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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개방 생태계 육성 절실하다
신용경제 2018-03-05 11:32:57

2017년 말부터 지금까지 가상화폐 버블과 거래소 폐지논란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첨단 분야의 뉴스 진원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통적 체제와 가상의 체제가 본격적으로 부딪히는 전선이 이 땅에 형성된 셈이다. 우리나라의 기술과 규제를 아우르는 균형 감각이 세계적인 틀안에서 본격적으로 검증받고 있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가상화폐 규제, 가능성조차 사멸할 수도
버블의 징후는 뚜렷하다. 실제 현재 우리나라 비트코인 거래량은 전 세계 3위 수준이며, 1월 기준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의 하루 수수료는 30억 원에 달했다. 게다가 작년 말부터 하락세가 있었지만,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추세이다.
또한, 비트코인이 돌아가는 가상세계가 보장하는 익명성과 조세회피 등의 혜택은 제3자의 모니터링과 조세부담을 회피할 수 있는 엄연한 규제차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주변은 규제차익이 부각될 수밖에 없는 분열된 환경이다.
그 결과 해외에서는 ‘김치 프리미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국내의 암호화폐 거래 가격이 해외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어 있다. 지난 1월 9일 기준, 홍콩의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피넥스(bitfinex)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은 15,132달러(약1,616만 원)였지만,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2,400만 원을 기록해 49%의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중국 등의 자본규제와 맞물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조세회피 및 자금세탁 경로로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일찌감치가상공간의 자유로움에 눈을 뜬 선두주자들이 기술과 규제의 현실적 간극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경을 넘어 시장을 아우르는 이들이야말로 민초들의 새로운 시장참여를 가로막는 전면 규제의 원인 제공자들인 것이다.
사실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은 전통 규제산업인 기득권들의 독점적 위치에 상응하는 민초들의 대안적 가치창출 수단으로 보완적 차원에서 고안된 것이지 투기수단으로 고안된 것이아니다.
따라서 다수가 참여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례들이 구체화될수록 지금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허구적 세상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회의적 시각이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능성은 ICO 등 초기 개발재원의 부족, 기존체제와 참여자들의 상황 논리적 안정화 노력으로 시도조차되지 못한 채 사멸될 위험도 있다.

 

기존 시각, 디지털 네트워크에는 한계
국경으로 분리된 현실세계에서 법정화폐가 필요하듯이 국경없는 가상세계에서도 이를 움직일 수 있는 인센티브 차원의 연료가 필요하다.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비트코인)를 분리해서 블록체인만 육성하자는 의견은 새로운 생태계의 작동을 기대하는 시각에서 조율될 필요가 있다.
모든 경제활동은 인센티브에 의해 돌아가므로 가상화폐라는 인센티브 없이는 탈중앙화된 분산 네트워크의 유지,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거래의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 근거가 취약한 상태에 대해 잠재적 버블의 사전관리 차원에서 필요한 보완적 조치를 넘어선 단기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이는 위험과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 공존하는 사안에 대해 균형 잡힌 안목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이미 우리가 사는 세상은 엄격히 규제되는 현실 세상과 규제되지 않는 가상 세상이 공존하고 있다. 규제차익의 영역이 확대되고 새로운 세상과 기존 시스템의 충돌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모든 분야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소위 허구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현실 세계에서 바라본 가상의 세계는 탈중앙화, 분산화로 대표되는 디지털 네트워크의 특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지는 무한한 잠재적 가치를 법정화폐로 뒷받침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초연결환경 하에서 전개되는 모든 현상에 대해 기존 체제로는 그 파악과 대응에 있어 심각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가상화폐 논의는 버블 논쟁과 연관된 거래소 주변 여건에 경도되어 미래준비 차원의 균형 잡힌 시각이 견지되기 어려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시장 주변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한 가상계좌 문제해결, KYC-AML 준수, 거래소 허가·등록 및 거래내역 보고 의무부과 등의 사전 조치가 지연되면서 민초들의 포용적 경제활동 기반이 되어야 할 대안적 기회는 규제차익을 노리는 투기 또는 범죄수단으로 치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본질과 거리를 보이는 단기적 시장안정 조치가 우선시되면서 기술과 규제의 간극,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레거시 체제의 문제와 준비부족으로 초래된 버블에 대해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처방이 되풀이되고 있다. 아직 시작단계인 미래생태계의 육성을 위한 가상화폐에 대해 기존의 시각과 틀을 적용함에 따라 레거시 체제의 그림자와 규제차익을 키우는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Safe Harbor 방식 및 민간주도 협업 필요
우리는 중앙집권화되고 분열된 무거운 유산을 배경으로 가지고 있다. 현실은 여전히 정부주도 시스템이며, 이러한 토대 위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을 아우르는 연결과 연관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 세상에서 정부는 더는 결정주체가 아니며, 활발한 민간들의 연관을 촉진하려는 선의의 정책의도 조차도 시장왜곡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자발적·수평적 연결에 대해 기존체제의 토대 위에서 분열적으로 대응하면 결국 공멸하게 될 것이다. 전례 없이 다양한 연관이 가능한 ‘바람’ 같은 현재의 변화에 대해 탄탄하게 법적 논리에 기반을 둔 ‘그물’ 같은 규제로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기존의 법체계는 협의의 금융안정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미래의 개방적 협업을 위한 생태계 조성에는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합리적 차원에서 행위 자체에 대한 규제보다 생태계를 키우는 차원에서 즉답적이고 개별적인 규율을 유예하는 Safe Harbor 접근 방식이 강조된다.
더는 과거의 수직적 연결을 넘어선 다양한 연관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 현재 정부 측의 결정과정이나 구조는 포괄적 공감대 형성에 적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칸막이식 정부조직체계로는 문제의 인식과 조율과정에서 상당한 지연이 불가피하므로 보다 광범위한 신뢰구축에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국무조정실 주도의 정책조율 대신 모든 사회구성원의 적극적 의사표명과 참여를 반영한 결정과정을 수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탈중앙화 추세 하에서 사회적 신뢰구축이 모든 결정의 근간인바, 정책조율 과정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변화의 핵심은 현 지배 구조상의 인식체계의 변화이며, 보다 본질적 이슈는 연결되는 세상에 대한 우리 모두의 대응 방향이다. 초연결환경이 전달하는 시사점은 연결과 상호연관이 가치창출의 핵심이며, 이를 수용 및 발전시키려면 모든 세상의 주역들이 가지는 역할과 책임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의 초석을 지키기 위한 공정한 개방 환경과 진정한 민간주도의 협업 모습이 절실하다.

 

 

수평적 플랫폼 마련과 다수의 참여 촉구
따라서 향후 변화방향의 핵심은 허가받은 소수의 주도와 전문화가 아니라 연관을 극대화하는 개방된 공동의 토대를 마련하여 다수의 참여와 협업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이는 개방과 협업 차원의 재연결 작업에 사회구성원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느냐에 달려있다. 수직적 연결이 아니라, 다면적연결을 구축하기 위한 기득권들의 자발적이고 선도적인 차원에서의 변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구성원 등의 공감대 형성정도나 행태에 따라 미래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ICT 하드웨어적 준비가 출중한 우리나라는 현 상황을 반전시킬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 보호 및 금융안정의 원칙을 고수하려면 일반인들의 관련 위험에 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바, 투자위험에 대한 사전공지의무 그리고 공탁제도, 계정분리 등 관련 사전감독 강화가 필요하다. 시장규율강화의 원칙과 집행은 시장 신뢰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관리되는’ 개방전략이 불가피하지만, 이후에는 자율적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주요 조직형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공정한 개방생태계 육성을 통해 스스로 책임 있는 가치창출의 주체로서 거듭나야 한다. 경제활동에 필요한 모든 연관을 통해 거래비용을 절감하는 기본 단위로서의 회사나 조직이 점차 개인중심의 형태로 재편되고 전환되는 추세다.
이미 칸막이가 낮아진 시장에서 구현되는 모든 민간주체의 자율성은 시대의 명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탈중앙화 추세를 정부서비스 부문에도 적극 반영(정부부문의 블록체인활용)하여 미래생태계 조성을 위한 민간과 시장주도의 개방 및 협업의 자세가 우선적으로 강조될 필요도 있다.
최종적인 변화의 목표는 디지털 네트워크상의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수평적 경쟁기반(플랫폼)을 마련하고 개방과 참여 그리고 협업을 촉진하는 시장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이다.

 

 

필자약력
University of Virginia 경제학 박사/ 前 美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은행감독국 이코노미스트, 우리금융지주 전략담당 전무/ 現 한국수출입은행 비상임이사, Asia Prime Collateral Forum 간사, 한국금융연구원 미래금융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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