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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역전이 가져올 파장
신용경제 2018-08-06 09:10:49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되어 온 저금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과 통화환수라는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각국의 금리도 일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통화정책의 기준이 되는 연방기금금리는 연초의 1.25~1.50%에서 두 차례 인상되어 7월 현재 1.75~2.00까지 상승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초 대비 한 차례 인상되어 1.50%다. 이미 미국 연준의 지난 3월 금리인상으로 10년 7개월 만에 미국의 정책금리가 한국의 정책금리보다 높은 역전 현상이 발생한 후 역전 폭이 0.5%포인트 차이로 확대되고 있다.
하반기 미국은 두 차례, 한국은 한 차례 금리 인상이 전망되고 있어 역전 폭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미국, 경기 회복세로 세계경제 회복 선도
미국은 2008년 9월 미국발 글로벌금융위기를 촉발한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건이 발생하자한 달 뒤인 2008년 10월부터 제로금리정책을 단행하고 2009년 3월부터는 무제한 양적 완화(QE)정책을 단행했다. 양적 완화정책 도입이전 약 9천억 달러 수준이었던 연준의 본원통화규모를 4조 1천억달러 수준까지 대폭 증가시키는 전대미문의 통화정책을 단행한 것이다. 이러한 초 팽창적인 통화정책에 힘입어 미국 경제는 오랜 저성장을 끝내고 강건한회복세가 지속되었고, 이대로 가면 버블이 발생할 가능성마저 대두되자 선제적 조치로 금리 인상과 그동안 대폭 풀린 비정상적 규모의 본원통화를 회수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지난해 성장률은 2.3%였다. 그러나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미국의 금년 성장률을 2.9%로 전망했다. 금년 1분기 성장률은 전기비 연율로 2.0%였으나 2분기 중에는 5%를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실업률은 3.8%로 18년 만에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8%를 기록해 인플레이션 우려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경제의 강건한 회복은 2008년 이후 지속되어 온 제로금리 양적 완화 통화정책과 미국경제의 원동력인 혁신에 더해 트럼프 정부 이후 추진된 감세정책, 1.5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 규제개혁이 가세해 이루어내고 있는 성과다. 1인당 국민소득 59.495 달러(2017년)의 선진대국의 성장률로서는 경이적이라고 할 만한 회복세로세계경제 회복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준은 금년에 4차례 정도, 즉 하반기 중 두 차례, 내년 3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해 2020년에 정상적인 3% 수준의 금리를 가져가고 2008년이후 3조 달러 넘게 풀렸던 본원통화도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경기침체국면 진입 경고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경제가 회복되기는커녕 오히려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가 국내외에서 줄을 잇고 있다. 국내 민간연구원들은 한국경제가 침체국면에 진입하고있다고 진단, 대책 촉구에 나서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도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올해 들어 100 이하로 하락한 가운데 추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기종합지수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를 보면 지난해 5월 100.7을 정점으로 하강하기 시작해 금년 5월 99.7까지 하락하고 있다. 분기별 경제성장률 전년동기비 지표는 지난해 3분기 3.8%를 정점으로 하락해 금년 1분기에는 2.8%까지 하락하고 있다.

수요 부문별 지표로 세분해서 보면 설비투자지수 전년동기비 증가율은 지난해 9월 25%를정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해 금년 5월에는 -4.1%까지 추락하고 있다. 국내건설수주 전기비증가율도 금년 들어 강력한 부동산 대책으로 -42.0%까지 급락하고 있다.
증가하던 수출 전년동기비 증가율 역시 지난해 9월 34.9%를 정점으로 하락을 시작해 지난4월에는 -1.5%까지 하락하다 5월에는 13.2%로 반등한 후 6월 들어 다시 -0.1%로 추락하고 있다. 그나마 고도기술에 힘입은 반도체와 국제유가상승 덕분인 석유제품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력 산업수출은 감소를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왔던 경상수지흑자마저 하락하고 있어 하반기에는 적자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결과 정상적일 경우 80% 내외인 제조업평균 가동률이 금년 3월 70.3%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추락하면서 울산, 창원, 군산 등 주요공단들이 공동화되어 한국판 러스트벨트화 하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최저임금인상의 여파로 도소매 음식숙박업도 휘청거리며 서민경제마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그 결과 전년동기비로 월 30~40만 개가 창출되던 일자리가 5개월 연속10만 명대로 폭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자리 참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시설관리업 등 서민 일자리가 대폭 감소하고 있고, 제조업에서도 4월6만 8천 명, 5월 7만 9천 명, 6월 12만 6천 명의 일자리가 감소하는 등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2020년까지 32만 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450만 명 청년들은 구직단념자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하면1/3이 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수입이 정부보조금까지 합해서도 월 100만 원 안팎인 하위 20% 계층의 57%가 일감이 없어 놀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도 나오고 있다. 그야말로서민들의 일자리 대란이다.
가계신용도 지난 1분기 말 기준 1,468조원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막대한 가계부채로 인해 금리가 0.25% 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2조 3천억 원 늘어난다. 금리가0.5% 포인트 오르면 소득 중 원리금상환부담율(DSR)이 40% 이상이고 부채가 자산보다 많아 자산매각을 통한 부채상환도 어려운 고위험가구는 8천 가구, 고위험부채는 4조 7천억 원 늘어나는 것으로 한국은행은 분석하고 있다. 기업의 이자부담도 늘어나 부실도 악화될 전망이다. 현재 제조업평균가동률이 70% 대로 침체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경기도 투자위축으로 더욱 주저앉을 우려가 크다.

 

한은, 금리정책 운신 폭 좁은 딜레마 빠져
한편, 미국금리 인상에 따라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투자자본의 유출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순자본유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주식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금 유출이 시작되어 코스피가2,300대로 주저앉고 있다. 그 결과 원 달러 환율은 한 달 여 전의 1,068원에서 1,129원으로 한 달 새 61원 상승했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 등 동아시아와 중남미 신흥 시장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들어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14%, 한국 코스피 지수는 6.3% 각각하락했다.
이처럼 세계경제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침체국면 진입과 가계부채 증가지속으로 한국은행은 금리정책 운신 폭이 지극히 좁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경기침체와 가계의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부담을 고려하면 금리를 오히려 내려야 할 상황이고 미국금리인상에 다른 자본유출 우려를 고려하면 금리를 올려야 하는 딜레마에 속에서 진퇴양난이다. 그렇다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서 자본통제를 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자본유출로 인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아시아의 맹방으로서 돈독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은 아베노믹스의 지속적 추진으로원·엔 환율은 오히려 하락해 한국수출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현상은 기본적으로 미·일 간 신뢰와 한·미 간 신뢰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속적인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미국의 환율압박, 금리 인상에도 달러 약세를 추구하는 미국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 등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에서는 수출 증가가 아닌, 수출은 부진한 가운데 국내 투자활동 부진에 따른 수입감소로 경상수지흑자가 늘어나는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지난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큰 폭 증가했던 한국수출은 올해 중에는 원·엔 환율하락 등으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되고, 그 결과 경상수지 흑자 폭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금년 하반기부터 자본이 순유출로 반전될 경우 외화 유동성이 부족하게 되는 경색현상이 나타날 우려도 있을 전망이어서 대비책이 절실하다.

 

경제위기의 파고를 무사히 넘기 위해서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직면해 있는 한국의 대응방안은 무엇일까. 우선 투자 활성화로 원화절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 불황형 경상흑자 폭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외화 유동성 확보를 통해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만약에 있을 수도 있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기축통화인 달러 통화스와프인 한·미 한·일 통화스와프가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한·미관계를 볼 때 만약의 경우 한·미 통화스와프가 2008년처럼 다시 가능할런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일 통화스와프 재논의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결국, 한·미·일 간 신뢰가 관건이다. 대미 신뢰회복으로 환율과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확대하고 한·미·일 통화정책 등 거시경제정책 대화채널 구축으로 대외 발 금융불안 소지를제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금리 추가 인상은 자본유출동향을 모니터링하면서 신중하게추진하는 세밀한 정책조합이 절실한 때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이 크게 높아질 때에는 2011년 파리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합의하고 이어 2012년 IMF도 기관견해로 인정한 ‘자본이동관리원칙’을 활용해 자본유출입안정화를 위한 거시건전성규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밖에서 밀려오고 있는 경제위기의 파고를 무사히 넘기 위해서는 안에서 튼튼한 경제구조를 구축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밖에서 위기가 와도 안에서 투자가 활성화되어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주가도 상승하면 외국자본이 덜나갈 것이지만, 투자가 안 되고주가가 하락하면 위기가 더욱 빨리 올 수밖에 없다.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한국 경제정책의 안정적인 운용으로 외채차환비율 감소와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유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위기가 오는 경우 구제금융 실업급여 일자리정책 등 건실한 재정이 위기극복의 버팀목이 된다. 위기 시에는 이처럼 재정지출이 대폭 증가하기 때문에 위기를 한번 겪으면 국가부채/GDP 비율 등 재정 건전성이 두 배 정도 악화된다.
따라서 지금처럼 위기 쓰나미가 몰려 올 것으로 전망될 때는 재정을 아껴 두어야 위기를극복할 수 있다.
최근 정부정책을 보면 이러한 위기대응방안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으로 보여 우려가크다. 미국금리인상과 통화정책 정상화에다 미·중무역전쟁까지 가세하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위기의 파고가 언제 한국경제를 덮칠지 모르는 긴박한 형국에서 정부는 대책은커녕 오히려 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듯이 보인다. 설익은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따른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단축 등 친노동정책에다 순환출자해소, 내부거래제제 강화, 기업지배구조개혁, 금융그룹통합감독 모범규준 시행, 상법개정 등 전방위적 기업압박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면 투자가 될 수 없고 일자리 참사가 이어지니 정부는 다시 공공일자리 복지지출 확대 등 470조 원 슈퍼 팽창예산을 짜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고용보험기금, 도시주택기금 등 각종 기금도 모조리 뒤져 앞당겨 쓰고 있다. 한국경제의 방파제가 모두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가운데 위기가 오면 금융위기에 이어 재정위기까지 올 수 있다. 정부는 외화유동성 확보 등 위기 쓰나미 대책을 강구하고 투자 활성화와재정 건전화로 위기방파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전환을 해야 할 때다. 미룰 시간이 없다.

 

 

필자약력
맨체스터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박사/ 前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아시아금융학회 회장, 한국국제금융학회 회장,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동남아중앙은행 조사국장 역임/ 現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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