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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보복의 의미와 교훈 : 한·미·중을 중심으로
신용경제 2017-12-01 18:36:46

사드는 방어용 무기체계이다. 이는 북한 미사일이 우리를 향해 날아올 경우 이를 조기에 인지하고 격추시키기 위한 무기라는 점에서 공격용 무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중국은주한미군이 이러한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데에 대해 문제를 삼고 우리 경제를 압박하는 다양한 조치들을 취했다. 당장 중국 관광객이 줄어들었고 우리 화장품 매출이 급감했으며 면세점도 파리를 날렸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도 확인하였고 우리의 국가 위상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게 되었다.

 

윤창현 교수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前 한국금융연구원장

 

 

시진핑 주석 일인체제 수립 이후의 변화
이제 우리 경제를 괴롭히던 사드 문제가 일단락된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불한 비용도 상당하다. 우리는 최근 소위 3불 정책을 제시한 바 있다. ①더 이상 사드를 추가배치 하지않는다. ②한·미·일 삼국 군사동맹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③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MD)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약속은 향후 우리의 행보에 상당 부분 제약을 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약속은 아니라고 지적했지만, 중국은 이미 이를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이제 중국과의 경제 관계가 정상화되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사드배치와 그 이후 진행된 많은 조치는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 그리고 언제든지 이러한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다시 한 번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필자는 북경대에서 개최되는 북경포럼에 거의 매년 참석을 해왔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의일인체제가 수립되기 시작하기 시작한 후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북경 지식인들의 발언이나 태도가 경직적이 되기 시작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거나 중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을 하는 경우 중국학자들은 이에대해 인정도 하고 중국경제의 고민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런데 작년부터는 좀 달라졌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 이에 대해 보다 적극 방어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당신이 중국경제에 대해 우려를 하는것은 당신이 중국경제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라는 식의 지적까지 하는 학자도 있었다. 중국을 제대로 알면 전혀 걱정할 일이 없다는 얘기인데 어떤 나라 경제가 문제점과 우려 하나 없이 완벽한 모습을 가질 수 있겠는가를 생각하면 이러한태도는 상당 부분 경직적임을 알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이러한 식의 변화가 시주석 일인체제의 수립 이후에 나타나고 있다. 이를 확장 해석하면 중국 경제나 정치 분야 등에 있어서일인체제의 경직성이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 부분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마오쩌둥의 일인체제가 상당한 부작용을 드러낸 이후 지도자가 된 덩샤오핑은 공산당 일당중심체제하에서 일인독재체제가 가진 부작용을 목도한 바 있다. 덩주석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집단지도체제라는 해법을 제시하였다. 정치국 상무위원들이 공동으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집단지도체제는 공산당 일당 중심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카드로 여겨졌다. 실제로 장쩌민이나 후진타오 주석은 이러한 집단지도체제를 잘 운용하고 이끈 바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사안에 대해 일부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반대가 있으면 이 사안을 재고하거나 안건을 폐기하는 등 사실상 만장일치 체제에 가깝게의사결정을 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의 견해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전체 위원들의 중의를 존중하고 따름으로써 일인체제가 가져올 수 있는 폐단을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한국에 대한 시주석의 견해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등장한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반부패 정책과 다양한 서민 행보 등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얻은 시주석은 급기야 일인체제를 확립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그리고 과거와는 다르게 사회주의의 근본에 충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에대해 이름 풀이를 중시하는 성명학적 접근을 하기도 한다. 덩샤오핑의 이름 샤오핑의 한자는 우리 말로 소평(小平) 이고 시진핑의 이름 진핑의 한자는 우리 말로는 근평(近平)이다. 이름에 있는 한자를 가지고 성향이나 통치방향을 해석하는 성명학적 해석에 따르면 덩샤오핑 주석은 사회주의적 평등의 가치를 뒤로 미루고 경제발전에 주력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 소평(小平), 즉 ‘평등’에 대해 ‘작은’ 비중을 두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은 사회주의적 평등의 가치에 대해 상당 부분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 이름에 있는 근평(近平)을 보면 평등의 가치에 대해 본질의 근처(近)까지 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작위적인 해석일 수도 있지만 시주석 통치 하의 중국이 향후 어떤 식으로 나아갈지 엿볼 수 있게 된다. 일인중심체제는 매우 경직적이 될 수 있다. 크고 작은 결정이 한곳에 집중이 되고 견제와 비판이 줄어드는 경우 아주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질수도 있지만 반대로 엉뚱하거나 무리한 결정이 이루어질 수가 있다. 향후 중국과의 교류등에 있어서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한 이유가 추가되고 있는 것이다.
시주석의 한국에 대한 역사관에도 주목을 해보아야 한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 자리에서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다는 식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의 시각은 한국전쟁이 항미원조(抗美援朝) 전쟁이었다는 그의 발언을 통해서도 요약된다. 한국전쟁을 일으킨 북한이 미국의 참전 이후 역습을 당해 밀리고 있던 상황에서 ‘미국(美)’에 ‘대항(抗)’하여 북조선(朝)을 지원하여 구해낸(援) 전쟁이 한국전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 전쟁에서 당시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마오쩌둥의 장남이 참전하였고 전사한 바 있다. 이렇게 보면 중국과 북한은 혈맹의 관계인 셈이고 그만큼 포기하기 힘든 대상이다. 한국에 대한 그의 견해를 보면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유의해야 할 이유가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중국의 민낯
사드문제는 이러한 부분을 잘 보여준다. 일인 체제의 확립 과정에서 시주석은 우리 경제에 대한 제재조치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주석은 자신의 지시가 어떤 식으로이행되는지 확인을 한 셈이다. 중국 정부가 이 지시를 ‘차질 없이(?)’ 이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 정부의 불합리한 결정과 정책추진에 대해 일언반구 제대로 못 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반한운동 수준의 캠페인이 펼쳐지는가 하면 우리 유통기업에 대한 불매와 배척 조치가 벌어지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아야만 했다. 중국 여행객들이 득실대던 명동이 한산해지는 모습도 목격해야만 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중국의 민낯을 조금 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얼마 전까지 미국 국가무역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는 피터 나바로 교수는 그의 저서 ’중국에 의한 죽음‘으로 유명해졌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 중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있다.
“I am very disappointed in China. Our foolish past leaders have allowed them to make hundreds of billions of dollars in trade...” 이를 번역하면 이렇다. “나는 중국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 바보 같은 우리(미국)의 과거 지도자들은 중국이 미국에 대해 연간 수천억 달러를 벌어가도록 허용했다.”
이러한 메시지에서 나타나는 그의 견해는 나바로 교수의 견해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나바로 교수가 지적한 ‘중국에 의한 죽음’은 바로 미국의 죽음을 의미한다. 나바로 교수에 의하면 중국은 미국의 원천기술을 대가도 지불하지 않은 채 빼돌리고 있다. 인력도 빼가고특허권도 무시하면서 기술을 확보하고 여기에 값싼 임금과 환율조작조치까지 더해서 질좋은 제품을 값싸게 생산하고 있다. 미국은 이러한 제품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여 중국이 엄청난 이익을 내는 것을 도와주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중국의 대미무역흑자는 3,50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 전체무역적자에서 대중 적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했다. 나바로 교수는 중국이 미국을 통해 이처럼 엄청난 이득을 올리고서 이렇게 번 돈으로 군비를 확장하고 국방력을 충원하여 결국 미국을 제압하려 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미국이 중국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은 중국의 경제력을 키워주면서 호랑이 새끼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같은 주장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견해를 토대로 대미흑자를 기록하는 나라들에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미국시장을 이용해서 흑자를 내면서 자기 이익만을 취하고 미국에 공헌하는 것이 없다는 불만을 노골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을 방문한 지도자들을 보면 일본, 중국, 독일, 한국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대미흑자가 상당한 수준에 있는 국가들이다.
미국이 이처럼 중국에 대해 경계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대미흑자 축소를 요구하는 경우 중국의 대미흑자가 실제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서 중국은 통 큰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황제 수준의 대접과 함께 약 2,600억 달러 수준에 달하는 제품구매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하였다. 이러한 행보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미국의 중국에 대한 대미흑자축소요구도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만일 이러한 움직임이 가시화된다면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부품, 반제품, 설비 중에 미국 수출에 사용되는 부분은 상당히 줄어들 가능성도 높아진다. 대중 관계만이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대해서도 주목을 해야할 이유이다.

 

 

우리의 대응
이상에서 사드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한·중 한·미 미·중 관계에 모두 영향을 주는 부분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러한 외교·안보적 갈등이 우리 경제를 힘들게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우리의 대응이 다양한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된다. 우선적으로 시진핑 주석 일인중심체제로 전환한 중국은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경직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가지게 된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해서 다양한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과거와 비교하면 상당 부분비합리적인 결정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고 볼 때, 우리는 향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줄이려는 노력을 지속해가야 한다. 물론 외교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반도체 같은 제품은 중국이 함부로 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의 강점이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 분야를 제외한 다른 분야의 경우 언제든지 보복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무게를 두어야 할 것이다. 떠오르고 있는 인도, 혹은 동남아 국가들의 연합체인 아세안(ASEAN) 국가들과의 경제적 연대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에 편중된 경제 교류를 탈피해 가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또한, 미·중 간의 경제적 관계 변화에 대해서도 주목을 해야 한다. 중국이 대미흑자를 본격적으로 줄이는 경우 우리의 대중 수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 부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도 대미흑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최근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를 미국에서 수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일부 정유회사들이 멕시코 만에서 생산된 석유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특히 SK의 경우 미국 셰일오일 광구를 사들이고 여기에서 채취한 원유를 국내로 들여와서 정제하는 수직통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현지법인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만큼 대미흑자가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통상압력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므로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된다. 회사 입장에서는 석유정제를 위한 원료에 해당하는 석유를 직접 생산하는 전략을 통해 업스트림에 해당하는 업종에 진출하게 되므로 많은 경제적 이득이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셰일오일을 채취하는 노하우를 습득함으로써 이러한 노하우를 향후 다른 국가들에도 적용할 수 있게 되어 미래를 위한 포석을 둘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앞으로 이러한 노력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미국산 농산품 등을 포함한 다양한 품목에 대해 미국에서의 수입 증대 노력을 미리 시작함으로써 향후 닥쳐올 통상압력을 줄이는 노력을 선제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사드 갈등의 교훈
사드를 둘러싼 갈등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의 모습이 여실히 읽혀진다. 우리의 국력이 많이 나아지는 했지만, 여전히 종속변수적성격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것이 사실이다. 사드로 인한 갈등에도 불구하고 끄떡없는 반도체처럼 세계 1위를 점하는 분야가 많아야 할텐데 반도체 한 분야밖에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 중의 하나다. 반도체 이후 우리의 먹거리는 무엇이 되어야하는지 차제에 고민을 할 필요도 있다.
우리가 이제는 고래 싸움에 등이 터지는 새우 수준은 벗어나서 돌고래 정도는 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있지만, 큰 고래들의 싸움에 취약한 것은 여전하다는 점을 감안하여 우리의 위상을 더욱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할 필요가 더욱 절실해지는 요즈음이다.

 

필자약력 _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美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前 한국금융연구원장, 공적자금관리위원장, 한국경제연구학회 회장/ 現 서울시립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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