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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혁신 없는 기존 은행권에 경종 울리다
신용경제 2017-11-01 13:54:03

인터넷은행 발 금융빅뱅, 생존경쟁 시작됐다.

 

강임호 교수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천하의 공자님도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바로 후생(後生)이다. 후생가외(後生可畏)라 하였다.
마찬가지로 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과 같은 대형은행도 인터넷은행을 무서워한다.
그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이 점차 성장하여 자신의 지위를 위협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자님은 ‘그 후생이 마흔 살, 쉰 살이 되어도 이름이 알려지지 으면 이 또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하였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두려워할 존재가 아님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후생가외의 이유

 

마찬가지로 대형은행도 인터넷은행이 향후 2~3년 내에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필자는 ‘생태계’라는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공자도 ‘자신을 흠모하여 계속해서 찾아주는 사람이 없어지고 늙어서 물러난 뒤에 돌봐줄 사람이 없는 것’을 두려워했다고 한다. 즉, 후생은 비록 가외할만한 자가 아니더라도 무척 중요한데, 그 이유는 자신을 찾아봐 주고 또 자신을 돌봐주어야 할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자님이 열심히 공부할 수 밖에 없었다. 마찬가지로 신생은행이 비록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중요한데, 그 이유는 대형은행들이 신생은행을 경계하여 기술개발에 매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기존의 은행 간의 경쟁은 기술개발을 촉진시키지 못하는가? 신생은행이 촉발하는 기술개발 정도는 아니다. 지금 대형은행은 서로를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웬만큼 파악하여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상태’에 있어서 백번을 싸워도 결코 위태로워 지지 않을만한 공력을 쌓고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후생에 대해서는 다르다. 일단 이들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또한, 이들이 무장하고 진입한 새로운 기술에 대해서 자신이 얼마나 이해하고 준비해 나갈 수 있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쉽게 말하면 지피지기(知彼知己)가 되
지 않는 상태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후생가외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공인인증서를 살펴보자. 공인인증서는 지난 10여 년간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결국, 금융위가 기존입장을 바꿔서 공인인증서가 유일한 인증방법이 아니고 은행은 자유롭게 안전한 인증방법을 사용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실행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최근 진입한 두 개의 인터넷은행이 공인인증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인증할 수 있도록 하자 이제 기존은행들도 그러한 간편한 방법을 도입하고 있다. 신생은행들의 움직임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본다.
또한 신생기업이 가지는 불확실성의 사례를 세계 시가총액 최고의 기업들을 통해 살펴보자. 세계의 시가총액 순위 최고 6개 기업 중 워렌 버핏의 ‘버크서 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를 제외하고 5개 기업은 약 50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기업들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1975년, 애플이 1976년, 아마존은 1994년, 구글은 1998년, 페이스북은2003년에 창설되었다. 시가총액 순위 7~10위 기업은 엑손모빌, JP모건, 존슨앤존슨, 웰스파고인데 모두 100년 이상 된 기업들이다. 이 중 가장 오래된 기업은 웰스파고로 1852년에 설립되었다. 150년이 넘었다.
그렇다면 결국은 기업의 세계를 이끄는 10대 리더들은 새로운 기업세대와 기존의 기업세대가 적절히 조화되어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IT산업의 새로운 기술을 이끄는 신생기업과 전통과 축적된 기술을 보유한 기존의 기업이 함께 공존한다.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후생가외의 이유를 알 수 있다.

 

인터넷은행 시장진입의 의미
이런 의미에서 현재 인터넷은행들이 얼마나 어렵게 은행시장에 진입하였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은행들은 1997년 IMF 위기에서 큰 변화를 경험하였다. 당시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은행 중 하나로, 주로 기업대출보다는 소비자대출에 중점을 두었던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쳐지면서 당시에 가장 큰 은행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은 어떤가? 당시에 비교적 소규모 은행이었던 신한은행, 하나은행이 4위 대형은행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당시의 대형은행들을 차례로 흡수합병하여 온 결과이다.
1997년 이후의 금융정책의 핵심은 허물어졌던 은행산업을 재건하는 것이었고 대체로 성공했다고 볼 수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이후로 위기가 재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볼 수 있는 것은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였는데, 한국은 IMF 이후의 은행구조조정이 성공하였으므로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인터넷은행의 도입이 제기된 것은 2000년 경이었다. 당시 IT 붐이 일어났고또 은행산업에 비교적 관심이 많았던 대기업과 IT 기업이 힘을 합하여 인터넷은행을 설립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실패하였는데,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는 일단 은행법상 의결권있는 주식을 10% 이하로 가질 수밖에 없고, 만약 그 이상을 가지고 싶다면 외국의 투자자가 개입되었어야 했었다. 예를 들어 외국투자자가 50%의 지분을 가진다면 한국의 투자자는 동일인이 49%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은행에 투자하는 외국투자자를 구할 수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은행산업의 재건과정에 인터넷은행이 진입하여경쟁한다는 것은 전체적인 은행산업의 흐름에도 맞지 않았다.
다시 인터넷은행의 진입이슈가 제기된 것은 2008년부터였다. 이때 이명박 후보가 제17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대기업들에도 은행산업을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교적 강했다. 하지만 2008년은 세계금융위기의 도중이었고 한국에서는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대출이 대거 회수불능에 빠짐에 따라 은행산업의 건전성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인터넷은행의 진입은 실패하였다.
인터넷은행의 진입은 2016년에 세 번째로 시도되었다. 지난 두 번과 가장 다른 환경은 무엇보다도 은행산업이 안정되어 있었다는 것이었다. 1997년의 외환위기,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없었고, 부실한 저축은행들이 비교적 잘 정리되면서 인터넷은행의 진입이 가능한 은행산업의 여건이 형성되었다. 뿐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 시절 창조경제가 경제정책의 전략이 되고 금융에서는 핀테크가 주목을 받는 등, 인터넷은행의 시장진입에 우호적인 정치적 환경이 중요하였다.
요컨대 진입 자체가 어려웠고, 설사 인터넷은행들이 인상적인 성적을 내지 못하더라도 진입 그 자체가 큰 사건이며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미래
이렇게 어렵게 진입한 인터넷은행은 향후에 기대만큼 잘 성장할 것인가? 가장 핵심적인 관건은 역시 ‘기술’이다. 케이은행과 카카오은행이 로그인을 편리하게 하고 계좌이체를 간단하게 실행 가능하게 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통해 대출도 무척 단순하게 하였음은 국민이 이미 피부로 느꼈다. 국민은 이러한 기술에 감탄하면서도 이 기술은 이미 기대하여왔던 것임을 알고 있다. 기존 은행들의 PC뱅킹이 너무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은행이 들어오면 이러한 문제점을 없애 주겠지 하는 바람이 있었고, 신생은행들이 이 욕구를 적절히 풀어주었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은행서비스가 인증, 계좌이체, 마이너스 대출 및 직장인 대출에 한정된 것은 아니다. 국민은 주택담보대출, 중금리 대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놀라고싶어 한다. 스마트폰이 약 1~2년마다 새로운 버전이 쏟아져 나오듯이, 은행서비스에서도 새로운 기술이 쏟아져 나오기를 국민들이 기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의 한 대형은행이 소프트뱅크와 함께 만든 AI로 대출한다고 한다. 지난 9월에 시작하였으므로 그 성과는 약 1년 이상 운영해 보아야 알 수 있지만 참신한 시도라고 판단된다. 또한, 요코하마와
지바은행 등 일본의 지방은행들도 오릭스와 제휴하여 2018년부터 AI를 활용할 소액대출시스템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관건은 금융산업 내의 전문분야이다. 미국의 인터넷은행 중 자신의 전문분야가뚜렷하지 않은 은행들의 탈락률이 가장 높다. 미국에서 인터넷은행의 설립자가 은행출신일 경우 19개가 진입하여 11개가 퇴출되었다고 하여 그 생존율이 40%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한 IT 출신일 경우 2개가 진입하여 2개가 모두 퇴출되었다고 한다. 은행과 IT가 금융산업 내에서 전문분야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일본에서도 인터넷은행 중 증권사계열인 경우 또 소비자금융업체를 인수한 경우 등, 기존의 은행과 구별되는 자신의 전문분야가 확실한 은행들의 성적이 좋다.
요컨대 향후 인터넷은행들이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은행서비스에 도입하느냐, 그리고 기존은행들과 차별되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어떻게개발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보인다.

 

 

필자약력 _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서울대학교 경제학 석사, UCSD 경제학 박사/ 前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現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 저서: 디지털 금융, 누가 주도할 것인가? 外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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