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미래 책의 종말인가, 진화인가? 미디어의 미래 책의 종말인가, 진화인가?
김재호 2014-11-04 09:5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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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항상 편리하고 발전된 매체로 그 중심을 옮긴다. 길거리에 붙은 방문이 정보를 제공하던 시대에서 각 가정에 배달되는 종이 신문 뉴스가 최고의 정보 제공 수단이던 때가 있었다. 그 후 라디오가 등장했고 텔레비전이 뒤를 이었다. 정보는 이제 영상과 소리를 함께 타며 실시간으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책도 마찬가지다. 처음 전자책이 나올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고 있던 종이 책을 덮고 전자책을 오픈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전자책이 종이책의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현재 전자책 매출의 60%는 스릴러, 로맨스와 같은 장르 소설에 집중돼 있다. 기존에 종이책으로 팔리던 가벼운 내용의 책이 전자기기 독서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전자책은 가볍고 일회성이 강한 장르의 책에서 한정적으로 두각을 나타낼 것이고, 전자책과 종이책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두 가지 형태의 책이 공존하는 형태로 나아갈 것이다.

 

결과적으로 화면 분할이 자유롭고 사람들의 추천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으며 요약본까지 빠르게 움직이는 전자책은 기존 종이책 시장의 일부분을 더욱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진보한 미디어라도 유효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으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즉,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없다면 널리 퍼지지 못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우리는 종이책의 미래라 불리는 ‘전자책’에 주목해야 한다. 전자책과 그 산업구조는 어떠한 특징이 있고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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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의 문제점
전자책의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의 다양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고 싶은 책을 전자도서관에서 구비하고 있을 확률은 하늘의 별따기다.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저자와 출판사간의 불신 등으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 전자책은 읽을 책이 없다. 수 만종의 전자책을 판매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는 판매하지 않는다.


가격적인 면도 살펴보자. 종이책은 출판에 많은 고정비용이 들 뿐 아니라 종이값 등의 변동비용이 든다. 전자책은 고정비용이 적을 뿐 아니라 변동비용은 0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유통비용 측면에서도 전자책은 훨씬 유리하다. 전자책의 유통에는 물류비용이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아마존의 Kindle Direct Publishing와 같이 출판사를 끼지 않고 직접 출판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전자책은 구조적으로 가격이 저렴할 수밖에 없다. 또한 전자책만 출판하거나 전자책이 성공해서 종이책을 낸 전자책의 경우 훨씬 저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존의 경우 이러한 책들은 대부분 1~3불 정도이고 이를 백만 권 이상 판매한 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 대부분의 책들이 종이책과 전자책이 같이 출판되기 때문에 가격에 큰 차이가 없다. 우리나라가 엄청난 스마트폰 보급률을 가지고도 미국 등 선진국보다 전자책 보급률이 적은 결정적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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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전자책 산업구조는?
국내의 전자책 시장은 심각하게 ‘파편화’되어 있다. 교보문고 샘, 출판협회의 크레마 터치 등 전자책 단말기업체에서부터 대형 서점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경쟁자들이 한국의 아마존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른 플랫폼들과 마찬가지로 전자책 유통 플랫폼도 규모의 경제가 매우 중요하다.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을 만들어 통일시켜 가격과 안정성을 향상시켜야 더 많은 독자가 전자책 시장으로 손을 뻗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라 꼽았던 ‘판매모델과 가격정책’ 문제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자책이 여러 제도에 묶여 다양한 가격정책을 펼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전자책은 종이책과는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패키징과 가격정책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틀 안에서 움직인다면 스스로를 묶고 경쟁하는 꼴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챕터별로 구매하는 모델, 아마존에서 시도하는 교과서 대여모델, 음악이나 영화서비스에서 사용되는 월 구독 모델 등 다양한 판매모델과 가격정책을 시도하여 저자, 출판사, 독자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판매모델과 가격정책의 변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수익 및 배분 구조’ 역시 다변화 해나가야 한다. 수익구조의 측면에서는 독자로부터 얻는 수익 이외에 광고를 기반으로 한 수익모델 등 다양한 방식을 시도하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광고를 기반으로 무료인 책도 가능할 것이다. Metro 신문이 그 성공적인 예다. 외부 취재 기사를 엮어 무료로 배포하는 Metro 신문은 광고로만 수입을 창출하는 신문으로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했다.

 

전자책 자체의 변모
국내 외 출시된 다양한 전자책들은 향후 멀티미디어 및 소셜 연동, 쌍방향성이라는 큰 축을 바탕으로 진화해 갈 것이라고 생각된다. 종이책이 그림이라면, 전자책은 텔레비전이다. 전자책이란 미디어 환경은 정적인 종이책과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결국 미래에는 종이책을 그대로 옮긴 전자책은 점점 쇠퇴하고 전자잡지와 같은 Interactive book이 주류를 형성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등장하고 있는 이러한 App book이나 Interactive book 등 새로운 형태의 책들은 일반적인 전자책에 비해 제작비가 훨씬 많이 들고, 기존 수동적이고 활자 중심적인 소비자의 독서 습관과도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당장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프리미엄 시장이 틈새시장을 형성하는 정도로 시작되어 전자책의 표준이 점차 진보하면서 멀티미디어성, 쌍방향성, 소셜과의 연동을 단계적으로 포함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발전할 것이다.


전자책의 미래를 예측하며 전자책을 몇 가지 특징을 짚고 넘어가보자. 전자책은 그림과 글자가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움직일 수 있다. 종이책은 독자가 손으로 만지든, 책장을 넘기든 어떤 입력도 받아들일 수 없는 정적인 매체지만 전자책은 입력장치를 갖추면 독자의 입력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전자책의 내부는 소형 컴퓨터와 마찬가지로 CPU가 있고 RAM이 있으며 저장장치도 있다. 통상적인 모바일 컴퓨터의 요소를 전부 가지고 있는 게 전자책 단말기다. 그렇기에 전자책은 모바일 기기의 특성처럼 무선 랜이나 3G등의 데이터 통신 기능을 가지고 있고 데이터의 이동이나 교환도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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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징들을 전자책에 적용하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진보된 책의 개념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요소를 전혀 이용하지 않고 그냥 종이책을 옮긴 형태로 만드는 것은 텔레비전 시대를 맞았는데 화면은 안 나오고 라디오처럼 계속 소리만 내보내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전자책이 보다 전자책답게 나아갈 미래를 상상해보자. 아이패드에서 가장 인기리에 팔리는 와이어드란 잡지는 그저 종이잡지를 스캔해서 옮겨놓은 방식이 아니다. 독자가 사진을 만지면 사진이 움직이고, 인터뷰 영상에서는 목소리가 직접 흘러나온다. 전문용어를 클릭하면 해당단어를 해설해주기도 한다. 와이어드는 종이책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잘 이용하고 있지만 이것조차도 초창기에 불과하다.


전자책은 얼핏 보기에는 종이책 형태로 편안하게 읽을 수 있지만 독자가 반응을 원하는 순간 바로 반응해서 더 많은 즐거움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상상을 해보자. 소설 속에서 <비가 내리는 어느 날의 교외>라고 했을 경우, 그냥 책장을 넘기면 종이책처럼 넘어간다. 하지만 만일 그 단어를 클릭하면 팝업 형식으로 그림이나 사진이 뜬다. 그리고 그 사진을 클릭하면 비가 내리며 빗소리를 들을 수 있다. 어린이 책에서는 스핑크스가 질문을 한다. “아침에는 네 다리로 걷고...” 이 질문에 독자가 빨리 대답을 입력하지 않으면, 이야기는 정상이 아닌 전혀 다른 배드 엔딩으로 넘어간다. 영화 <나비효과>처럼 독자의 행동과 말이 소설 내용 자체를 바꿔버린다.
소셜 및 쌍방향적인 측면에서는 어떨까? 독자가 책을 읽는 동안에도 통신을 통해 내용이 새로 갱신되기도 하고, 새로운 챕터가 작가에 의해 추가되기도 한다. 오류 수정도 쉽게 이뤄지며, 다른 독자의 감상평이나 조언도 실시간으로 책에 표시되어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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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인쇄에서 전자로의 변환이 아니다.
이렇듯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의 변화는 단순히 인쇄에서 전자로의 변환, 혹은 기존 출판사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플랫폼 회사들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이상의 변화를 내포하고 있다. 20세기 후반의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베스트셀러로 대표되는 기호소비의 시대가 지났음을 의미하며, 이러한 환경을 지탱해주던 유통망의 변화 또한 내포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수많은 종류의 앱과 상부상조하면서 성장한 것처럼, 전자책 또한 출판사를 거치지 않고도 누구나 자신의 책을 내고 판매할 수 있게 함으로써 서로의 콘텐츠를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런 모든 것은 작가 혼자서 할 수 없다. 앞으로 좋은 전자책은 점점 스탭을 구성해서 기획하고 디자인해서 내놓는 집단 예술이 될 것이라는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한다. 출판사와 작가의 협력과 보다 진보한 발상 역시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자책은 통상적인 책의 의미를 변화시킬 것이다. 기존의 독서라는 개념을 넘어선 새로운 구조로 말이다. 우리 역시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전자책의 홍수 속에서 현명한 독자가 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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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몇 해 전 영국 BBC는 이색적인 다큐멘터리를 선보였다.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출판 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책 마지막 장?(Books-The Last Chapter?)’이었다. 당시 전자책은 단연 영국 출판계의 화두였다. 하퍼콜린스, 랜덤하우스, 펭귄 같은 영국 유수의 출판사는 각각 전자책 시장의 성장률이 세 자릿수 이상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BBC가 과연 종이책은 사라질 것인지, 앞으로도 존재할 것인지 질문을 던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미국 출판사 사이먼앤드슈스터의 편집부장은 “종이책의 90%는 5년 안에 사라질 것이며, 앞으로 나오는 종이책들은 애호가의 소장품 용도로 아주 비싼 가격에 소수만 존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2011년 맨부커 상을 받은 작가 줄리언 반스와 ‘외설(Smut)’, ‘평범하지 않은 독자(The Uncommon Reader)’ 등의 히트작을 발표한 작가 앨런 베닛은 종이책에도 미래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종이책과 함께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책들의 생명을 연장시켜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작가와 함께하는 도서 낭독회 혹은 사인회 등의 행사에서 작가와 독자는 종이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교감한다는 것이다.
랜덤하우스 사장인 게일 리벅은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책의 형태가 변하는 것일 뿐 그 내용물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어떤 이들은 종이책을, 또 다른 이들은 전자책을 선호하겠지만 책에 대한 관심이 존재하는 한 출판사나 편집자의 역할은 그대로일 것이라는 주장이다.

 

전자책을 위해 필요한 것들
이처럼 종이책의 미래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며 생각을 하는 상황에서 과연 종이책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종이책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우선, 전자책을 읽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전자책이다. 전자책이 널리 퍼졌다 해도 현재 전자책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인가?


전자책을 위한 용도로 상품을 구매하기에는 가격에서 부담이 되는 부분이 있으며, 전자책만을 위한 기기를 구매한 사람보다는 아이패드와 갤럭시탭,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전자책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전자책 기계가 있다 하더라도 다시 전자책 콘텐츠를 구매해야하기 때문에 부담은 배가 될 수 있다. 반면 종이책의 경우 한권의 가격이 전자책 기기와 전자책 가격에 비해 저렴하며 평생 소장할 수 있다.
두 번째, 전자책은 이름 그대로 전기가 필요한 책이다. 배터리가 없으면 기계가 작동하지 않아 책을 볼 수 없으며, 배터리가 없을 때 충전기나 전기가 주변에 없으면 더 이상 책을 읽을 수 없다. 때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기에는 배터리에 대한 부담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종이책의 경우 휴대하고 있기만 하면 언제어디에서나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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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전자책을 보고 있으면 전자파와 화면의 빛으로 인해 눈이 피로도가 금방 쌓여 책을 오래 보기 힘들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전자책이 시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눈을 상당히 피로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태임 교수는 “빛을 쏴서 글씨를 보이게 하는 발광체이기 때문에 일반 종이 책보다 눈에 자극을 많이 주고 눈의 피로도를 가중시킨다”고 설명했다. 최근 종이책을 보는 것과 흡사할 정도로 눈에 편안함을 준다는 ‘전자잉크’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지만 주관적인 눈 편안함에서는 전자책이 종이책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나라에는 전자책의 콘텐츠가 많이 부족한 상태여서 다양한 책을 골라 읽는 것이 어려운 상태다. 국내 전자책 콘텐츠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증가 추세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일단 전자책 콘텐츠의 규모가 부족하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출판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베스트셀러 상위 20위권 중 전자책으로 출간되는 책은 60% 수준이다.


풍성한 콘텐츠 공급이 우선
출판업계 관계자들은 “현시점에서 전자책 시장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풍성한 콘텐츠 공급”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렇기 때문에 종이책으로 있는 책이라고 전자책으로 항상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자책이 있어도 종이책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은 현재 발전하고 있는 중이며 완전히 보급화가 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점점 발전해 갈 것이고 이와 함께 종이책 역시 그만의 매력으로 전자책 시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종이책의 승리라고 할 수 있으며 훗날 전자책이 보편화 되어도 책장을 넘기는 그 손의 그리움과 필기하는 느낌은 전자책이 따라올 수는 없을 것이다.

 

<출처 월간PT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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