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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협상, 치밀한 협상전략 마련해야
신용경제 2017-08-03 09:53:40

 

이동복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동안 한미FTA가 미국에 대해 무역적자를 확대시켰고 일자리를 빼앗은 나쁜 협정이었다고 비난하였다. 그는 금년 초 취임 이후에도 NAFTA를 비롯한 많은 다자간, 양자 간 무역협정들이 미국에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오히려 무역적자를 확대시키고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면서 모든 무역협정을 검토하여 개선하겠다고 공언하였다. 앞으로 한미 FTA도 이러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신보호주의적 통상압박기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었다. 최근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협정 개정을 위한 공동위원회 특별회기 개최를 요청하는 서한을 한국정부에 보냄으로써 공식적인 협의 절차가 곧 개시될 예정이다. 향후 한미 FTA 개정 혹은 개선을 위한 협의는 어떻게 진행될지 살펴보고 우리의 대응방안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한미 FTA는 한국에만 이익이 된 협정인가?
2006년 2월 한미 양국이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2007년 4월 협상타결과 2010년 12월 추가협상 마무리를 거쳐 2012년 3월 15일 한미 FTA는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자 최대시장인 미국과 아시아의 신흥 무역 강국으로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성장해온 한국이 자유무역협정을 발효시킴으로써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한미 FTA를 통하여 한국과 미국 양국은 정치안보적 동맹관계뿐 아니라 경제적 유대관계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2012년 발효된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미 FTA의 성과는 어떠하였는가? 양국은 한미FTA를 통하여 거두고자 한 목표를 이루었고 또 양자 간 무역자유화 협정은 과연 양국에 호혜적인 결과를 가져다주었는가, 아니면 어느 한 쪽에만 이익을 가져다준 불공정한 협정이었는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한미 FTA를 통하여 지난 5년간 양국 간 교역이 얼마나 증가했으며, 양국 간 투자는 얼마나 늘었고 양국 기업들은 상대국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증대시켰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양국 간 교역증대에 기여한 부분을 상품교역과 서비스 교역 및 투자로 나누어 살펴보고, 상대국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등을 살펴보자.

발효된 후 5년간 글로벌 교역이 연평균 약 2% 감소하였고 한국의 대세계 교역도 3.5%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 한국의 대미교역은 연평균 1.7% 증가하였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은 5년간 연평균 3.4% 증가하여 다른 주요경쟁국에 비해 훨씬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발효 전보다 발효 후 5년간 약 2배로 확대되었고 서비스 부문의 대미 수지 적자도 동시에 확대되었다. 양국 상품의 상대국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을 보면 교역 확대에 힘입어 모두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의 한국상품 점유율은 FTA 발효 이후 꾸준히 확대되어 왔고 미국의 한국 시장 점유율도 지난 10년간 최대 수준으로 확대되었다.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도 발효 이후 누적기준으로 약 512억 불 증가하여 미국에 대한 투자금액 증가분을 크게 상회하였다. 한국의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해 미국 내에서 약 1만 명 이상의 양질(고임금의 안정적 일자리) 신규고용 창출 효과를 가져왔다. 품목별로 보면 자동차 등 수송기기, 자동차 부품, 전기전자제품, 기계류 등의 대미 수출이 견실한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도 과실류, 육류 등 농축산물과 의약품류 수입이 증가했고 미국산 자동차 수입도 꾸준히 증가하여 수입자동차 시장에서의 미국산 자동차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이러한 교역 통계로 볼 때 한미 FTA는 양국 교역에 기여한 호혜적인 협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측이 제기하는 불만은 타당한 근거가 있는가?
그러면 미국 불만의 원인은 무엇인가? 미국 측은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대한 무역수지 적자, 특히 상품교역 수지가 2배로 확대되었고 이러한 적자가 한국의 폐쇄적인 시장과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인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한다.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막강한 통상전문가들이 포진해있고 늘 공세적인 입장에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가 자국에 불리한 협정을 마지못해 타결 지어 의회의 비준을 받아 발효시켰을 리 없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현상으로 나타난 상품 무역적자, 나아가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는 다른 경제적 이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의 무역적자 문제는 미국 경제의 보다 근원적인 문제인 소비중심의 산업구조와 투자율이 저축률을 상회함으로써 경상수지 적자의 경제구조에 기인하는 것이 크다. 그리고 미국은 서비스 산업 중심의, 한국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하에서 한국은 공산품 흑자를 미국은 서비스 수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저성장 기조에 머물고 미국은 상대적으로 경기 호황국면이 지속되면서 수입이 늘어가는 여건이 조성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적, 합리적 설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상품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개선하고자 교역 상대국과의 협상 재개 의지가 강해 조만간 NAFTA를 시작으로 많은 무역협정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FTA 개정을 위한 협상 전망과 이슈들
미국이 제기하는 이슈로는 우선 자동차 교역의 불균형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최근까지 지속적으로 자동차 교역과 철강교역을 주요 이슈로 제기해 왔다. 이는 한국의 미국시장에 판매한 자동차 댓 수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시장 판매 간 격차가 크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자동차 교역 문제는 사실 한미 FTA 협상 시작 전부터 미국이 제기했던 이슈로 이른바 4대 선결 조건에 포함되었던 사안이기도 하다. 미국은 한미 FTA 협상 개시 조건으로 자동차 교역 불균형, 쇠고기 수입문제, 스크린 쿼터 감축문제 및 의약품 약값 정책 문제 등에 대한 해결을 요구한 바 있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약 155억 불이었고 미국의 대 한국 수출은 약 17억 불로 미국이 138억 불 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지난 5년간 자동차 수출 증가율을 보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약 12.4%인 반면 미국의 대한국 수출은 평균 37.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미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한국의 10배 정도임을 고려할 때 단순히 판매 규모의 차이를 근거로 불공정 무역으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 아닌가 여겨진다. 철강교역과 관련하여 미국철강 산업이 글로벌 공급과잉구조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고 판단하여 글로벌 철강 산업구조조정을 가속화 하고자 주로 중국 시장을 타겟으로 규제를 강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비록 대미 수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중국산 저가 철강재를 수입하여 가공한 후 미국에 판매하는 우리 기업의 철강 수출과 관련하여 미국의 강화되는 규제조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새로운 수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제기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른 이슈로는 서비스 시장 개방 확대 또는 가속화를 들 수 있다. 미국은 서비스 강국으로서 현재도 한국과의 교역에서 100억 불 이상의 서비스 교역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한미 FTA 협정에는 양국 간 협상 이익의 균형을 고려하여 다양한 유보 조항을 가지고있다. 각국은 자국의 서비스 시장 보호나 정책적 주권 확보 차원에서 자국의 정책적 재량에 맡기거나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유보 조항을 인정한다. 공공이익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교육, 의료, 통신 및 방송 등 다양한 서비스 부문을 유보조항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향후 개정협상이 진행되면서 협정의 개방 및 자유화 정신을 근거로 기존의 시장 유보를 완화하거나 제외할 것을 요구해 올 가능성이 있다. 물론 우리도 미국의 조치에 대해 협상 이익의 균형을 근거로 추가 개방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협상에 대비하여 각 부문별로 세밀하게 ‘주고받기(give andtake)’ 협상전략 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앞으로의 개정을 위한 협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향후 한미 FTA 개정을 위한 협상은 어떤 절차와 타임 스케줄을 갖고 진행될 것인가? 협상의 개시 여부나 시기는 미국의 의도에 달려 있다고 본다. 미 통상 당국이 여러 협정의 협상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순차적으로 협상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아마 한미 FTA는 NAFTA 재협상이 어느정도 마무리된 이후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 시기는 이르면 올해 말쯤이 되지않을까 예상된다. 현행 한미 FTA 협정문 상에는 어느 일방이 협정의 개정 협의를 희망할 경우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청할 수 있고, 타방은 30일 이내에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 응하여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회의에서의 결정은 양측 간 합의(consensus)에 따라 결정하게 되어있으므로 어느 한 쪽이 반대하면 결정될 수 없다. 만일 마지막까지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게 될 경우엔 어떻게 될까? 미국은 한국과의 재협상이 타결되지 못할 경우 시간을 두고 계속 협의를 하거나 아니면 협정문에 의거하여 한국 측에 서면으로 현행 한미 FTA 협정의 종료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통보할 수 있다. 일방의 서면 통보가 있으면 그로부터 180일 후 현행 협정은 종료되어 폐기된다. 협정이 폐기되면 양국은 상호 특혜 무역이 종료되고 세계무역기구에 통보한 최혜국대 (MFN) 관세를 적용받게 된다. 굳이 따져 본다면 실행관세율이 더 높은 한국과 교역해야 하는 미국의 수출이 좀 더 불리할 수 있을 것이며 양국은 세계시장에서 쌓아왔던 주요 통상국가로서의 신뢰도가 실추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말까지는 세계적인 지역주의, 양자주의 통상관계 흐름에 뒤처진 FTA 지각생이었다. 2000년대 들어 적극적인 통상정책에 힘입어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전 세계 다양한 국가 및 EU, 미국, 중국 등 거대경제권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함으로써 동북아의 FTA 허브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제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는 새로운 도전과 마주하여 변화된 국제통상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만일 미국이 협의를 요청할 경우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여 어떤 형태로든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협상은 당사국 간의 이익의 균형을 찾는 것이 과제인데 앞으로의 대미 협상에서 우리가 미국 측에 요구할 이슈는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하여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 협정 타결 시 미완으로 남았던 전문직 비자쿼터 확보, 미국 내륙 해운 관련 외국선박 배제 법 규정(일명 존스 법)문제, 수입규제 조치의 남용방지를 위한 FTA 내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은 미국 측에 재차 해결 또는 개선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협상력 제고를 위해서 국내 산업별 전문가들의 아이디어나 전략을 수렴할 수 있는 민관 통상협의체 운영도 필요하며 정부 조직 내의 통상전문 인력을 효율적으로 육성, 운영할 수 있는 통상조직 및 시스템 정비도 시급히 필요한 과제라고 본다.
한미 FTA 협상 추진 당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과도한 불안으로 불필요한 정치적 갈등과 국민적 에너지를 소모한 전철을 반복하지 않도록 새로운 개정협상에는 좀 더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치밀한 협상전략 마련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가 대응하기에 따라 개정협상이 우리에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우리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면서 한 단계 성숙한 글로벌통상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필자약력 _ 중앙대학교 법대 졸업,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정책학 석사, 한남대학교 무역학과 박사과정 수료/ 미국 U.C. Berkeley대 IDP과정 연수,
국 Akin, Gump & Strauss 법률사무소 국제통상법 연수/ 現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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