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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재정운용… 이대로 괜찮은가
신용경제 2018-07-03 11:25:57

양준모 교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정부지출의 허상
정부지출은 우리의 삶을 나아지게 해야 한다. 과연 그런가.

2018년 예산안의 규모는 429조 원이다. 이번 예산안은 새 정부 정책과제 추진과 서민 일자리 및 복지확대를 지원하기 위해서 편성했다고 한다. 과연 예산 편성 시에 주장했던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가.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고 관련 예산을 증액했다. 일자리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11조 원을 썼고,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예상했는지 올해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3조 원을 사용했다. 청년 일자리를 위해서도 3조8,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했다. 이렇게 많은 재정지출을 했는데도 고용 충격이 발생했다. 올해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해 절반도 안 된다.
2018년 복지지출은 146조2,000억 원으로 총지출의 34.1%에 해당한다. 기초생활보장이나취약계층지원보다도 공적연금, 아동수당, 주택, 보건 등에 지출하는 돈이 더 많다. 어려운사람에게만 지출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복지 관련 사업에 재정이 지출되고 있다. 효과가 있었는지 논란이 있다. 원래 국민의 돈이었는데 생색은 정부가 낸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정부가 예산안을 작성하고 국회가 이를 심의한다. 정부가 관여해야하는 분야는 매우 광범위하고 또 국회가 모든 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자신의 지역구와 관련된 사업이나 정치적 이해득실과 관련된 사업을 중심으로 심의한다.
그동안 국회가 예산안을 심의하는 과정은 국민에게 실망만 줬다. 과연 개별 사업들은 합리적 기준에서 검토되고 있으며 예산은 적절하게 배정되고 있는가. 이러한 국민의 질문에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기관은 과연 존재하는가. 국가재정운용을 올바로 지켜줄 수 있는국가 시스템은 존재하는가. 현실은 매우 실망스럽다.
합리적 국가재정운용 시스템의 부재는 포퓰리즘적 지출이 만연될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을 만들어냈다. 정치인들은 포퓰리즘에 굴복하고 일부 국민은 여기에 편승하고 있다.

 

포퓰리즘과 재정 운용
가. 메커니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안전과 이득만을 추구하지만, 경쟁과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아담 스미스의 주장이다. 만약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경쟁을 제한하고 정부의 공권력을 이용한다면 엉뚱한 결과가 초래된다.
정부가 특정한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 이와 관련된 생태계가 조성된다. 그 사업이 중단되면 형성된 생태계가 무너지고 이에대한 저항이 발생한다. 여기에 정치가 개입된다. 표를얻기 위해 사업은 확대되고 법적 지원근거가 마련되며 관련 조직이 설립된다. 매년 관련예산이 편성되고 생태계는 더욱 공고히 구축된다. 자연히 재정 지출은 경직적으로 확대된다.
정부의 개입이 최초에 정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상황은 변한다. 사람들의 이기심은 정부의 개입을 더 요구한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경쟁을 통해 제어되지만, 정부의 공권력은 제어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은 공권력을 이용하려한다.
복지 정책도 예외가 아니다. 시장경제적 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적격성 검사(means test)를 통해 대상자를 선정한다. 사회주의적 복지제도는 보편적 복지제도를 지향한다. 사회주의적복지제도는 누구나 복지혜택을 주기 때문에 광범위한 이해관계를 형성한다. 보편적 복지는 선택적 복지보다 더 많은 표를 가져다준다.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반시장적 포퓰리즘으로 악명을 떨친 사람이다. 자원 부국임에도 보편적 복지의 핵심인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무상 원조 등으로 국가재정을 고갈시켰고, 10여 년간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2016년 물가상승률은 약 800%, 경제성장률은 약-19%였다. 생필품을 구하기 어렵고 전력도 부족한 나라가 됐다. 차베스가 사망한 이후,국민의 선택은 그와 다를 바 없는 니콜라스 마두로였다. 연예인을 동원한 정치 선동과 포퓰리즘의 늪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나. 시한폭탄
포퓰리즘이 정치를 점령하면 불합리한 재정운용은 고쳐지지 않는다. 예컨대 국민연금의재정문제를 살펴보자. 국민의 노후보장은 표가 되는 정책이다. 국민연금은 중요한 노후대비 수단이며 모든 국민이 내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받도록 설계됐다.
국민의 이기심은 충족됐지만, 부담은 미래세대에 전가된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돈을 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국민연금의 재정은고갈된다. 해결책은 매우 간단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계산에 의하면 2058년에는 기금이 완전히 고갈된다고 한다. 지금 청년들은 40년 열심히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하고 한 푼도 못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성을 강화하는 정책도 인기가 있다. 2022년까지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가 된다고 한다. 의료비를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정부는 혜택만을 강조한다. 그러나 추가적인 비용은 결국은 국민들의 부담이다.
2014년 보장성 강화로 5년간 7조4,000억 원의 비용이 증가했다. 이번의 보장성강화 조치로 5년간 30조6,000억 원의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2019년부터는 기금이 적자로 전환되는데 보험료 인상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정책들이다.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 아니다. 국민은 증액된 고지서만 받게 된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 포퓰리즘은 혜택만 이야기하고 비용은 감춘다. 보이지 않는 비용도 있다. 근로의욕을 꺾는 정책은 장기적으로 피해가 크다. 내가 직접 부담하는 비용이아니면 과소비와 비효율 증가와 같은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 직접적인 비용도 문제이지만 간접적인 비용도 문제다. 에너지 비용의 상승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준다.
저성장으로 인한 간접적인 비용이 더 클 수 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비용에 눈을 감는다. 직간접적인 비용이 누적되다가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급증한다. 포퓰리즘은 시한폭탄이다.

 

국가재정운영과 국가채무
국가재정운영을 합리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미흡한 상황에서 재정지출은 늘고 있다. 2018년의 예산안에서 지출 증가율이 9년 만에 최고 수준인 7.1%이다. 복지예산의 증가율은 12.9%이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주요 사업들은 내일채움공제, 중소기업 추가 고용지원, 구직촉진수당, 소상공인 지원, 아동 수당, 반값 등록금 등 단순한 이전지출로 의심되는 사업들이다. 이전지출의 정책적 파급효과는 제한적이다. 투자성 재정지출은 미래의 먹거리를 만들어 국민의 소득을 증가시키며 자연적으로 재정 수입도 증가한다.
반면, 이전지출로는 우리의 삶의 질을 견인하기 어렵다. 신재생에너지는 보조금으로 공급되고 있으며 에너지비용은 상승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도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진다. 저신용자에 대해 정부 지원으로 대출을 해주고 있다. 채무불이행은 고스란히 국민의부담이다. 결국, 포퓰리즘은 고비용 저효율 경제를 만들어내 지속적으로 악영향을 초래한다.
남미에서 볼 수 있는 반복적인 경제 위기는 포퓰리즘과 무관하지 않다.
생산가능인구는 감소하는 데 반해 공무원의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8년에만 경찰 공무원은 2,779명, 군부사관은 3,948명, 행정부 공무원은 5,192명, 그리고 헌법기관은 302명이 증원될 예정이다. 공무원 채용과 관련된 직접적 비용도 비용이지만 공무원 고용이 민간의 고용을 없앤다. 공무원의 증원으로 국민의 부담은 증가한다.
2018년 예산안에서는 국세수입이 10.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1~2015년의 평균 국세증가율은 4.2%이다. 지난 5년 평균보다 두 배가 넘는 국세증가율로 세금을 걷어도씀씀이를 따라가지 못한다. 경제성장률이 3%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국민의 부담은 늘어만 간다. 정부는 법인세도 올리고 재산세도 올릴 예정이다. 그럼에도 2018년 관리 재정수지는 29조6,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국가채무는 708조9,000억 원으로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의 5년간 국가채무 누적액은 208조3,000억 원으로 어느 정부보다도 많은 국가채무를 시현할 것 같다. 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도 향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과정에서 재정수지 적자규모가 확대된다면 국가채무는 계속 증가할것이고 결국 재정 건전성은 파괴된다. 2017년 관리재정수지는 28조3,000억 원 적자였고,국가채무는 669조9,000억 원이다. 2018년에 관리재정수지적자는 28조6,000억 원으로 더 늘어난다. 국가채무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가채무가 2021년에는 835조2,000억 원으로 늘어나는데,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매년 확대되어 2021년에는 44조3,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악성으로 변하고 있다.
포퓰리즘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는 또 다른 이유이다.

 

포퓰리즘 고리 끊고 시스템 개혁해야
포퓰리즘으로는 돈은 지금 쓰고 그 부담은 미래세대로 전가하는 정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신은 오직 한번 산다(YOLO)라는 의식으로 현재를 중요시한다. 저축보다 소비가 미덕이라고 선전한다. 달콤한 유혹이지만 그 대가는 작지 않다. 내가 지불해야할 비용을 남들에게 의존하게 된다. 내 아기도 남의 돈으로 키우고, 내 부모도 남의 돈으로 봉양하려고한다. 정치인들은 앞장서서 국가가 해준다고 약속한다. 민간의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정부의 수당만을 바라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정부지출은 증가하지만, 수입은 줄어들 수밖에없다.
인구성장률이 떨어지고 노년부양비가 증가하고 있다.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의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의 부담 능력은 떨어지고 있다. 포퓰리즘을 지탱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1990년대 이후 잠재성장률이 상승한 적이 없다. 추세적으로 저성장 국면으로 추락하고 있다.
각종 제도가 성장을 막고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서민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소득분배도 악화됐다.
일본은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이 1990년대 이후 떨어지고 있다.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한 이후 연금 개혁 등 경제 체질 개선으로 현재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으며 청년 일자리가 넘쳐난다. 인구감소는 일인당 국민소득을 증가시킨다. 포퓰리즘을 극복하고 경제 체제를 바꾸면 인구감소의 부작용을 극복할 수 있다.
포퓰리즘의 부작용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재정 부담이 증가하고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포퓰리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국가재정운용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 국회의 예결산 심의 과정을 내실화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정부도 재정지출로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혁신을 유도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합리적인 재정운영만이 삶의질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美 UCLA 경제학 박사/
前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現 한국지급결제학회 명예회장,
산업에너지환경연구소 이사장, 연세대학교 정경대학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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