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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평가와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과제
신용경제 2018-05-02 14:31:46

김현욱 교수 국립외교원

 

4월 27일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오전 9시 반부터 시작된 남북한 정상 간의 만남은 그 자체가 역사적 행사였다. 김정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으로 걸어왔으며,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또한, 두 정상이 북쪽 지역으로 월경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인 장면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모두 발언에서 그는 매우 격의 없는 태도를 보였으며, 평양냉면 관련하여 “평양이 너무 멀다”라는 언급을 하고 이를 번복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오후에 두 정상이 보도다리에서 단독회담을 가진 것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30분간의 단독회담은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보는 이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으며, 이전 정상회담에서 보지 못했던 정상들 간의 친밀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사실 이번 정상회담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많은 굴곡이 있었다. 작년 한 해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있어 핵 무력건설의 해였다. 이를 향해 북한은 매진했으며, 작년도 6차 핵실험을 비롯한 수차례의 장거리미사일 발사시험이 있었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은 강력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 역할론을 강력하게 거론하면서 북한을 압박했고, 미·북 정상 간에는 설전까지 오갔다.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도 거론되었으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외교적 해법이 불확실했으며, 상황 반전에 대한 해법이 모호했던 시기였다.
올해 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핵 무력건설이 완성되었으며, 새로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피력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파견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뭔가 상황이 변화할 수 있는 징조가 엿보였다. 한국 측의 외교력도 매우 집요했다. 올림픽 여자하키 단일팀 구성을 이루어내고 이를 통해 평창올림픽에서 남북화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서서히 북미 간 회담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한국특사단의 평양방문 이후 이루어진 미국방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제의를 수락했으며, 이는 매우 역사적인 기대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제가 앞섰으며, 낙관론보다는 비핵화에 대한 비관론이 만연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외교적 해법은 마련되기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 한미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외교적 조율과정이 일정을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로 미국의 협력과 지지가 시작되었다.

 

판문점 선언의 세 가지 구성
어렵게 만들어진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루어진 판문점 선언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첫 번째는 남북관계 개선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성지역에 설치하기로 하였다. 또한, 2018년 8월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시아경기대회에 공동 진출키로 했다.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이산가족상봉은 8·15를 계기로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
남북 간 경제협력과 관련하여서는 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의식하여 동해선 및 경이선 철도와 도로 연결만 언급하였다. 이밖에 10·4 선언에서 합의된 각종 사업을 적극 추진해 나간다고 합의하였다. 이러한 경제협력 부문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경제제재 부문에 어떤 합의 사안이 도출되는지를 고려하여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부문은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이다. 기존 남북한 두 국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보다 실질적 조치를 취한다는 차원에서 전쟁위험 해소 부분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내용으로는 비무장지대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만들기로 하면서, 이를 위해 확성기방송과 전단 살포를 중지하는 한편,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기로 하였다. 5월 중에는 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하여 군사적 보장대책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세 번째 부분은 평화체제 구축과 비핵화이다. 평화체제와 관련하여 양국은 올해 중으로 종전을 선언키로 하였다.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통해 종전선언, 평화협정 전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추진하기로 합의하였다.
여기서 여전히 결정되지 않은 부분은 3개국이냐 4개국이냐의 문제이다. 현재 북한은 3개국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며, 한국 역시 중국은 한국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입장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중국은 시진핑 정부 때부터 냉각되어 온 북·중 관계 개선에 매우 적극적인 입장이다. 중국의 대북정책은 주로 미국의 아시아정책과 연관되어 추진되어 왔다. 즉, 미국의 아시아개입이 적극적일 경우 중국은 북한의 도발과 핵실험에도 북한을 감싸는 정책을 보이면서 한반도의 안정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 개입이 소극적일 경우 중국은 북한 길들이기에 집중하면서 북한의 핵실험에 단호한 입장을 보여왔다. 시진핑 임기 시작 1개월 전 북한이 단행한 3차 핵실험에 대해 중국은 매우 단호한 입장을 보여 왔는데, 당시 오바마 정부의 미국은 경제력의 쇠퇴로 인해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시진핑의 중국은 보다 글로벌 강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북한보다는 한국을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중국의 대북정책은 미국의 경제력 회복과 트럼프의 등장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즉, 트럼프 정부는 현재 중국 때리기에 매우 적극적이며, 이와 함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미 관계 정상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자칫하면 한반도 전체를 미국의 우방 지역으로 빼앗길 수도 있다는 중국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시진핑은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외교력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을 이행하기 위한 당사국으로 중국이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미결사안이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다양한 당사국들의 이해관계가 포함될 수 있는 문제이다. 즉, 중국은 한국전쟁을 항미원조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전쟁을 종식하고 한반도에서 평화가 정착되는 것은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이 배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이행하는 당사국으로 3자나 4자가 포함되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미결상태이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부분은 비핵화 부분이다. 합의문은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라고 명기하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는 정상 간 처음 사용된 용어로써, 과거, 미래, 현재의 핵을 모두 폐기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는 남북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하여 큰 중요성을 가지는 합의 사안이며, 이후 개최될 북미정상회담을 긍정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다고 보인다. 물론, 구체적인 비핵화의 방법론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다소 존재하고 있으나, 이는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루어져야 할 문제이므로 남북한 간 정상회담에서는 배제되었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와 관련한 얼개는 충분히 제시되었다. 앞으로의 준비가 중요하다. 먼저, 현 국면은 과거 진행된 1, 2차 정상회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과거 남북한 간 정상회담은 남북한 2개 국가만이 관여된 것이었다. 즉, 한반도에서 남북한 당사국들이 합의 사안을 준수하지 않게 되면 그 피해는 남북한 양 국가가 지게 되었다. 즉, 한반도에 국한된 정상회담이었다.
그러나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정상회담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필두로 한미, 북미 간 정상회담, 그리고 이어지는 관련 국가들 간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은 더는 남북한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남북한만이 아니라 미국, 중국 등 관련국들은 향후 진행되는 과정에서 뛰어내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미 많은 국가가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도중에 내리면 호랑이 밥이 될 수도 있다. 서로 간의 이익과 목적이 얽힌 과정이며, 이는 중단하기에는 큰 비용과 타격이 따르게 된다. 모든 국가가 현 국면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원할 수밖에 없는 구도가 이미 형성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뤄져야 할 과제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과 함께 비핵화 과정이 논의, 합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양국 간에는 여전히 비핵화 개념에 대한 차이점이 미세하게 존재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의 범주에서 미국의 핵우산과 전략자산을 거론하고 있다. 미국 전략자산이 동원되는 한미연합훈련을 한미 양국이 철폐해 줄 수 있을지도 북미정상회담에서 다뤄져야 할 과제이다.
또한, 비핵화와 함께 제시되는 북한의 체제보장 카드에 무엇이 담겨야 할지도 미지수이다. 현재 거론되는 것은 북한에 대한 공격 포기, 북미 관계 정상화, 평화협정 등이다. 북미 관계 정상화는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이는 한반도 전체가 미국에 우호적인 지역으로 변환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북아 안보지형에 매우 큰 변화를 의미한다. 이를 수반하는 중국의 반응을 어떻게 무마시킬지가 한미 간 중요한 외교적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이 같은 체제보장카드가 북한에 주어지게 되면 추후 한미동맹의 역할도 애매해지게 된다. 이미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 문제를 북미 간 논의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따라서 북한에 대한 체제보장 카드는 북한 비핵화와 함께 순차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비핵화가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북미 관계 정상화가 이루어지게 된다면, 핵위협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미동맹의 역할과 지위가 큰 딜레마를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에 봄은 오는가. 한반도의 봄은 쉽게 오지 않는다. 남북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상황이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형성되지 않으면 쉽지 않은 목표이다. 미국의 국력 회복과 한국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데탕트에 임할 수 있는 국내외적 환경 조성은 쉽게 오지 않는 우호적 상황이다. 그러나 이 기회를 우리는 꼭 잡아야 한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에 신의 축복이 임하기를 바란다.

 

필자약력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국 브라운대학교 정치학 박사/ 미 남가주대학교 포스닥 역임/ 현 민주평통 상임위원,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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