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aLuna ProLogue Premium - 다양한 진공관의 매력을 하나의 앰프로 손쉽게 즐기다
한은혜 2018-08-01 17:21:30

글 김남

 


진공관 5극관 앰프의 출력관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EL34, KT88/6550이다. 그리고 근자에 신관으로 개발된 KT120과 KT150을 사용한 앰프들도 자주 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5극관 앰프의 소리 차이는 3극관과 달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안 보고 들으면 거기서 거기인 경우가 많고, 근래 등장한 KT120, 150은 다소 투명도가 향상되었다는 그 정도이다. 물론 미세한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며 EL34는 재즈에 좋고 KT88은 클래식에 조금 더 낫다는 것이 종래의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한 대의 앰프를 사용하면서도 그런 5극관들을 마음대로 교체해서 쓸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해 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사실 5극관의 특성이라고 해 봐야 비슷하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발상인데도 예전 매킨토시, 마란츠 시절부터 매킨토시는 KT88, 마란츠는 EL34만을 고집해 왔다. 그리고 관을 교체하려면 대부분의 경우 내부 교정을 거쳐야 한다. 참 불편한 일인데도 오랫동안 이런 관행에 모두 익숙해지고 말았다. 진공관의 내부 특성이 엇비슷한데도 불구하고 진공관에 따라 앰프를 바꿔야 하는 이런 관행을 깨려고 근래 들어 약간씩 새로운 기종이 등장했지만, 소비자가 바이어스를 조정해야 하며 그것도 제한된 일부 진공관에 한정되는 등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항상 신제품으로 주목을 받으려면 그때까지 다른 사람이 손을 대지 못했던 신기술이 등장해야 한다. 시청기는 그런 면에서 단연코 획기적이다. 5극관 전체를 호환시킨다는 발상은 그때까지 누구도 해 보지 못했던 터였다. 그들의 제품은 이상 거론된 출력관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번거롭게 바이어스를 조정하지 않아도 자동 바이어스로 자체 조정이 되는 것이다. 물론 관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출력은 달라진다. EL34를 꽂을 경우는 35W, KT88은 40W, KT120은 44W, KT150은 48W로 달라진다.
이 제작사, 퍼스트 문(First Moon)이라는 뜻을 가진 프리마루나의 탄생 스토리는, 90년대에 네덜란드에서 CD 플레이어를 개발한 헤르만 반 덴 둥거라는 엔지니어가 미국에 세일즈를 나갔다가 진공관의 거장으로 알려진 케빈 딜을 만나 인연을 맺고 의기투합, 몇 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2003년 프롤로그 시리즈를 런칭하면서 대성공을 거두게 되는 곡절이 들어 있다.
그들의 레퍼런스 제품은 다이얼로그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인데, 시청기는 다이얼로그라는 명칭 대신 프롤로그라는 명칭이 붙어 있고, 다이얼로그 프리미엄이 지닌 몇 개의 기능을 생략한 실용기이지만 성능은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울트라리니어와 트라이오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과 AC 오프셋 제어, 서브우퍼 연결 기능 정도가 생략되었을 뿐이다.
 


‘단순히 누가 좋다고 해서 그 제품을 사지 마라. 사려면 완벽한 제품을 사라. 10년 이상, 아니 평생 쓸 수 있는 예술의 경지에 다다른 제품을 사라.’ 프리마루나가 처음 제품을 출시하면서 내건 선언문이다. 당돌하기 짝이 없다. ‘그럴싸한 외장을 하느라 값만 비싸지만 내부를 보면 프린트 기판을 쓰고 있고 싸구려 부품으로 만든 제품과 저렴하면서도 무겁고 하드와이어링 방식으로 만들고 최상의 부품을 쓴 우리 제품을 어디 한 번 비교해 봐라.’ 그런 광고문도 함부로 내걸 수는 없을 터이다. 그런 자신감은 부품과 회로, 제작 과정의 자신감에서 나올 수 있을 것인데, 사실 사용자가 내부를 열어 일일이 그것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용량의 토로이달 트랜스포머를 사용하는 것과 함께 전원이 들어가도 진공관 앰프답지 않게 일체의 험이 없는 정숙함에서 우선 만듦새를 짐작할 수 있겠다. 하드와이어링이라는 것도 기본이다. 하드와이어링으로 만들어진 수제품은 그 수명이 장구하다. 반세기 정도는 너끈하다. 지금도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50년 이상 된 빈티지 앰프들은 전부 하드와이어링 제품인 것이다. 제시되어 있는 부품들도 모두 잘 알려진 유명한 것들이다. 게다가 가격대 성능비 높은 진공관 앰프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시점이지만 디자인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과장되지 않은 크기인데 기묘한 공간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NAD의 CD 플레이어와 이번 호 시청기인 달리 루비콘 2와 매칭. 이 스피커는 감도가 87dB이다. 시청기에는 EL34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래서 출력은 35W. 통상적으로 볼 때 반도체가 아닌 진공관 앰프로서는 합리적인 수준. 보통 5극관 앰프를 듣게 되면 우선 약간 두툼한 음색을 떠올리게 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음촉 끝이 가늘며 섬세하기 짝이 없다. 그러면서도 음이 모두 명확하다. 현 독주는 윤기와 습기를 머금고 있으며 매끄러움이 상당하다. 이 부분은 분명히 스피커 달리의 특성도 배합되어 있을 것이다. 금관 밴드는 흥분하지 않고 산듯하며 팝 보컬은 약간 묵직하면서도 중립적. 사용상의 편리, 괜찮은 만듦새, 좋은 음질, 3박자가 어울려 있는 제품이다.
 


수입원 아이월드 (02)780-3116
가격 300만원   사용 진공관 EL34×4, 12AU7×4   실효 출력 35W(Ultralinear)   주파수 응답 20Hz-30kHz(±0.5dB)   THD 1% 이하   S/N비 89dB   출력 임피던스 4Ω, 8Ω   입력 감도 300mV   크기(WHD) 36.5×20.3×39.1cm   무게 21kg

  <월간 오디오 2018년 8월 호>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