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새 정부의 일자리 만들기
신용경제 2017-07-10 11:17:23

 

캡처.JPG

이항용 교수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경제정책의 목표가 되고 있다. 대통령 1호 업무지시로 일자리위원회가 설치되었으며,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걸어 놓고 일자리를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하였다.
일자리위원회는 우선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하여 국정 운영 패러다임을 일자리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천명하였다. 이를 위해 대통령 선거공약에서 제시되었듯이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81만 개의 일자리를 공급함으로써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금년 중에 추경 편성 등을 통해 1만 2천 명의 공무원을 새로 고용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정책의 목표임은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특히 고용 없는 성장이 이어져 오는 가운데 청년들의 취업문은 점점 좁아져 가고 있다.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가계소득과 가계소비가 부진하고 내수는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취업이 어렵다 보니 결혼도 힘들어지고 출산율도 낮아져 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매우 바람직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또한, 당장 민간부문에서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므로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공급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공공부문 일자리는 233만 6천 개로써 총취업자 수 대비 약 8.9%에 해당된다. 그런데 정부가 새로 공급하려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는 기존의 일자리 수 233만 개의 약 3분의 1에 해당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 결코 적지 않은 수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몇 년 내에 새로 만들고자 하는 일자리의 목표치로서도 만만한 숫자가 아닐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공공부문 일자리의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견해도 있지만 국가별 특성이나 집계방식에 따라 단순비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 바람직한 공공부문의 비중에 대한 어떠한 합의된 기준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부문의 일자리 창출은 그 규모나 내용을 감안하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의도는 공공부문이 마중물이 되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궁극적으로 경제의 활력을 회복하고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오히려 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다.
우선,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기본적으로 국민의 세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의 임금이나 은퇴 후에 지급해야 하는 공무원연금의 재원은 사실상 전액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 공기업 등에도 경우에 따라 국민 세금이 투입될 수 있다. 이때 만일 세수가 부족하면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는데 국채 역시 언젠가는 미래세대의 세금으로 상환할 수밖에 없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정부의 복지지출이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지출은 국가재정에 분명히 부담이 될 것이다. 저출산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 연령층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고령화로 복지지출의 대상이 되는 연령층은 늘어나는 인구구조의 변화 속에서 재정의 건전성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따라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캡처2.JPG

 

다음으로 국가경제 전체의 입장에서 공공부문의 전반적인 효율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반드시 효율성의 관점에서만 판단될 수는 없을 것이다. 정부가 밝히고 있듯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급이 부족한 공공 서비스도 분명 존재할 것이고 이러한 부문에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효율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에서 추가적인 일자리가 공공부문의 몸집만 불리고 비효율성을 오히려 증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마중물 역할을 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일자리 창출로 확대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공기업의 경우 시장실패 등으로 민간이 담당하기 어려운 사업에 국한하고 장기적으로 민간부문을 선도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공기업에서의 일자리 확충이 공기업의 규모와 사업영역의 확대로 이어져 민간부문의 발전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민간부문의 역량이 제고되고 이에 따라 과거에는 공기업만이 담당할 수 있었던 사업도 점차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 바람직함에도 불구하고 공기업의 인력 확대는 이러한 흐름에 역행할 수 있다. 공기업이 민간부문을 선도하기보다는 오히려 구축할 가능성이 있고, 공기업에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중장기적으로 민간부문에서의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기업의 인력이 늘어나고 사업의 규모와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에 비례하여 위험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공기업의 부실화 문제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가재정과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직업선택에 있어 안정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청년들에게 공공부문은 상대적으로 직업의 안정성이 높으며 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은퇴 시점이 늦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더욱이 평균적으로 임금수준 또한 민간에 비해 낮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통계청의 ‘임금근로자 소득분포’에 의하면 2015년 기준 공무원의 월 평균소득은 427만 원으로 직장인 평균보다 100만 원가량 높았으며, 공기업의 월 평균소득은 546만 원으로 금융권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는 청년들에게 매우 선호되는 일자리가 되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몇 년씩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금년에도 4천 910명을 뽑는 국가직 9급 공채에 22만 8천 명이 응시했다고 한다. 심지어는 지방에 거주하는 공무원 시험 응시자를 위해 KTX 임시열차가 운행된 적이 있을 정도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이 넘쳐나고 있다.
개개인에게 공무원과 공기업이 가장 원하는 일자리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청년이 공공부문에 취업하려는 현재의 상황은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를 성장시키는 기본적인 역할은 공공부문보다는 생산의 주체인 민간기업이 담당해야 한다. 민간부문에서 창의성을 발휘되고 혁신을 이룰 때 경제의 역동성이 제고되고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정부가 직접 만드는 공공부문 일자리는 청년들에게 당장 환영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실제로 현재 공공부문 일자리 중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그리고 교육서비스업의 비중이 거의 80%에 이르고 있는데 이러한 일자리는 직접 성장을 견인하는 일자리라고 보기는 힘들다. 공공부문보다는 민간부문 일자리가 더 성장 친화적인 것이다.
대규모의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계획은 가뜩이나 넘쳐나는 공시생과 공기업 취업준비생을 양산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가진 인적자원의 배분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래 한국의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가진 청년들이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지는 않다.

 

캡처3.JPG

 

캡처4.JPG

 

공공부문보다는 민간기업,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나 창업을 통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청년들이 많아질수록 국가 경제의 앞날이 밝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공공부문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직업의 안정성에 임금까지 높은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원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전체의 관점에서는 장기적으로 올바른 방향이라고 볼 수 없다. 정부는 공공부문보다 민간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청년들이 많아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기업이 더 많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도록 기업의 성장과 새로운 기업의 출현을 장려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단순히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몇 개 더 늘리는 것에 집착하지 말고 사회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수준을 감안하여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더 중요한 과제는 어떠한 일자리를 증가시키고 인적자원을 어떠한 방향으로 배분하는것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더 바람직한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일자리는 가장 좋은 분배정책이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해서는 성장 친화적인 더 많은 일자리, 더 좋은 일자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일자리 정책이나 노동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중소기업, 조세, 교육정책 등 종합적인 시각이 필요한 이유이다.

 

 

필자약력 _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 학사, 美 컬럼비아 대학교 경제학박사/ 前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現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교수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