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씨앤피(주), 100억 들인 제조 공정 본격 시동 신라인 가동되면 품질, 가격 경쟁력 껑충
박혜림 2016-09-19 14:40:23

최근 수십 년간 인쇄의 꽃으로 오프셋을 비롯해 윤전 인쇄 발전에 기여해 온 것이 판재다. 알루미늄 판에 감광 처리한 판재는 낮은 가격이면서도 인쇄의 품질을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판재들이 등장했지만 최근 전체적인 인쇄 수요 감소와 가격을 무기로 수입되는 중국산 판재에 국산 판재 제조회사의 설 곳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100억 원을 들여 영국에서 도입한 전자동 판재 생산라인 가동을 앞두고 시험생산 중인 제일씨앤피(주) (대표 권오관 http://www.jeilcnp.com)에 방문해 신규 라인과 관련 소식을 들어봤다.

글 | 한경환 기자(printingtrend@gmail.com)


100% 국내 생산, 수출
약 10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 판재를 생산하는 회사는 10여 곳에 달할 정도로 다양한 회사에서 인쇄용 PS 판재를 생산했지만 현재 명목상 국내 판재 제조회사는 2곳뿐이다. 그나마 순수하게 판재를 생산만 하는 곳은 제일씨앤피(주)가 유일하다. 이렇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쇄 선진국의 PS 판재 기술력과 중국 판재의 가격 경쟁에서 버티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보편적이다.

대구 인근 성서공단에 위치한 제일씨앤피(주) 취재를 위해 방문한 날은 연중 최고 온도를 갱신하고 있던 8월 한 가운데로, 전국이 대구 날씨를 넘나들며 불지옥의 맹위를 떨치던 때였다. 그런 무더위를 뚫고 제일씨앤피(주)에 도착했지만 권오관 대표는 한창 신규 라인 테스트와 구라인에서 생산된 판재 포장 작업 등으로 흠뻑 땀을 쏟고 있던 때였다. 얼마 후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사무실로 들어온 권오관 대표는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정신없이 작업 중이라고현재 회사 상황을 설명했다. 더불어 신규 라인의 테스트 및 생산을 위한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무더위 속에서도 증산을 위한 생산 시설 점검과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하 노력이 멈추지 않는 것은 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제품의 품질을 앞세운 인쇄선진국의 판재와 가격을 무기로 한 중국산 판재와 경쟁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특히 권오관 대표가 걱정하는 것은 중국산 판재들이다. 가격을 무기로 저가로 들어오는 중국 제품들을 구입하는 것은 나무랄 수는 없지만, 그것도 국내에 제조회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제일씨앤피(주)와 같은 국내 제조업체가 사라지면 아무리 중국 제품이라고 해도 무조건 낮은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못 박았다.

현재 생산량의 70%는 국내에서 소비하고 30%는 해외 (인도, 브라질, 터키 등)로 수출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판재는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기 위해 총판이나 대리점을 두지는 않고 있다. 더불어 총 생산량의 30% 정도를 수출하고 있지만, 물량이 적은 이유는 생산량이 적기 때문이다. 권오관 대표는 신라인이 가동되면 수출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관 대표가 신규 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신규라인을 통해 제조된 판재의 이상 유무를 검사하고 있다.


인쇄용 판재 재활용에도 앞장
제일씨앤피(주)는 지난 5월에 한국인쇄학회가 주관한 춘계인쇄학술대회에 초청강연자로 참가해 ‘친환경 인쇄를 위한 CTP 판재의 국산화’라는 주제로 판재의 주재료인 알루미늄의 재활용을 통한환경보호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일반적으로 알루미늄은 원석인 보크사이트를 채굴해 알루미나로 정제한 후 알루미늄으로 용해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석인 보크사이트를 4~5톤 가량 정제할 때 알루미나는 2톤으로 줄어들고, 이를 다시 알루미늄으로 만들 때 다시 1톤으로 그 양이 줄어든다. 알루미늄의 원석인 보크사이트는 철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흔한 광물이지만, 정제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생산단가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알루미늄을 녹여 재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한 것이다.

알루미늄 제품인 캔의 순도는 97.9%지만 인쇄용 판재의 순도는 99.5%나 되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하게 되면 코일 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따라서 판재의 재활용에 주목해야 되며 이를 위해서는 코일 제조회사와 CTP 판재 제조회사 그리고 인쇄회사들 사이에 강한 순환고리를 만들어 인쇄 판재용 알루미늄 가치 하락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고, 국내의 판재회사는 물론, CTP 판재 제조회사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판재의 재활용이 가능한 이유는 가격 경쟁력 때문에 별도의 대리점을 통한 유통망을 두지 않고, 직접 제품을 유통하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했다. 더불어 생산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불량 판재의 경우도 재활용에 사용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작은 콘솔을 통해 라인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공장 뒤쪽에 위치한 콘트롤 유닛들.


제조가 완료된 판재는 재단되어 스태커에 자동으로 정리된다.


영국 옵티마社 완전 자동 롤 타입(Roll Type) 라인 도입
제일씨앤피(주)는 지난 2006년 중국으로부터 롤 타입 판재 생산 라인을 도입하고 10년 동안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아 2011년 UVCTP(CTcP) 개발, 2012년 Thermal CTP 제품 개발, 2014년 개선된 UV-CTP(CTcP)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이렇게 신제품 개발과 생산을 하는 동안 가격을 무기로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산 판재에 대항하기 위해 기존 생산으로는 벅차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특히 제판 후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포장 과정에서 시간과 인력 손실이 컸기 때문에 자동화된 인라인은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이 영국 옵티마社의 완전 자동 롤 타입 제판라인의 도입이다. 라인 길이만 거의 130m에 이르는 이 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약 1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권용관 대표는 중국의 제판 생산 라인과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만약 중국 라인을 들여왔다면 라인 설치 후 중국 제품과 격차는 1년 정도 벌어지겠지만, 1년 후에는 다시 중국 제품과 경쟁을 벌여야 되는 만큼 좀 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영국 옵티마 제품을 선택하게 됐음을 토로했다. 덧붙여서 이번 신형 라인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면 중국과는 5년 정도의 격차가 날 것으로 예상했다.



사무실 및 연구소 건물


아노다이징 처리된 판재를 감광처리 전 검사하고 있다


실제로 제일씨앤피(주)에서 설치한 신형 라인의 규모는 중소기업에서 보기 힘들만큼 상당히 커대했다. 130m에 이르는 라인의 시작의 시작은 사람 키만큼 거대한 알루미늄 판 코일에서부터 시작한다. 거대한 알루미늄 판 코일이 풀리면서 라인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 판재 표면을 강화하기 위한 아노다이징 처리를 시작하고, 이후 자동으로 판재 표면을 검사한 후 감광을 위한 화학처리에 들어간다. 이렇게 표면처리가 끝난 판재는 자동으로 커팅 된 후 표면 보호를 위한 속지와 함께 자동으로 스태킹 되어 손쉽게 포장을 마칠 수 있다.
이런 옵티마 신규 라인의 특징은 SCADA(Supervisory Control And Data Acquisition) System이라고 불리는 통합관리 시스템의 탑재다. 이 시스템은 전 설비들이 네트워크를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모든 공정과 설비들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통제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콘솔 하나로 전 라인의 콘트롤이 가능하다. 더불어 Grainer, Anodizer 등 제판 과정 상 주요 공정의 안정화 설계로 균일한 품질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더불어 최고속도일 경우 분당 30m 생산이 가능하고, 자동검판 시스템과 스태킹 장치의 덕분에 구라인에 비해 월등이 높은 생산성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8월 현재 생산량의 최대치에서 60% 수준으로 신라인이 정상가동 되면 월 최대 100만장 수준으로 세계적인 회사와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생산성을 갖추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관 대표는 마지막까지 중요한 것은 품질임을 강조했고, 이번 투자가 품질 향상을 위한 커다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월간 PT 2016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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