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ron AP 990C 본격 하이파이를 향한 웅대한 비상
임진우 2018-11-20 16:46:22

 

일단 스피커를 강하게 움켜쥐고, 그 가능성을 활짝 연 것 같은 기분이다. 고역이 개방적이고, 저역 또한 묵직하다. 스케일도 꽤 커서, 투티 시의 웅장함이 잘 드러난다. 감촉이 좋은 피아노의 꿈꾸는 듯한 터치도 매력적이다. 힘과 뉘앙스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제품들 중 다재다능한 브랜드를 꼽으라면, 다레드(Dared)가 대표적이다. 작은 몸체에 다채로운 테크놀로지를 응집해서, 특히 PC 파이를 중심으로 서서히 시장을 넓혀왔다. 다레드의 창업 연도는 1995년. 벌써 20년이 넘는 중견 기업이 되었다. 초기엔 DSP 프로세싱을 중심으로 IT 관련 연구를 많이 했다. 그러다 2004년에 USB를 통해 PC와 오디오를 결합한 개념을 처음 제안했고, 이후 업계의 주목을 받으며 쑥쑥 성장해왔다. 특히 닥터 할리를 중심으로 한 개발 팀은 다양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단, 다레드는 아무래도 중·저가 위주로, 이른바 PC 파이 내지는 입문용이 대부분이었다. 회사의 기술력은 높아지고, 엔지니어들의 내공이 쌓이는 터라, 이를 해소할 만한 출구가 필요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최근에 에어론(Aeron)을 런칭하면서, 흔히 미드 파이라고 불리는, 본격적인 하이파이 팬들을 위한 제품 개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이번에 만난 AP 990C는 처녀작으로, 일단 전 세계 곳곳에 성공적인 런칭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도 비교적 빨리 소개된 바, 아마도 이 시도는 잘 들어맞은 셈이다.
본 기는 진공관 인티앰프라는 콘셉트이지만, 요소요소에 과감한 물량 투입과 빼어난 음질 중심의 설계가 돋보인다. 무엇보다 출력관을 여럿 교체해서 쓸 수 있는 장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일단 KT150을 필두로, KT100, KT120, KT88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 KT150을 사용한 기본 출력 역시 8Ω에 55W로 준수하다. 단, 이렇게 출력관을 교체할 경우, 바이어스 조정은 필수. 이를 위해 본 기는 상단에 제대로 된 조정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정중앙에 오퍼레이션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은 앰프를 구동할 때 사용하는 것이고, 좌측의 V1, V2, 그리고 우측의 V3, V4 등은 네 개의 출력관을 가리키는 것이다. 해당 출력관을 선택한 후, 바이어스 조정 작업에 들어가면 된다.

 

한편 입력단을 보면 한 조의 XLR이 보인다. 제일 중요한 소스기를 연결할 때 요긴하다. 또 포노단도 제공된다. MM을 사용할 수 있다. 만일 MC를 필요로 한다면, 승압 트랜스 정도를 동원하면 무난하리라 본다. 한편 전면에 3.5mm 잭이 배치되어 있어, MP3을 연결해 들을 때 요긴할 것 같다.
다이렉트 파워 앰프 모드라는 기능도 제공되는데, 이것은 프리단을 생략한 채 오로지 파워 앰프만 쓸 경우다. 아마도 홈시어터를 의식한 배려일 것이다. 스펙을 보면, 20Hz-50kHz에 이르는 대역을 아우르고 있다. 이것은 진공관을 쓴 제품으로는 이례적이라 할 만큼 광대역이다. 아마도 LP라든가, 고음질 파일이라든가, 아무튼 소스기 쪽의 달라진 환경을 의식해서 이렇게 개발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외관을 보면, 정말 믿음직스럽다. 전면 하단에 두 개의 미터기가 큼직하게 배치되어 있고, 수려한 마감도 돋보인다. 무려 30kg이나 나가는 무게를 보면, 트랜스 쪽에도 아낌없는 물량 투입이 이뤄졌으리라 짐작이 된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스피커는 달리의 에피콘 2, 소스기는 레가의 아폴로 CD를 각각 사용했다.

 

첫 곡은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연주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일단 스피커를 강하게 움켜쥐고, 그 가능성을 활짝 연 것 같은 기분이다. 고역이 개방적이고, 저역 또한 묵직하다. 스케일도 꽤 커서, 투티 시의 웅장함이 잘 드러난다. 감촉이 좋은 피아노의 꿈꾸는 듯한 터치도 매력적이다. 힘과 뉘앙스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이어서 다이애나 크롤의 ‘Cry Me A River’. 화려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이 귀를 사로잡는다. 벨벳 느낌의 우아함이다. 보컬은 적절한 뱃심을 동원해서, 지를 땐 제대로 지른다. 그 힘이 충분히 전달이 된다. 물론 결코 빅 마우스는 아니다. 중간에 나오는 기타 솔로도 감각적이고, 또 매력이 넘친다. 전체적인 밸런스도 무척 양호하다.
마지막으로 마마스 앤드 파파스의 ‘I Call Your Name’. 왼쪽 채널에 유머 넘치는 피아노 인트로 등장 후, 네 명의 보컬이 정신없이 몰아친다. 무대의 중앙뿐 아니라, 좌우에도 번갈아 나타나, 무슨 게임을 하는 듯하다. 코러스 때의 웅대한 하모니는 마음을 설레게 한다. 힘과 디테일, 음색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괜히 20년 내공이 아닌 것이다.

 

 

 

수입원 다웅 (02)597-4100
가격 460만원   사용 진공관 KT88/KT100/KT120/KT150×4, 12AX7×2, 6SN7×2   실효 출력 55W   주파수 응답 20Hz-50kHz   디스토션 0.1%   S/N비 86dB, 78dB(Phono)   입력 감도 300mV, 3.5mV(MM)   입력 임피던스 80㏀, 95㏀(XLR), 47㏀(MM)   출력 임피던스 4Ω, 8Ω   크기(WHD) 43×18×35cm   무게 30kg

 

 

 

 

<월간 오디오 2018년 11월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