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가 리더가 리더에게
임진우 2018-10-23 09:55:06

삼성 창업자 이병철 회장은 삶을 질서 있게 사셨던 분인 것 같다.
아침 6시 기상하여 목욕을 하고 정신이 맑아지면 그날 할 일을 순서대로 메모했다. 10개에서 15개 정도 되는 ‘할 일 목록’을 출근해서는 거의 그대로 따랐다. 동경에 자주 국제전화를 하였는데 그때도 대화 내용을 미리 메모해서 그 순서대로 대화를 나누었다. 9시 출근, 12시 점심, 3시 간식, 5~6시 퇴근, 7시 저녁식사, 10시 취침. 이 시간도 그는 거의 어기지 않았다. 그날 할 일을 아침에 메모한다는 것, 참 좋은 습관이다. 이병철 회장은 이렇게 하루 일을 메모해서 출근하면 기분이 가뿐하고 일이 다 이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하나하나 처리하다보면 하루가 자신도 모르게 간다고 했다. 일과가 끝날 때 그는 다시 아침에 작성한 메모를 점검해 본다. 마무리가 된 것이 있고 안 된 것이 있다. 또 아침 메모에는 없지만 새로 생긴 일도 있다. 마무리 안 된 것, 새로 생긴 일은 내일 ‘할 일 목록’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일에 이끌려 가는 삶이 아닌, 일을 이끌고 가는 삶을 살았다.
제공 | 월간 인재경영 글 | 조영호 아주대학교 경영대학원장

 

시간은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것은 우리 개인의 몫이다. 누구는 허둥지둥 시간을 보내고 누구는 여유있게 산다.
누구는 일도 잘 하고 놀기도 하고 가족과 시간도 보내지만, 누구는 일에 치여 살면서 여행 한번 못 간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팀은 CEO 들이 실제로 어떻게 시간을 쓰는가를 면밀히 조사해서 그 결과를 발표하였다(July-August 2018, Harvard Business Review). 그들은 2006년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신임 CEO 과정에 참가한 사람들 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그 중 27명에 대해서는 3개월 동안 15분 단위로 하루 24시간 그리고 주 7일간의 일과를 조사했다. 그들 의 조사 결과는 일단 CEO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CEO는 평균 주중 9.7시간 일을 했고, 주말에도 하루 3.9시간 그리고 휴가 중에도 평균 2.4시간 일하고 있었다. 47% 시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53%는 외부(이동시간 포함)에서 썼다. 61%는 사람을 만나는 데 썼고, 나머지 39%는 전화나, 서류 검토, 독서하는 데 썼다.
미국의 CEO에게나 한국의 CEO에게나 시간관리는 중요한 숙제다. 한정된 소중한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시간관리의 첫째는 소중한 시간을 ‘소중한 일’에 쓰는 것이다. 그럼 무엇이 소중한 일일까? 여기에도 여러 가지 기준이 있겠지만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Pareto)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고, 품질전문가 주란(Juran)에 의해 정리된 ‘80-20법칙’이 중요한 가이드를 제시 하고 있다. 간단히 이야기해서 세상에서 중요한 것
은 20% 정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고객이 있지만 매출액의 80%는 20% 의 고객에게서 나오고, 공장에 많은 부품이 있지만 생산량의 80%는 20%의 부품이 결정하고, 도서관에 책이 많이 있지만 대출 건의 80%는 20%의 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남자들은 넥타이를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중 매는 타이는 20% 정도 밖에 안 된다. 술자리에 가면 10명 중 2명 정도가 먹는 양의 80% 정도를 결정한다. 그러니 이 20%에 우리 시간의 80%
를 써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어디에 시간을 쓰고 있을까? 습관적으로 이일 저 일에 신경을 다 쓴다. 특히 시급한 일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있다. 이 시급한 일이 중요한 일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귀한 시간은 낭비되고 만다. 그래서 내 일 중에 소중한 20%를 가려내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현명한 CEO는 이를 위해 구체적인 아젠다(Agenda, 우선과제)를 설정한다. “금년에 제일 중요한 과제는 미래 먹거리 찾기고, 두 번째는 업무 스피드 올리기, 세번째는 인재확보다. 그런데 이번 분기 제일 과제는 인재확보다.” 이런 식으로 구체적인 과제를 정하고 거기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다. 하버드 연구에서는 CEO들이 43%를 자신이 정한 주요 아젠 다에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간관리의 두 번째는 남을 통해, 조직을 통해 일을 하고 자신이 직접 해야하는 일을 줄이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아젠다에 들어가지 않는 일은 굳이 리더가 직접 챙길 필요가 없다. 그래서 직원을 늘리고 비서를 둔다. 창업 초기에는 사장이 하나에서 열까지 다 하게 되지만, 규모가 커지고 일이 늘어나게 되면 직원을 뽑고 또 조직을 만들고 해서 사장은 전략적이고 임팩트가 큰 일만 하는 것이다. 그 이상으로 일이 넘치면 아웃소싱을 주거나 컴
퓨터 시스템으로 자동 처리한다. 인사에서 급여나 연말정산 같은 것은 아웃소싱을 주고 또 여행비 정산 같은 것은 컴퓨터로 자동 처리하게 하는 것이다. 일을 맡긴 다음에도 허락을 받게 한다든지, 중간에 상의를 하라 할수 있다. 그러나 그게 문제다. 중간에 보고를 받다 보면 개입을 하게 되고 결국 리더의 일이 되는 것이다. 일정 범위를 확실히 해두고 그범위 안에서는 직원이 알아서 하고 그 범위를 넘는 일에 대해서만 의논하게 해야 한다. 바
로 ‘Empowerment(임파워먼트)’를 하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일상적인 일이라고 해도 리더가 꼭 챙기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얼른 보기에는 별 의미 없는 시시한 잡일인데도 말이 다. 창원의 한마음 병원장인 하충식 원장은 매일 아침 직원들과 함께 병원 주변을 청소한다. 일본의 아파호텔 사장 모토야 후미코는 매일 호텔의 청소상태를 직접 점검한다. 매리어트 호텔 창업자빌 매리어트는 그가 CEO일 때 매일 고객들에게서 온 불만카드나 감사 카드는 직접 챙겨보았다. 이들이 이런 일상적인 일을 하는 이유는 그들의 가치관에 비추어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상징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일은 예외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 리더가 결코 일상에 묻혀서는 안 된다.
시관관리의 세 번째 방법은 블럭제(Blocking)를 활용하는 것이다. 12시가 되면 누구나 점심을 먹으러 가듯이 어떤 시간대(Block)을 정해놓고 그 시간이 되면 그 일을 하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학기별로 강의시간표를 짠다. 필자의 경우는 월요일과 목요일 1시 30분부 터 2시 45분까지 수업이 하나 있고, 월요일 저녁 7시 30분부터 10시 까지 수업이 있다. 이 시간은 다른 일이 방해를 할 수 없는 시간이 다. 리더들도 이런 시간대를 만들면 좋다. 제조업을 하는 사장들은 대개 아침시간에 공장을 한 바퀴 돈다. 마찬가지로 의사들도 아침시간엔 회진을 한다. 이것도 블록제라고 할수 있다. 나아가 특별한 일을 하는 특별한 블록을만들 필요가 있다. 리더가 혼자 사색을 한다든지 아니면 건강을 위해 운동이나 명상을 한다든지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든지 하는 시간은 미리 떼어놓는 것이다. LG생활건강의 차석용 부회장은 사내보고 시간을 오전 8~11 시, 오후 1~4시로 제한해 놓고 나머지 시간은 ‘
혼자만의 시간’을 고수한다. 사내에 있더라도 사람을 만나지 않고 독서를 하거나 음악 감상을 하거나 사색을 한다. 어떤 대학의 총장은 매주 목요일 점심을 포함한 2시간은 학생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잡아둔다. 이 시간은 다른일정을 비우고 오로지 학생들만 만난다. 총장실로 초대하기도 하고 학생식당으로 가기도 한다. 블록은 주간 단위로 하는 것이 좋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월별로, 분기별로 그리고 연간으로 잡을 수있다.
마지막으로, 이상의 시간관리 원칙을 지키게 하는 것은 기록이다. 시간이라는 것은 눈에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으면 평가를 할 수 없고 또 개선하기도 힘들다. 그래서 시간관리를 기록해 보자는 것이다. 자신이 중요시하는 아젠다와 우선순위를 기록해 보고 또 매일 ‘할 일 목록’을 만들어 보는것이다. 대체로 그날의 미팅 스케줄을 기록하고 관리할 것이다. 나아가 ‘할일’ 리스트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시간이 보인다. 어디에문제가 있고 어디에 아쉬움이 있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개선은 그렇게 이루어진다. 진정한 리더는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시간을 제대로 쓸 줄아는 사람이다.

 

 

 

<월간PT 2018년 10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