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 - 동서양의 바다관
이명규 2014-05-07 11: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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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태초의 바다-손상철 作(제6회 대한민국해양사진대전 동상)
출처. 한국해양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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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화함대의 기함인 정화보선 복원 모형
출처. 한국해양재단>

 

해양문화 - 동서양의 바다관

 

* 신화와 종교 속에 녹아 있는 바다관
인류에게 있어 조선술과 항해술이 발전하기 이전의 바다는 재해를 일으켜 인명을 앗아가는 경외의 대상이며, 초자연적인 존재로서 신앙의 대상이자 신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따라서 바다와 관련된 신화와 종교에는 당시를 살았던 사람들의 바다관이 녹아있다.

 

* 동양의 바다관
바다에 대한 동양의 인식은 서양에 비해 상당히 철학적이다.
우선 우주 만물의 생성과 운영 원리를 규명하는 주역의 음양오행설은 만물이 음과 양의 대칭으로 구성되며 화, 수, 목, 금, 토 오행이 함께 어우러져 상호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고 보고 있다. 우주 만물은 시작과 끝이 없이 영겁의 세월로 흐르며, 물과 흙이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순응을 통해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또한 동양사상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불교에서는 파도를 번뇌, 바다는 진리로 비유하기도 한다. 불교의 대표적 경전 중 하나인 화엄경에서는 ‘모든 번뇌가 사라진 부처의 마음속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모든 업이 똑똑하게 보인다’는 뜻의 해인삼매(海印三昧 : 파도가 그친 뒤에는 찬란한 바다에 삼라만상 모든 것이 도장 찍히듯 선명하게 그대로 비쳐 보인다)라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 서양의 바다관
서양에서의 바다 이미지는 대단히 부정적이다. 그리스 로마신화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매우 괴팍하고 화를 잘 내는 신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Homeros, BC800~759)가 지은 오디세이아(Odyseia)라는 대서사시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일리아스(Ilias)와 오디세우스(odysseus)라는 인물의 해양모험담을 다룬 작품으로 그 당시까지 전해 내려오던 전설들을 종합하여 완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트로이전쟁 당시 이타케(Ithake)의 영주 오디세우가 10년 만에 트로이성을 함락시키고 귀국하는 도중에 포세이돈의 미움을 사 그의 방해로 10년 간 바다를 떠돌며 겪는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은 제우스, 하데스와 함께 티탄족의 전쟁이 끝난 이후 우주를 나누어 가진 세 신 중의 하나이다. 신화 속에서 이처럼 비중이 큰 신임에도 불구하고 도시의 수호신이 되기 위한 다른 신과의 경쟁에서 대부분 패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또한 서양 정신체계의 기본을 이루는 기독교의 성경에도 바다가 부정적으로 묘사 되고 있다. 우선 시편 95편 5절에 하느님이 창조하신 바다는 6일 동안 이루어진 창조에서 good(보시기에 좋았더라)이라고 선언되지 않았으며, 욥기 41장 25절에서 모든 교만천사의 왕이라 지칭한 괴물 라바이탄이 사는 곳으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성경은 반항적인 민족과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하지 않는 왕들을 반복해 바다에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다를 아주 사악하게 표현하거나(욥기 38장 8~11절) 바다가 도시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고(이샤야서 23장 4절) 적고 있다.

이처럼 서양의 바다관은 자연 만물에 대한 인간의 지배와 천지창조, 최후심판 등 우주 만물의 시작과 끝을 명확히 구분 짖는가 하면 신의 세상과 인간의 세상을 확연히 구분하고 있어 바다를 현실 극복적으로 보아 도전하고 정복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 도전의 바다와 교화의 바다
바다에 대한 동서양의 기본 인식의 차이는 해상활동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서양에서는 바다는 악(evil)으로 인식한 만큼 도전하고 극복하고 정복해야 하는 대상이다. 따라서 바다에는 모험과 도전이 넘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식민지, 교역 등이 서양 문명의 젖줄이 되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서양의 도전과 모험정신이 가장 잘 드러난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그리스 시인 아폴로니오스(Apollonios Rhodiol. BC 295 ~ BC 215)가 쓴 아르고나우티카(Argonautica)라는 영웅서사시는 서양해양문학의 백미로 꼽히는 작품의 하나이다.

이 서사시 내용을 아이손왕이 선왕이 숙부에게 잠시 위탁한 왕위를 되찾기 위해 아르고스가 만든 인류 최초의 배 '아르고호'를 타고 잠자지 않는 용이 지키는 금양모피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온갖 모험을 노래한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아르페우스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들을 아르고노트(Argonaut) 즉 원정대라 부르는데 오늘날에는 “바다에 도전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서양의 역사는 바로 이 아르고노트들이 주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동양의 불교에서는 바다는 갈고 닦아야 하는 진리가 내재해 있는 피안의 세계로 여겼왔으며, 유교에서는 일체의 욕구에서 초월한 이상적 세계로, 도교나 노자 등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와 일체를 강조하고 있어 바다는 인간이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세계이거나 가까이 해서는 안 되는 대상으로 여겼다.

따라서 동양에서는 바다를 개발하고 이용하자는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바다관이 자리 잡을 수 없었고, 9세기 장보고 대사의 동아시아 해역에서의 해양활동 중국 명초에 영락제의 명을 받아 아프리카 동부해안까지 진출했던 정화의 7차에 설친 대원정(1405~1433) 활동이 지속되지 못하고 단절되는 결과를 낳았다.
(정화함대는 1차 원정 때 62척의 선대로 총 2만 8천명이 승선했고 배의 길이가 150미터 폭이 62미터(8천여톤)에 달하는 규모였던 것에 반해 정화보다 60년 늦게 인도에 도착한 바스코다가마의 선대 규모는 120톤 내외의 선박 3척에 지나지 않았음을 볼 때 그 규모나 항해술 조선술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 문명의 발전과 동서양 해양문화의 특징
서양은 고대 문명의 성립 이래 바닷가는 문명의 중심에 놓여 있었다. 크레타문명, 미케네문명, 그리스문명, 카르타고 등 페니키아문명, 로마문명 등 이들의 경제생활과 문화교류 국가경영에 있어 지중해는 없어서는 안 될 중심적 존재였다. 모든 식량과 물자의 교류가 지중해를 통해서 이루어 졌으며, 8세기 북해를 제2의 지중해로 만든 바이킹문화, 대항해시대를 연 스페인과 포르투갈, 영국 등이 대서양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바다를 통하여 식민지 개척에 나서면서 근세의 세계사를 주도하게 된 것이다.

반면 동양에서는 기본적으로 대륙문명의 성격이 강하며, 특정 시기에는 바닷길을 통해 이국문명과 해상교류를 하고 있으나 백제 해상활동, 장보고의 해상활동과, 정화함대의 해외 원정 등 서양보다 발전된 조선술, 항해술 등을 기반으로 활발한 해상활동이 이루어졌으나 계승 발전되지 못하고 역사의 고비마다 단절되어 버렸다.

오늘날 서양이 근대사를 주도하게 된 원인도 바다를 이용하는 문화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 본 원고는 한국해양재단이 2010년-2011년 추진한 "해양교육교재 개발" 및 "해양교육 교과관련 콘텐츠 개발" 사업의 성과물을 기초로 작성되었다.

 

■ 한국해양재단 www.changpogo.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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