산은 유정열 대표가 바라던 내일을 열어주는 열쇠라 일 수도 있다. 수많은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지털인쇄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각각의 산업과 연계해 입지를 넓혀 나가는 것 그리고 인쇄의 영향력을 높여나가는 것이 그가 바라는 미래의 인쇄산업인 듯 했다.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노력, 인재 양성을 통한 발전


현대의 첨단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나가고 있다. 대중화된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속도와 정확도는 물론 안정성과 응용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장비들은 단기간에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시각을 달리해보면 이미 산업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는 인쇄장비들은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추고 있다. 소수의 기능들은 차이가 있다 해도 일반적인 기능들은 상향평준화 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유신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해 나가려하고 있다. 관건은 사람이다. 좋은 장비를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차별화된 제품이 생상된다는 관점이다. 실제 인쇄장비를 활용하는 사람에 따라 같은 조건에서도 전혀다른 품질의 제품이 생산되는 것이 바로 인쇄다. 이러한 이유로 유정열 대표는 뛰어난 인력들을 인쇄업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물론 처우를 좋게 해주는 계획을 실현 중이다. 우시 인력이 인쇄업은 외면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들이 점차 쌓여간다면 산업 전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들이 유입될 것이라 예상했다. 우정열 대표는 “우리가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본다면 이는 인재양성을 통한 100년이 될 것”이라며 “유신당은 인쇄산업의 발전을 위해 일조하는 기업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어가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출처 월간PT 2015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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