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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정책 방향성에 대한 평가와 제언
신용경제 2017-09-06 16:54:45

이창무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최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00일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새 정부의 부동산시장에 대한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 8·2 부동산대책에 대한 평가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엇갈리는 평가와는 다르게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는 긍정적인 반응이 많다.
여러 가지 여론조사가 있지만, 종합적으로 보면 절반 가까운 국민이 긍정적인 평가를, 반면에 부정적인 평가는 긍정적인 평가의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그 이유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이는 여전히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 때문에 내가 집을 못 가지고 있다는 팽배한 인식과 국민적인 정서를 제대로 자극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국민정서를 기반으로 밀어붙였던 지난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정책 역시 결과적으로는 실패였다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8·2 대책으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지금 주택시장에 투기가 만연해있고, 그 투기적 행태를 보이는 주요 세력이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들이거나 증여의 목적과 연결된 청년들의 구매라는 것이다. 높은 전세/매매가 비율로 인한 손쉬워진 소위 갭 투자가 그런 행태를 조장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서울시, 과천시, 세종시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고, 부분적으로는 투기지역으로 중복지정되었다. 투기과열지구에서는 LTV 및 DTI가 40%로 강화 적용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며, 청약가점제 적용이 확대된다. 또한, 조정대상지역의 다주택자에 대하여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유예 없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새 정부 부동산정책의 방향성에 대하여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이 있다. 그 중 첫 번째 질문은 다주택자의 집을 내놓게 하면 무주택자가 그 집을 살까 하는 질문이다. 급매가 조장되어 주택가격이 하강곡선을 그리면 무주택자도 집을 구매할 욕구를 잃게 된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게 되면 지금 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선택이 합리적인 이유는 주택은 거주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투자의 대상이라는 기본적인 속성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를 포함한 주택시장을 돌이켜보면 사회적으로 자가율이 높아지는 시기는 주택가격이 낮은 시기가 아니라 주택가격이 오르는 시기이며, 오르는 시기는 대부분 주택가격이 높은 시기와 겹친다. 지금처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구매수요에 한계가 발생할 수 시점에서 다주택자의 주택임대사업자로의 긍정적인 기능을 인정하려던 박근혜 정부의 방향성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고 새 정부 역시 그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질문은 지금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가격 상승을 8·2 대책에 포함된 전방위적인 대책들로 대응했어야할 만큼 뜨거운 시장이었냐는 것이다. 수도권의 경우 명목가격지수로 7~8년 전 국제금융위기 이후 고점을 최근 겨우 넘어섰을 뿐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 갑자기 서울 등 소수 지역의 단기적인 상승세를 경험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런 소수 지역의 가격 상승세가 지역적으로 더 나아가 전국적으로 파급될 수 있는 상황이었을까?
문재인 정부도 인지하고 있듯 지금 주택시장은 공급과잉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가시지 않았고, 내년 그리고 내후년까지 급증할 입주 물량이 주택시장의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지금 주택시장은 저성장기의 급격한 침체를 걱정하며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 할 시점이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질문은 왜 또 재건축아파트가 타깃이어야 하는가이다. 다른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현 정부의 기본적인 집에 대한 시각은 ‘집은 오래 썼다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라는 것 같다. 그래서 고치며 살자고 한다.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서울 대도시권은 유럽의 정체된 작은 규모의 도시가 아니라 최근까지도 지속적으로 매년 15만가구 이상씩 늘어나던 2천만 인구의 대도시권이라는 점이다. 최근 서울시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상에 대하여 서울시의 주택가격이 너무 비싸 사람들이 서울을 떠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는 기사들을 많이 보았다. 과연 그럴까?
문제는 가구분화의 속도를 재건축 및 재개발을 통해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주택재고 증가가 못 따라갔기 때문이다. 수요밀집지역에 재건축이 억제되면 결국 어딘가 도시 외곽에 신규택지를 개발해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확대된 도시는 인구축소기가 되면 분명히 견뎌내기 힘든 도시구조가 될 것이다. 가능하면 고용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많은 수의 주택이 공급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하고, 그 유일한 방법이 재건축 및 재개발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재건축 및 재개발은 리스크가 큰 사업으로 사전적으로 기대되는 수익성이 높아야 사업이 진행될 조건이 형성된다. 재건축부담금과 같이 기대되는 수익성을 제한하는 규제는 진행될 수 있는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의 수를 극히 줄이는 바람직하지 못한 효과를 발생시킨다. 이는 고용 접근성이 좋은 입지의 주택공급을 억제하여 도시권 전체의 통근 및 환경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높이는 문제를 발생시킴을 한 번쯤은 차갑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몇 가지 의문에 기초해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평가하면, 그 분명한 타깃이 된 다주택자와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극히 부정적인 시각의 변화가 요구된다. 시장에는 분명한 악도 분명한 선도 없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다. 문제는 고도 성장기가 아닌 이미 도래한 저성장기, 그리고 조만간 도래할 도시축소기에 대비해서 어떤 선택이 요구되는가이다. 이런 시기에는 다주택자와 재건축이 지닌 사회적인 갈등요인보다는 시장에서의 긍정적인 역할을 끌어낼 수 있는 정책적 방향성이 더 중요해진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단순한 전술적인 변화가 아닌 가장 기본적인 시각의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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