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문화의 꽃, 고판화로 본 불교기록문화유산’ 특강 열려 고판화를 21세기 창의적 콘텐츠로 살려야
한경환 2016-08-10 11:06:22


지난 7월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소재 동국대학교 충무로영상센터 본관 227호에서는 동국대 불교학술원 주최로 <인쇄문화의 꽃, 고판화로 본 불교기록문화유산>이란 제목의 특강이 열렸다. 동국대학교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ABC)사업단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특강은,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 관장인 한선학 박사가 그간 수집해온 작품은 물론, 고판화를 위해 그동안 벌여온 노력에 대한 설명과 관련 작품 해설로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글 | 한경환 기자(printingtrend@gmail.com)


이번 특강에서 사회를 맡은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콘텐츠 ABC 사업단 DB팀장 이재수 조교수는 한선학 박사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이번 특강에 대한 의의를 설명했고, 한선학 박사는 곧바로 강의에 들어갔다.

우선 한선학 박사는 판화라고하면 쉽게 접근이 되는데 고판화라고 하니 좀 생소하게 느낄 수도 있다면서, 쉽게 생각하면 옛날에 만들어진 판화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고판화에 대한 간단한 정의를 내렸다. 이어 우리 역사에서 이어져온 고판화 작품들을 설명했다.

한선학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판화는 개성총지사에서 1007년에 만들어진 보협인다라니경.”이라고 소개하고, “우리가 많이 알고 잇는 것은 해인사팔만대장경속에 글씨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글씨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판화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원주가 그림책 도시를 표방하고 있는데 바로 그림책의 원조가 고판화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최초 판화는 1007년 보협인다라니경

한성학 박사는 본격적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고판화에 대한 역사를 먼저 짚었다. 판화의 연원은 불경 인쇄의 연원과 궤를 같이하여 중국에서 시작되었으며, 불인과 다라니류로 시작되어 불경의 삽화인 변상도로 발전했다.

세계 최초의 판화는 돈황석굴에서 발굴된 당 함통9년(868)에 발행된 금강경변상도이며, 우리나라 최초의 판화는 1007년 개성 총지사에서 발행된 보협인다라니경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에제비장전 판화를 비롯하여 화엄경변상도 판화 등 세계 최고수준의 판화가 고려시대부터 임란 전까지 다양하게 제작됐다. 임란이후 침체기를 거치다 영, 정조시대 부모은중경, 무량수경등 주목할 만한 불교판화가 제작되었으나 일제강점기와 현대화를 거치면서 목판화로 제작되는 불교판화의 맥은 그 빛을 잃어버렸다.

중국, 일본, 티벳, 몽골 등 동아시아의 불교 고판화도 우리나라의 사정과 다르지 않게 현대인쇄문화에 밀려 그 빛이 사라졌지만 세계 인쇄역사속애 찬란하게 빛났던 동아시아 불교판화의 연구는 중국을 비롯하여 다양한 나라에서 진전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명주사 고판화박물관과 한국고판화학회의 주관으로 7차에 걸친 국제 고판화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타이완등의 저명한 학자들의 발표와 전통예인들의 시연을 통해 동아시아 불교판화의 흐름을 분석하고 연구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국대 불교학술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교판화연구도 다양한 연구 성과를 도출했다고 그간의 성과를 밝히기도 했다.    


 

세계고판화연구보존협의회 설립

동아시아의 고판화 작품들의 특징에 대한 소개로는 중국에서 인쇄문화가 시작되었으며, 판화도 중국에서 시작되어 중국 판화의 기본을 제시하고 있다면, 한국은 고려시대까지 세계 최고수준의 판화를 만든 나라였고, 일본은 이미 2~300년 전 유럽에 우연치 않게 소개돼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판화가 발전됐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로 판화가 등장함으로써 동양 미술계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는 점도 설명했다. 일단 판화는 판을 활용해서 찍어낸 그림이고, 글을 읽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보급하려는 필요에 의해 판화가 생겨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중국에서 시작된 판화는 실크로드를 통해 서양으로 전달되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계고판화연구보존협의회가 창립됐음도 알렸다. 보존회의 구성은 원주 세계고판화문화제에 참석한 5개국 6개 기관과 30여명의 전문 학자들로 이뤄졌고, 보존회를 통해 판화 보존뿐만 아니라 연구를 통해 각 국 고판화 정보를 교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카이브를 만들어 미래 세대들이 디자인 콘텐츠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 협의회가 원주 고판화박물관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한국고판화문화와 연구가 세계고판화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고려시대 찬란하게 빛났던 우리나라 인쇄문화의 꽃인 고판화가 21세기에 세계를 향해 다시 기지개를 펴는 일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판화, 창의적 콘텐츠로 가능성 살려야

끝으로 한선학 박사는 불인이나, 다라니 등의 형식으로 만들어져 호신용이나 불상, 불탑의 복장용으로도 사용됐다고 밝혔다. 이어 불교 고판화는 부처님 말씀을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하여 불경속의 삽화형식으로 발전해 법당 안에 예배용으로 그려지던 탱화를 집안에 모셔 생활 속에서 믿음의 도구로 사용된 불화판화 형식으로도 발전했음을 알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찬란하게 빛났던 불교 고판화는 20세기 현대 인쇄 방법에 밀려 점차적으로 그 빛을 잃어 가고 있다고 전하면서, 불교 고판화의 대중교육적인 특성과 디자인적 특성을 비롯해 불교가 발전된 동 아시아 전 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는 다문화적적 특성을 잘 활용한다면, 문화의 시대인 21세기에 새로운 포교의 대안뿐 아니라 창의성의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나아가서는 고판화의 동아시아 보편성과 각국의 독창성을 도출하는 다양한 국제 연구 교류의 활성화를 통해 불교 고판화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담보할 필요가 있음을 알렸다.


<월간 PT 201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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