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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사드보복 완전 해결되나
신용경제 2018-01-05 15:10:20

새해에는 기대감을 주는 소식들이 몇 가지 있다. 세계경제 기상도 역시 맑음이다. 2018년 세상은 좀 더 안전해지고 신나는 구경거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남지 않은 평창동계올림픽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의 사드보복을 끊어냄과 동시에 북한 김정은이 다시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쏘지 않게끔 중국의 협조가 긴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 후 이 두 가지 문제를 풀어내는 게 급선무다.

 

김세형
매일경제신문 논설고문

 

좀 더 안전해지고 신나는 2018년
새해 한국에겐 좋은 기대감을 주는 소식들이 몇 개 있다. 우선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돌파하고 연초부터 평창동계올림픽 (2월 9일~25일)이 잔치분위기를 돋울 것이다. 인구 5,000만이 넘고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국가는 지구 상에 일곱 나라밖에 안 된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한국이다. 이제 세계는 한국을 선진국이라 부를 것이다.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도 3000을 넘을 수도 있다.
세계경제 기상도 역시 맑음이다. 세계 GDP 성장률은 3.7%로 작년 3.6%를 살짝 웃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겐 좋은 소식이다. 미국과 한국이 연거푸 금리를 올리면 부동산, 증시 투자자는 조심해야 할 것이고 금리 인상 여파로 연말에는 10년만의 경제위기 그림자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있으니 경계감을 높여야 할 것이다.
입만 벙긋하면 인공지능(AI)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기술의 세계는 무엇으로 인류를 신바람 나게 해줄까. 미국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 ‘스위치블레이드(SwitchBlade)’를 최초로 판매할 것이다. 일본에선 드론으로 우편배달을 시작할 것이라고 영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예측했다. 절대로 녹아 흐르지도 폭발하지도 않는 신형 원자력발전 AP1000(미국 조지아 주에서 웨스팅하우스 기술), 유럽형 가압방식 EPR(프랑스) 등이 마침내 완공돼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가 무조건 신규 원전을 안 짓는다는데 한국의 발전을 위해서 재고하면 좋겠다.
종합적으로 2018년 세상은 좀 더 안전해지고 신나는 구경거리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이 또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하고 트럼프가 화가 나 북한을 폭격하는 사태가 일어나지만 않는다면…. 그런 불상사를 막자고 문재인 대통령이 홀대론을 무릅쓰고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과 한중정상회담을 했는데 효과가 드러나면 한국엔 큰 호재다. 사드보복으로 GDP성장률 0.2~0.3%가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냉정히 계산하면 한국에 안보와 경제를 합쳐 가장 중요한 국가는 단연 미국이다. 그런데 경제 측면만 놓고 보면 무역의존도 1위는 중국이 약 25%이고 홍콩, 대만을 합치면 33%쯤이다.
한·미·중 3국에 운명적인 장애물은 김정은의 핵무장이다. 한국에 미국, 중국, 북한은 마(魔)의 3각 함수다. 새해 성공적인 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려면 중국의 사드보복을 끊어내고 북한 김정은이 또 핵실험을 한다거나 ICBM을 쏘지 않게끔 중국의 협조가 긴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중정상회담 후 이 두가지 문제를 풀어내는 게 급선무다.

 

사드문제에 대한 중국의 속내
한중정상회담 직후 기자 폭행, 문 대통령 혼밥 등으로 한국은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되고 얻은 것은 없다는 게 야당과 일부 지식인의 평가였다. 청와대는 사드보복 해제, 한중경제 정상화를 얻어냈다면서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한중정상회담성과를 자랑하라고 장관들을 독려했다.
그런데 회담 후 1주일도 안 돼 중국 전투기들이 한반도 해역에 출몰하고 산둥, 베이징에 해제된 한국단체관광 여행마저 취소되고 있어 정상회담에서 무슨 성과를 냈다는 건지 의문이 든다.
여기서 중국의 서열 1, 2위인 시진핑, 리커창의 당시 발언을 다시 눈여겨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시진핑은 “관건적 시기에 문 대통령 방문으로 양국관계는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사드문제는 한국이 적절히 처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중 FTA의 서비스분야 협상 시작도 알렸다. 리커창은 “겨울(冬至)이 지나면 곧 봄이 온다”면서 “한중 경제·무역부처 간 소통채널을 복원시켜야 한다. 한중관계가 발전하면 많은 기업이 혜택을 입을것”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14억 중국을 쥐고 흔드는 두 지도자의 언어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조건부’ 임을 알 수 있다.
시진핑은 (한국이) 사드문제를 처리해야 하고, 리커창은 “한중 관계가 발전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그냥 정상회담을 했다고 공짜로 풀어주진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국의 자체 계산일 뿐, 한국은 감정도 의지도 없는 무생물이 아니란 점을 중국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 홀대, 그리고 기자폭력은 한국인의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기자 폭행에 대해 중국당국의 조사발표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공식사과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는건 오산이다. 국난기엔 의병대를 일으키는 한국인의 기질을 감안하면 간단치 않을 것이다. 당장 시진핑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온다면 누구하고 밥을 몇 끼 먹을지, 중국 기자들을 가둬 둬야할지 말지 흥분된 여론은 좀체 가시지 않을 것이다.

 

 

한중경제관계 정상화를 위한 5개의 고비
결론적으로 언제쯤 한중경제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다고 판단해도 좋을까. 필자는 최소한 5개의 고비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평창올림픽에 북한 참가 및 그 이후에 관한 사항이다. 사실 벼락치기 한중정상회담은 그 목표가 평창올림픽에 북한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3개월밖에 (폭격)시간이 없다 하고 그것을 막으려면 북한 올림픽팀을 참가시켜 남북해빙무드를 조성하면 된다는 계산이다. 그와 함께 시진핑참석(또는 중국 고위대표단 파견), 일본의 협조가 이뤄지면서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시키기는 1석 4조의 효과를 노리고 한중정상회담 날짜를 역설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해석하면 왜 방중을 그렇게 서둘렀느냐는 의문이 비로소 풀린다.
한중회담이후 최문순 강원지사가 북측 체육계대표와 두 차례 회담하고 강경화 외무장관이 아베초청을 위해 서둘러 일본으로 날아간 배경도 이해가 된다. 아베 참석은 위안부문제가 걸림돌이 돼 불발되고 말았다.
북측은 동계올림픽 예선 통과 종목이 남녀혼합 피겨스케이팅 한 종목밖에 없고, 임의 참가시켜준다 해도 모조리 꼴찌를 하면 국가 망신이라고 참가를 극히 망설였다는 후문이다.
결국, 북한의 평창 참가를 위해 중국에 ‘3불 정책’ 합의서를 써준 셈이다. 동계올림픽이 끝나고 남북관계가 모종의 대화국면으로 들어서 그것이 핵 문제 해법으로 작용한다면 성공이다.
그런데 아무런 진척이 없다면 난감해진다. 둘째, ‘사드의 단계적 처리’를 둘러싼 한중의 이견 해소다. 한국은 사드처리를 기존 성주에 설치된 것은 인정하고 추가배치를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 측은 성주 1차분을 궁극적으로 돌려보내는 것으로 인식하면 큰 차이가 난다. 관광객 돌연 중단이 혹시 ‘사드의 처리’와 관련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사드보복으로 큰 피해를 입었던 롯데, 현대차의 경우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다.
중국은 평창-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을 상호방문의 해로 하자는 우리 측 제안을 거절했다. 한중경제인 회합에 한국은 정의선, 최태원, 구본준, 손경식 회장 등 동원할 수 있는 거물 회장을 총동원했는데 중국 측은 작은 회사들의 부(副 vice)사장들만 동원한 점도 영 석연치 않다. 사드보복이 풀린다는 청와대의 설명이 정말 옳은지는 3개월 이내에 판명이 날 것이다. 사드이견 해소는 결정적으로 중요한 변수다.
셋째, 북한 김정은이 7차 핵실험에 나설 경우다. 이 경우 미국은 전쟁위험이 70%라고 공언했다. 미국이 북한을 폭격해 전쟁이 발발하면 한중정상회담 성과는 휴지가 될 것이다. 설사 전쟁이 안 나더라도 김정은이 핵 도발을 하면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것이고, 한국은 양자택일 시 미국을 편 들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한중경협 시나리오는 엉망진창이 돼 버릴 공산이 크다. 문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 “한중은 공동운명체” “난징대학살에 애도와 위로를 드린다”와 같은 발언을 했다.
공동운명체는 지금껏 한미 간에 붙은 수식어일 뿐, 한반도를 분단시킨 6·25전쟁에 적이었던 중국과 그런 가치를 공유한 적이 없다. 중국은 19차 전당대회를 마치면서 시진핑 주석이 신정부 100주년에는 경제·군사 면에서 세계 1위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한중정상회담 3일 후 신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했다. 그 내용은 중국의 부상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두 고래 싸움에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성공하지 못하면 죽을 판이다.
넷째, 기자 폭행사건과 대통령 홀대론 후 한국의 반중국 정서가 어디로 튀느냐다. 시진핑지도부는 사드배치에 분이 안 풀려 본때를 보이자고 별렀고, 기자 폭행도 각본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문 대통령이 한국을 작은나라로 비하하고, 중국의 큰 꿈을 칭송한 발언은 정상 간 합의내용보다 훨씬 폭발성이 크다.
향후 시진핑 방한 시 누구와 밥 약속을 할지, 기자단 동향에 대한 국민시선이 따가워 급하게 귀국해야 할지 모른다.
국민감정의 악화는 향후 양국정상의 발걸음을 천근만근 무겁게 할 것이다. 중국의 환구시보를 비롯한 언론의 한국에 대한 보도 태도는 시정되어야 양국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폭행사태는 국제언론인협회도 문제로 삼은 만큼 중국은 G2라는 대국의 모습을 보이려면 확고한 재발방지책과 깔끔한 사건처리를 국제사회에 증명해 보여야 한다.
다섯째, 중국경제가 위기에 처하는 경우다. 중국은 새해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GDP 성장률이 6.5% 이하로 떨어진다. 중국경제도 내 코가 석 자의 처지가 되면 한국기업을 쓰러뜨려야 제살길을 찾는다. 이미 자동차, 전자, 조선, 철강 등 많은 분야에서 사활을 건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충칭 현대차 공장에 들러 시장을 제패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이는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현지를 방문해 보면 현대차의 전략이 실패해 어려운 것이지 사드보복이 부진의 실체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자동차 배터리사업에 한국의 삼성SDI, LG화학 등이 대량 투자해 공장을 완공했으나 중국정부는 한국 배터리를 쓴 자동차는 보조금 지급을 불허했다. 이것을 허용하는가 여부가 ‘중국의 진정한 변화’를 증명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롯데그룹은 심양에 수조 원을 들여 복합 상업단지를 완공했으나 그대로 놀고 있다. 이를 풀어주느냐도 중국의 ‘회개’를 읽게 할 가늠자다.

 

對중국 의존도를 낮춰라
한국은 사드보복, 북핵문제 등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의 본심을 읽었다. 시진핑의 말 한마디에 수조 원을 들인 사업이 열렸다 닫혔다 했다. 중국의 소비시장, 4차산업혁명의 진행은 절대로 패싱(passing)할 수 없는 게 한국기업의 숙명이기도하다. 정도의 문제다.
답은 한국이 차제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25%에서 10~15% 수준으로 낮추는 길이다. 특히,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7.5%로 세계에서 가장 높고, 인구는 2024년 중국을 추월해 세계 1위가 된다고 한다. 세계 신생아 출생은 내년을 계기로 아시아가 세계 50% 미만으로 떨어지고 아프리카가 급부상한다. 세계의 시장은 넓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 낮추기는 단기적으로 한중관계에 봄날이 오느냐와는 별개 문제다.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중국의 소프트파워(soft power)가 아닌 샤프파워(sharp power)로 별칭을 붙였다. 소프트파워는 인류에 매력을 주는 문화의 힘이다. 샤프파워는 인근 국가를 괴롭히거나(bullying) 공포감(fear)을 주어 굽실거리게(kowtow) 만드는 깡패의 힘이다.

 

 

필자약력
前 매일경제신문사 논설위원, 매일경제신문사 편집국장, 국민경제자문위원,
규제개혁위원, 편집인협회 부회장, 매일경제신문사 주필/ 現 매일경제신문사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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