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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한 과제
신용경제 2018-04-09 09:29:18

진창수 소장
세종연구소

 

남·북·미 정세 물꼬 트이나
올 초까지도 남북한의 얼어붙은 정세가 풀리리라 기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적극적으로 나서며 어렵사리 남북 대화 물꼬가 열렸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직후 대북특사를 파견해 남·북, 북·미 대화 재개의 디딤돌을 놓았다.
김정은 위원장과의 6개항 합의에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 비핵화 협의 및 북·미 관계정상화를 위한 미국과의 대화 용의, 그리고 대화 지속 기간 전략도발 중단 등이 포함돼 미국의 요구조건을 일부 충족시켰다.
이런 성과를 살리려 문재인정부는 즉각 대미특사를 파견해 미국 설득에 임했고,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북미정상회담 수락까지 겹쳐 실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오는 5월 최초의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한마디로 드라마틱한 반전이 일어났다.
한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 달 25일 비밀리에 중국을 깜짝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번 방중은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잇단 정상외교를 앞두고 먼저 중국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공동선언 확인 필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합의를 끌어내느냐는 중요하다. 대북특사단의 합의 6개 조항 가운데 3개가 비핵화와 관련된 만큼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합의와 나아가 이행 방향을 도출한다면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기 쉽기 때문이다.
문 정부도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터라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정상회담 준비 위원회에서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남북관계의 담대한 원칙 등 세 가지 의제를 다룬다고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안보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것은 잘한 일이다.

 

 

과거 정상회담을 보면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가고자 했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비핵화라는 어려운 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핵 문제에 대해 한국과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것 같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핵문제를 반드시 다루어야 우리도 비핵화에 지분이 있다는것을 주장할 수 있다. 그래야 1991년 비핵화 공동선언도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이다.
비핵화 공동선언에서는 현재 한국이 북한의 핵 문제라고 생각하는 농축, 재처리, 개발 등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핵화 공동선언이 만들어진 지 20여 년 이상 지났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
즉, 한반도 비핵화 논의, 핵미사일 시험 중지, 그리고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이해 등 김정은 위원장이 내건 3가지 약속에 대한 진정성과 증거를 확인하고 그 이행을 구체적으로 보장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절차까지는 담을 수 없어도, 비핵화 의지만이라도 다시 확인해야 한다. 문정부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대화 국면을 활용하여 비핵화에 공식적으로 합의를 하게 된다면,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과 비교하더라도결코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치는 문 대통령이 밝힌대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체제, 남북 공동 번영의 길을 열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다. 비핵화의 진전은 물론 미북수교와 평화협정, 남북 경제 공동체 구축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패키지로 묶어 정상 간에 단번에 합의하는 톱다운 방식이 성사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문 정부는 군사적 긴장완화를 통해 평화 체제를 이루며 남북관계의 발전에 대해 북한과 협정을 맺고 국회에서 비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문 정부가 말한 남북관계의 제도화를 위해 기본협정을 맺기에는많은 난관이 있고, 국민적인 합의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어쩌면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서 향후 기본협정을 맺자는 약속을 하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채워나가기 위해서는 고위급 회담을 통해 논의해 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북미정상회담 위한 예비회담
문 정부가 고려하는 기본협정에는 평화체제, 종전선언, 군사적 신뢰 구축, 그리고 교류협력 등이 들어갈 수 있다. 이전의 6·15 공동선언은 지나치게 모호하고, 10·4 공동선언은 교류협력에 치우친 면이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것을 넘어서는 담대한 구상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한에 긴장완화와 정전체제를 종식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북한으로부터 끌어내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실질적인 조치로는 비핵화의 진전, 남북한 군사적 신뢰조치에 따른 운용적 군비 통제 등이다. 이러한 실질적인 조치를 실행한다면 한국 내 논란이 되는 종전선언은 언제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종전선언을 하게 되면 상징적으로 평화체제가 됐다는 것을 확인해 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은 종전선언을 북한이 악용하게 되면 유엔사의 법적 근거는 약해지게 된다. 만약, 종전선언을 근거로 북한이 유엔사를 해체하라고 요구한다면 한국이 그 주장에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
따라서 평화체제로의 이행은 우리가 북한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결부되는것이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확고한 입장이 선행된다면, 평화체제는 실질적으로 정착될수 있다.
결국, 남북관계의 진전과 비핵화는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북핵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않았던 2006년에는 남북관계의 진전이 비핵화를 견인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핵 문제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국제무대에서 너무나 중요한 문제로 확산되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관계와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선순환적으로 해결하는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이에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를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고, 5월에 열리는 북미정상회담에서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기 위한 예비회담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장담하기에는 아직 상황이 녹록지 않다. 많은 리스크 요인이 도사리고 있어서이다. 냉정히보자면, 북핵 해결의 열쇠는 북한에 있지만, 상황 악화의칼자루는 미국이 쥐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은 마음먹기에 따라 제재·압박을 최대한 활용해 북한을 굴복시키려 할 수 있다. 그러면 북한이 강력히 반발할 것은 불문가지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과거 9·19 6자 합의나 2·13북·미 합의가 실패한 사례처럼 북·미 대화가 악순환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긴밀한 소통·공조 중요
어느 정상회담을 막론하고 정부 부처 간 정책 조율이 중요한데, 하물며 전인미답인 북미정상회담은 말할 것도 없다. 만약 미 정부 내 조율에 문제가 있다면 북미정상회담을 제대로 준비하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아직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갈등 내지 알력이 엿보인다. 우선, 백악관과재무부 중심의 강경라인은 대북 불신이 깊어 북한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정상회담 수락에 따라 주춤하고는 있지만, 대화 수용에 대한거부감이 여전하다. 국무부 등 비교적 온건 라인도 북·미 대화 필요성은 인정하나 효과 측면에서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거나 기껏해야지난한 과정을 반복해 시간 낭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의 대화파 인사들도 과연 북미정상회담이 잘 준비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미 국무부 내 북한 전문가로 분류되는 인사가 대거 물러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주한 미국대사로 유력하게 거명되던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가 트럼프 대통령과 인식 차이로 낙마한 데 이어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까지 조기은퇴했다.

 

 

게다가 과거 제네바 북핵 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북핵 대사나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도 민주당 인사로 분류돼 협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형편이다 .
더군다나 최근 대화파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강경파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으로돌연 경질됐고,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후임으로 강경파 중에서도 초강경파인 존 볼튼 전 유엔대사를 후임으로 임명했다. 볼튼 보좌관은 북한의 위협을 부각하면서 대북 군사행동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언론과 한 회견에서 “미북 대화를 크게 기대하지 않으며 오히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역량을 갖추기 전에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또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회담에서 ‘북한이 시간을 벌려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한다면 시간 낭비를 피하고자 아마 회담장을 떠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미 정부 내 대북 강경론자들이 포진되면서 북미정상회담의 험난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만약 백악관 중심의 강경파 인사들이 ‘북한 옥죄기’를 계속하기로 결정한다면 북·미 교섭은 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또한, 북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소기의 목적 달성에 실패하면 그 부정적 파장은 너무나 클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는 물 건너가고, 미국의 군사행동 논의 재점화와 한반도 안보 위기 고조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현재 비핵화 과정과 결말에 관한 북·미의 입장차는 크다. 따라서 한국은 상황 악화 방지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우선 다양한 대미 대화 채널을가동할 필요가 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미국 온건파 위주로 접근하면 상황관리에는 비효율적일뿐더러 상황을 오판할 수가 있다.
그러므로 강경라인과도 긴밀하게 소통·공조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때 한국 정부는 북한 ‘변호인’ 같은 인상이나, 특히 남북관계에서 ‘과속’하는 느낌을 주면 안 된다. 북·미 대화에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미국 내 리스크 관리에 보다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로 임해야 한다.

 

 

필자약력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일본 동경대학대학원 정치학 박사/ 前 통일준비위원회 외교안보분과위원회 전문위원, SAIS, Johns Hopkins University 객원 연구원, 북해도대학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 現 세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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