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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소득주도성장 정책
신용경제 2018-06-04 09:40:04

조장옥 교수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거시경제의 시작, 케인즈 이론
현대 거시경제이론은 여러 면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 근래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를 미시와 거시경제학으로 구분하여 보면, 분야의 상대적 크기를 고려할 때 거시 쪽에 다소 치우쳐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새로운 연구가 많이 이루어진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거시경제학이라는 분야가 처음 경제학에 선을 보인 것은 1936년에 발간된 케인즈의 ‘고용, 이자 및 화폐에 관한 일반이론(The General Theory of Employment, Interest and
Money)’에서이다. 기실 케인즈 이전에는 경제학이 미시경제학과 거시경제학으로 갈라져있지도 않았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서로 이질적인 개인과 기업의 선택,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시장균형을 집계하여 경제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자유방임과 시장청산을 기초로 경제를 설명하는 고전적인 이론으로는 이해와 치유가 불가능했던 대공황의 출현은 기존과는 다른 이론의 탄생을잉태하고 있었다.
거시경제학은 근본적으로 경제를 하나의 단위로 보고 국민소득의 결정과 그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국민소득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만, 단기에는 수요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케인즈도 역시 이 점을 강조하였다. 실업률이 25%까지 치솟고 소득이 30% 가까이 감소하기에 이르렀던 대공황의 위기로부터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대규모 정부지출, 곧 공공사업을 일으켜 유효수요를 창출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소비성향은 소득이 높은 계층에서는 낮고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는 높기 때문에 고소득층의 소득을 저소득층에 재분배하면 총수요가 증가해 소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요즘 문재인 정부에서 주장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이론의 원조인 셈이다.
케인즈의 이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사람은 미국의 32대 대통령 루스벨트(Franklin D. Roosevelt)이다. 당시에 미국 대통령은 비상사태가 아니면 3월 4일에 취임하는 것이 관례였다.
참고로 지금과 같이 1월 20일에 취임하는 것은 아이젠아워 (Dwight D. Eisenhower) 대통령부터이다.
1933년 3월 4일 대통령에 취임하자마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례가 없이 빠르게 개혁에 착수한다. 대통령 취임 초기에 속전속결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훗날 ‘취임 100일 (The first 100 days)’이라는, 대통령직 성공을 가늠하는데 상징적 중요성을 갖는 개념이 생겨났고, 루스벨트 대통령 이후 모든 미국의 대통령들이 이를 본받고 있다. 동력을 잃기 전 대통령 취임 초기에 중요한 정책을 위한 입법을 완료하고 정책 제안을 국민에게 설명함으로써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수적인 절차가 된 것이다. 지금은 언론마저 설령 실수가 있더라도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비난을 삼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John Maynard Keynes(1883~1946)

 

대공황을 극복해낸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루스벨트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금융개혁이었다.
당시는 대공황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로 은행들이 줄지어 폐업함으로써 전국적으로 서민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었다. 취임 이틀 뒤인 1933년 3월 6일 그는 미국 전역의 은행 업무를 중지시켰다. 사흘 뒤인 9일, 미 의회는 ‘긴급은행법(Emergency Banking Act)’을 통과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루스벨트는 모든 예금에 대한 지급보증조치를 취하고 세계 최초로 ‘예금보험공사(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를 설립하여 금융안정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다시 사흘 뒤인 12일은 1주일 동안의 은행휴업(bank holiday) 마지막 날이었다. 미동부시간으로 이날 저녁 10시, 훗날 ‘노변정담(Fireside Chats)’이라고 명명된 일련의 라디오 연설 첫 방송을 통해 루스벨트 대통령은 ‘지난 며칠 동안 무슨 일이 있었으며, 왜 그와 같은 조치를 취했고, 다음 조치는 무엇인가’를 설명하였다. 이 방송은 미국인 6천만 명 이상이 청취하였고 청취율로는 70% 이상이었다.

 


노변정담을 통해 루스벨트 대통령은 지급능력이 있는 은행만이 다시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허가하겠다고 약속하였다.

돈을 침대 밑에 간수하는 것보다 은행에 예금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라는 말도 곁들여서. 이 같은 조치의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자신감이 극적으로 회복되는 반전의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예금보증은 새로 영업을 재개한은행이 안전하다는 인식을 미국 국민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노변정담이 있었던 다음 날인 13일, 은행의 영업이 재개되고 은행에는 예금을 위해 고객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이후 2주 안에 퇴장하고 있던 현금의 절반이 은행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은행휴업이 끝난 다음 첫 거래일인 1933년 3월 15일 미국의 주가는 사상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네 번에 걸친 루스벨트의 대통령 임기 가운데 첫 임기 중에 내어놓은 일련의 정책과 프로그램을 소위 ‘뉴딜정책이’라고 부른다. 이 가운데에는 크게 나누어 세 가지 부류의 정책이존재하는데 앞에서 설명한 금융개혁이 그 하나였다. 그리고 실업자와 가난한 국민을 위한구호 프로그램, 경제를 정상수준으로 복귀시키기 위한 경기회복정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역사학자들은 뉴딜을 1933~1934년의 ‘1기 뉴딜(First New Deal)’과 1935~1938년의 ‘2기 뉴딜(Second New Deal)’로 나눈다. 1기 뉴딜에는 전력과 치수를 위한 대규모 댐 건설사업인 테네시계곡 개발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2기 뉴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새로운제도의 도입이다. 즉, 1935년 통과된 ‘사회보장법(Social Security Act)’에 따라 전 국민 퇴직연금과 실업보험 그리고 아버지가 없는 장애아와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복지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향후 미국 복지제도의 얼개를 완성하였다. 나아가 노동관계법들을 정비하여노동조합의 활동을 촉진하고 최저임금과 노동시간의 상한을 설정하였으며 아동노동을 금지시켰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의 첫 임기 100일, 그리고 뉴딜정책은 여러 면에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특히 여러 분야에 과다한 규제를 도입한 것은 두고두고 비판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실수에도 그의 첫 임기는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대통령이 무엇을, 어떻게 하여야 하는가를 보여준 전범이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대규모 실업에 시달리던 국민에게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시의 적절한 정책을 용기 있게 시행한 것과 실의에 빠져 있던 국민과의 소통은 미국이 1933년 깊은 불황에서 탈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의 주위에 경제·사회의 위기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시의적절한 정책을 개발한 참모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소득주도성장의 모순
문재인 대통령은 근래 대한민국이 가장 저점에 있을 때 나라를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와 최순실 국정농단 등 대한민국 국민의 정신적 상처는 1997년 말에 발생한 환란에 버금가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같은 나라를 이어받아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면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등 높이 평가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경제 운용에 있어서는 아쉬움이 크다. 어떤 이유에서이건 지금과 같은 경제운용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앞에서 언급한 소득주도성장의 슬로건부터 최저임금의 과도한 인상, 비정규직의 무리한 정규직 전환, 법인세 인상, 노동시간 단축, 공무원 증원, 잦은 추경편성, 대기업 압박하기 등 정책의 무리수가 너무 자주 되풀이되고 있다.

 

먼저, 소득주도성장이론은 한 나라의 경제를 운용하는 기초이론으로서 너무나 많은 허점을 안고 있다. 소득의 재분배가 성장을 일으킨다는 이론은 성장이론으로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소득은 성장의 결과이지 원인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는점이다. 경제성장의 요인은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 너무나 명확하지만, 문제는 실행하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이론적으로 말해 소득재분배는 일시적으로 소득 증가를 가져올 수는 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에서 말하고 있는 소비, 곧 수요의 진작이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실증적으로도 그와 같은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문재인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최저임금을 16.4% 인상하였다. 그리고는 고용시장이 불안해지니 최저임금 노동자를 다수 고용하는 중소기업의 비용증가를 정부 재정을 풀어 보조하는 정책을 들이 밀었다. 이와 같은 미봉책에도 지금 고용시장의 동향이 심상치않은 것은 최저임금의 지나친 인상과 무관하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이루어지는 듯이 보였다.
기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노동제도의 혁신이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고 생각된다.
노동시간 단축도 정부가 나서서 강제적으로 밀어붙일 사항은 아니었다고 본다. 벌써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거나 비용증가 때문에 신음하는 중소기업에 대해 또 재정을 이용해 보조할 것인가?

 

원칙따라 다스리되 기업활동 보장해야
한편, 소득주도성장을 위해서 정부는 법인소득세의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하는법 개정을 하였다. 법인세율은 다른 선진국의 경우에 매우 조심스럽게 다루는 것이 상례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를 오히려 인하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일례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20일 법인세 최고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고 8개로 되어 있던 조세구간도 하나로 통일하는 법 개정에 성공함으로써 이제는 오히려 우리보다 낮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7~80년대 고도성장을 하던 경제가 지금과 같은 장기 저성장경로로 가라앉기 시작한 것이 1992년경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1992년은 중국과의 수교가 이루어진 해이다.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한 해이기도하다. 임금상승 때문에 고비용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이 중국으로 대거 생산기지를 옮기면서 그와 같은 현상이 일어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이었던 것은 고효율 기업 대부분은 국내에 남았기 때문에 제조업의 고용비중이 10% 포인트 이상 빠졌음에도 생산 비중은 크게 하락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제부터 기업의 해외 엑소더스가 일어난다면 대기업일 가능성이 높다는점이다. 그동안 해외에서 우리 대기업들이 창출한 고용이 이미 30만 명이 넘는다는 통계가 있다.
보호무역 때문에 외국의 관세는 높아만 가는데, 법인세율 높고, 고용 경직적이고, 반기업적인 정책 환경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재벌은 우리 경제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필요악의 측면이 있다. 자본이 절대적으로부족한 상황에서 자본을 축적하고 노동생산성을 증가시키는 데는 기업집중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각종 특혜를 주어 키운 것이 재벌이다. 그리고 여러 폐해에도 재벌이 우리의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도 부인하기 어렵다. 재벌의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법과 규칙이라고 본다. 법과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 있으면 엄격히 다스리되 자유로운 기업 활동은 보장되어야 한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경우에서 보는 바와 같이 대통령의 첫 100일 그리고 1년의 성과는 한 정권이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업적의 기초가 된다. 물론 루스벨트가 대통령에 취임한1933년의 미국과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대한민국은 너무나 다르지만, 위기를 안고 대통령에 취임한 사정은 같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문재인 정부의 1년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합격점이라고 말하기어렵다. 현실을 보지 못하고 이념에 사로잡혀 가다보면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스페인, 그리스, 베네주엘라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선무당이 사람 잡는 일이 우리 경제에서도 일어나는 것은 아닌지 매우 염려스럽다.
경제학을 평생 업으로 삼고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필자약력
美 로체스터 대학교 석·박사/ 前 한국계량경제학회장, 한국금융학회장, 한국경제학회 회장 역임/ 現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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