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담긴 삶 연극 가지
임진우 2018-03-02 19:20:01

국립극단(예술감독 이성열)은 오는 2월 줄리아 조 Julia Cho 작, 정승현 연출의 연극 <가지>를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재공연한다. 지난해 재외한인작가들의 작품을 연달아 소개한 ‘한민족디아스포라전’에서 전체 다섯 개 공연 중 가장 뜨거운 호응을 받았던 <가지>는 아버지의 죽음을 앞둔 재미교포 2세의 이야기를 음식이라는 소재로 풀어낸 작품이다. 언어도, 입맛도 너무나 달라 한평생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아버지와 아들이 죽음의 순간을 맞이하고서야진정으로 소통하는 모습은 우리 마음 한편에 남아있던 온기를 되살려낸다.

 

제공 | (재)국립극장

 

 

영원히 기억될 한 끼 식사, 연극 <가지>가 돌아온다!
<가지>는 초연 당시 단 10회의 짧은 공연 기간에도 불구하고 빠른 입소문으로 매진사례를이루며 다양한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관객과 평단 모두에 좋은 반응을 얻었던 <가지>는 “음식을 소재로, 아버지로 상징되는 한민족의 뿌리를 재발견하는 의미를 지닌 수작”이라는 평과 함께 제 54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공연은 2017년 공연팀이 돌아와 더욱 완벽해진 호흡을 선보인다. 세상에 대한 섬세한 시선을 지닌 연출가 정승현의 감각적인 연출과, 김재건을 필두로 완숙함이 느껴지는 배우들의 연기가 어우러져 더욱 풍미 깊은 무대로 탄생한다. 또한 <가지>로 제 54회 동아연극상연기상을 수상한 배우 김정호의 유쾌하고 따뜻한 삼촌 연기도 조화를 이뤄 작품의감동을 극대화한다.

 

달라서 몰랐던, 몰라서 달랐던 아버지와 나
주인공 레이는 재미교포 2세로, 아버지와는 언어도, 입맛도, 문화도 다른 인물이다. 레이는 특식 요리를 배우지만,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언제나 ‘제일 싼 거’. 맥도날드에 가서는 제일 싼 버거를 포개어 비싼 빅맥을 만들고, 레이가 고급 요리를 대접하면 아버지는 그 대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운다. 너무나 달랐기에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순간들을 뒤로한 채, 시간이 흘러 부자는 둘의 마지막 순간을 준비한다. 평생 한없이 엄하기만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이별의 순간에 다가가는 아들의 하루하루는 연민과 애틋함으로 담담하게 그려진다.
교포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담아낸 <가지>는 영어가 모국어인 인물, 한국어가 모국어인 인물, 한국어도 영어도 모국어가 아닌 인물 등 다양한 언어의 층위를 통해, 소통의 충돌과 그 화해 과정을 담는다. 한편으로는 ‘언어 바깥의 언어’로서 음식을 이야기한다.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그러나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음식에 대한 강력한 추억이 각 인물들의 사연과 함께 소개된다. 버터에 뜨겁게 구워진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 고기와 야채가 듬뿍 들어간 스튜, 쇠고기와 달달한 무 향이 어우러진 무 국까지…. 군침 도는 음식 이야기로 가득한 <가지>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삶의 가장 맛있고 향기로운 순간들을다시금 일깨워줄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줄리아 조가 우리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

2017년 재외한인작가전 ‘한민족디아스포라전’의 세 번째 순서로 국내 초연 무대를 가진 <가지>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줄리아 조의 작품이다. LA에서 태어나 미국 전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재미교포 2세 줄리아 조는 자신만의 섬세한 언어로,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작품들을 써왔으며 현재는 극작가 겸 TV드라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가지>는 그가 버클리 레퍼토리 씨어터 Berkeley Repertory Theater에 초청받아, 음식에관한 단막극을 쓰게 되며 탄생한 작품이다. 아버지의 죽음 후 집필된 이 작품에는 삶과 죽음에 대한 줄리아 조의 따뜻한 생각들이 녹아있다. 음식이라는 아주 일상적인 소재는 오히려 모든 시간을 되감고, 가장 강력한 기억들을 상기시킨다. 주인공 레이가 아버지와의마지막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상실, 슬픔, 기억등 인생의 한 축을 이루는 재료들은깊은 맛의 한 끼 요리가 된다.

 

 

<월간PT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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