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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後
신용경제 2018-07-02 10:34:29

 

김영희
안보·국제문제 칼럼니스트
前 중앙일보 대기자

 

 

70년 숙적이 친구가 되는 역사의 변곡점
2018년 6월 12일은 북한이 70년의 숙원을 이룬 역사적인 날이다. 이날 북한은 세계에 핵전쟁의 재앙을 가져올 악의축, 불량국가의 오명을 벗고 세계 공동체의 멤버십을 받았다.
2,500명의 취재진이 모이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35세의김정은은 아버지뻘이나 되는 72세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등한 입장에서 북한비핵화와 미국에 의한 북한 체제안전의 보장을 교환하는 빅딜을 벌였다. 2014년 국민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의 국력은 북한의 1,000배가 넘는다. 대학생과 유치원생의 차이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카펠라 호텔 로비, 각각 여섯 개의 인공기와 성조기가 걸린 벽을 등지고 나란히 서서 11초 동안 악수하는 장면(사진1)은, 김정은의 표현대로 공상과학영화와 같이 초 현실(surreal)의 세계로 보였다. 70년 숙적이 친구가 되는 역사의 변곡점이었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최대의 성과는 비핵화 자체에 관한 합의보다는 (1) 북한과 미국정상들 간에 개인적인 친분과 상호 신뢰의 조성, (2) 김정은의 성공적인 국제무대의 데뷔다.
작년 한반도 전쟁위기 때 트럼프는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 미친 강아지라고 부르고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에 화염과 분노를 내리겠다고 말한 것도 그때다. 김정은은 트럼프를 망령 든 늙다리라고 반격하면서 뉴욕과 워싱턴을 사정권에 둔 사거리 13,000k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성공적인 발사 시험으로 응수했다.

미국은 북한 핵·미사일 시험장과 기지들을 선제공격할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코피 작전(bloody nose)을 공공연히 언론에 흘렸다.
두 핵보유국들의 강 대 강 말 폭탄 교환에 전전긍긍하던 기억 아직도 새롭다.
평창 동계 올림픽→판문점 남북정상회담→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이런 핵겨울이 화사한 봄날로 바뀌었다.
평창 올림픽에는 미국의 마이크 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그리고 북한의 김영남 인민대표회의 상임위원장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전부장이 개·폐회식에 참석하여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이 초청되고 북미 간의 간접 대화가 이루어졌다. 그 뒤 싱가포르까지 사태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정은의 국제무대 데뷔는 북한이 정상국가로 가는 길에 필수적인 절차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 정상과 회담을 하면서 개인적인 친분을 맺고 신뢰를 구축한 김정은의 국제시장에서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9월 11~1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김정은을 초청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희망한다. 김정은의 일본 방문까지 거론된다. 김정은이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면 남북, 북중, 북러, 북일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것이다.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
트럼프는 귀국 후, 공동합의문에 미국이 그렇게 강하게 요구해 오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이 들어가지 않은 데 대해 광범위한 비판을 받고있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주로 트럼프 반대자(Trump hater)들이다.
뉴욕 타임즈와 CNN을 포함한 미국의 주류언론들과, 과거 북한과의 핵협상에 실패한 관료들과 보수적인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이다. 트럼프가 말하는 가짜 뉴스의 생산·확산자들이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합의문은 포괄적인 것이라는 방어논리를 편다. 포괄적이라는 말은 그안에 모든 개별 사항에 관한 합의가 들어있는 개념적인 합의라는 뜻이다. 위에서 아래로내려오는 톱다운(top down)이 싱가포르 합의의 특징이요 강점이다. 정상들이 큰 틀의 합의를 하고 구체적인 이행은 고위 실무급으로 넘기는 방식이다.
1994년 1차 핵위기 때의 북미 제네바 합의, 2006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은 고위 실무진들의 합의였다. 정상들은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 합의 이행과정에서 쌍방의 위반사례가 나타나 합의 구조가 무너져도 정상들이 만나 합의를 되살릴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싱가포르 합의는 두 정상이 직접 성사시킨 것이다.
특히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합의라는 사실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트럼프는 회담 후 김정은에 대한 신뢰를 기회 있을 때마다 확인하고 있다.
처음 만나는 상대가 진정성을 가졌는가를 간파하는데 1분이면 충분하다고 자신의 직관과 ‘촉’을 자랑하는 트럼프가 김정은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 신뢰가 없었다면 북한이 합의문에 CVID라는 문구를 넣는데 끝까지 반대할 때 트럼프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을 것이다. 회담 전날까지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CVID가 안들어간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입장을 확인했다. 회담 과정에서 선 비핵화, 후 보상이라는 리비아 모델을 주장한 네오콘의 잔재세력인 존 볼턴 안보보좌관의 강경노선은차단되었다. 폼페이오의 CVID도 김정은을 신뢰하는 트럼프가 눌러버렸다. 약자인 북한의 입장에서는 CVID 수락은 굴복을 의미한다.
김정은은 신뢰를 기반으로 트럼프를 납득시킨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사실은 그가 김정은에게 직통전화 번호를 줬다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트럼프는 김정은이 자신에게 언제든지 전화를 할 수 있고 자기도 김정은에게 전화할 것이라고밝혔다. 김정은-트럼프간 핫라인이 개설됐다는 의미다. 트럼프를 만난 외국의 지도자 중트럼프의 직통전화 번호를 받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를 생각하면 김정은에 대한 트럼프의 신뢰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종전선언의 기회
정상회담 합의문 전문에 미국이 북한체제의 안전을 보장한다는 말이 들어 있다. 주문에는제3항에 북한은 4·27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고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한다는 약속이담겼다. 중요한 비핵화의 대강의 시간표도 합의문에서 빠졌다.
남북정상회담에서 나온 판문점 선언 제4항은 한국 전쟁에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들이 한반도 지역에서 만나 종전을 선언하는 문제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3자는 남북미, 4자는 남북미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뒤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 합류하여 남북미 3자의 종전선언을 위해북한과 미국을 설득하고 언제라도 싱가포르로 떠날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그러나 김정은과 트럼프에게는 비핵화 협상만으로도 짐이 무거웠다.

그러나 종전선언의 기회는 연내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과 트럼프는 서로의 방북과방미를 초청했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미국 방문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종전선언의 첫 번째 기회는 김정은의 방미 중 워싱턴에서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워싱턴보다 가능성이 높은 장소가 9월 뉴욕 유엔 총회에서다. 김정은이 유엔 총회기간에 맞춰 미국을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 참석하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일 기회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종전선언은 전쟁을 멈춘다는 의미의 정전협정 체결로 1953년 끝난 전쟁을 공식으로 종식시킨다는 정치적 선언이다.
종전선언은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의 하나다. 그러나 종전선언의 상징적인 의미는 크다. 그것은 북한이 받는 안보상의 위협을 완화하는 효과를 갖는다.
북한과 미국은 지금부터 연말 사이에 싱가포르 합의의 가시적인 이행을 위해 비핵화의 초기 조치와 미국의 보상조치에 관한 치열한 협상을 벌일 것이다. 폼페이오의 조기 방북이예상된다. 그 아래 급의 상시적 접촉과 협상을 위해 성 김 주필리핀 대사를 특별 협상대표로 임명할 가능성도 높다.

 

한반도 평화는 언제 오는가
북한은 어떤 조치를 언제 취할 것인가. 북한은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했다. 트럼프는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을 폐쇄할 것을 김정은이 약속했다고 공개했다. 6~7월 안에 북한의 대표적인 미사일 발사장, 가령 평북 철산군 동창리의 발사장 폭파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조치는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어떤 보상을 줄 것인가. 트럼프는 싱가포르 기자회견에서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중단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8월의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부터 중단된다. 트럼프는 한미군사연습을 경비가 너무 많이드는 전쟁 게임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은 경비의 문제가 아니라 대북 안전보장 제공약속의 조기 이행 조치의 하나다. 북한은 을지프리덤가디언, 키리졸브, 독수리의 3대 한미연합 훈련을 미국의 대북적대시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는다. 따라서 전략자산이 동원되는 연합훈련의 중단은 북한에게는 의미 있는 안전보장 조치다.
한미 연합군사연습의 중단에 한국과 미국에서 반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미동맹을흔든다, 한국 안보가 약화된다… 이런 우려는 기우다. 연합훈련 중단은 조건부다. 만에하나 북한이 판문점과 싱가포르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도발을 하면 훈련은 재개된다. 훈련 중단은 불가역적이 아니라 가역적(reversible)이다. 그리고 주한 미군의 전투태세 유지를 위한 일상적인 훈련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비핵화 과정은 언제 어떤 순서로 완료되고 우리가 믿을만한 한반도 평화는 언제오는가. 폼페이오는 싱가포르회담 후 방한 중 비핵화의 완료 시점을 2020년 말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선 출마를 하는 해다. 촉박한 시간표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설 폐쇄 같은 비핵화 조치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의 연락사무소가 설치될 것이다.
김정은도 비핵화를 서둘러야 한다. 핵-경제 병진정책에서 핵을 내려놓은 그는 외국투자 유치가 급하다. 김정일 이래 핵을 기반으로 한 김씨 왕조의 정통성은 핵에서 나왔다. 지금부터는 경제건설에서 정통성을 창출해야 한다. 많은 외국자본들이 북한을 가까운 미래의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지목하고 투자 조건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린다. 기업들이 생각하는 투자조건의 첫 번째가 대북제재의 완화를 거친 북미 수교다. 평양에 미국 대사관이 설치되면 대동강 변에 트럼프타워가 서고 여명 거리에 맥도널드와 스타벅스가 진출할 것이다. 부동산업자 트럼프는 북한의 동해안을 리조트사업의 최적지로 꼽는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속도 낼 것
오늘 이후 평화로 가는 순서(sequence)는 이렇게 추정된다: 종전선언→대북제재 완환→연락사무소 설치→북미 수교와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이다. 이런 절차가 진행되는 것과 동시에 한국은 5·24 조치 해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경제협력의 구체적인 방안 제시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다.
평화협정은 미국 의회 비준 사항이 아니지만, 북한은 협정의 구속력 확보를 위해 의회 비준을 희망한다. 수교도 의회의 동의를 구하라고 요구한다. 폼페이오는 북한의 요구에 따라 평화협정과 수교에 대한 의회의 비준과 동의를 받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미 상호 연락사무소 설치가 성사되면 일본은 재빨리 납치자 문제 협상을 앞세워 수교협상을 벌일 것이다. 북일 수교는 북한이 최소 100억, 최고 300억 달러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받는 것을 보장한다. 동시에 미국이 좌지우지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일본이 최대 주주인아시아개발은행(ADB),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외화가 평양으로 몰려든다.
이런 이유에서 김정은으로서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시간을 끌 이유가 없다. 평창에서 시동이 걸린 한반도 평화의 프로세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과속이라고 할 정도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비판자들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이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시아 평화의 여정에얼마나 큰 이정표를 세웠는가를 탈이념적,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지난 지자체와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한국자유당이 몰락한 것은 김정은의 변신을 위장 평화쇼라고 비판한 데 대한 국민의 심판이었다. 이제 평화가 시대정신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수용할인지능력이 없으면 평화의 격류에 휩쓸려갈 것이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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