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현덕
매일경제 논설실장
취업자 수 증가 폭 5개월 연속 10만 명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
통계청이 ‘6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지난 7월 11일. 다음날 도하 조간신문의 1면 제목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충격’, ‘위기’, ‘재앙’, ‘혼수상태’ 등등. 정부는 매달 고용통계를발표한다. 여러 지표의 수치와 추이를 공개하는데 소위 언론이 제목으로 뽑는 대표적 지표는 취업자수 증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직장에 취직한 사람이 얼마나 늘었느냐이다.
이날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2,712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0만6,000명 증가했다. 이 수치가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되는 건 30만 명이다.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연 30만 명 정도 취업자가 늘어나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실업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32만 명으로 잡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런데 6월 통계가 기준치 또는 목표치의 3분의 1밖에 안됐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추세’다. 매달 발표되는 통계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들쭉날쭉할수 있다. 계절적 요인도 있고, 천재지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추이를 봐야 하는데우리는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이게 총괄적 분석이고 이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현황을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첫째,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 수가 12만 6,000명 줄었다. 기업활동이 부진하고 구조조정이진행되면 제조업 고용은 줄어든다. 6월도 그렇게 설명할 수는 있다.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니 거기서 취업자 수가 감소했고, 조선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슬금슬금 인력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제조업취업자는 추세가 ‘감소’다. 산업구조가 그렇게 변하는 게 트렌드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줄어드는 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둘째, 제조업에서 고용이 줄어들면 늘어나는 데가 있을 것이다. 그게 서비스업이다. 18만6,000명이 늘어났다. 이 부분을 잘 봐야 한다. 통상 과거 사례를 보면 제조업에서 빠져나간 인력이 자영업으로 몰렸다. 사회경제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 자영업의과잉을 불러왔고 그 결과 빈곤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 자영업에서도 고용이 줄었다. 1만 5,000명. 이렇게 된 원인은 자명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주원인이다. 장사가 안돼 직원들 월급 주기가 어려워지니 사람을 자른 것이다. 그 결과 통계청 분류상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되는 즉, 돈 안 받고 아버지 엄마 친척 가게에서 일하는 인력이 늘어났다.
자영업이 줄었다면 늘어난 서비스업 부문이 있을 텐데 그게 △보건 △복지 △공공행정이다. 보건복지에서 16만 2,000명, 공공행정에서 9만 4,000명. 이렇게 보면 이제 큰 그림이 보일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집어넣어 만드는 일자리-이를 사회적 일자리라고 하는데-가늘어난 것이다.
통계청이 ‘6월 고용동향’을 발표한 지난 7월 11일. 다음날 도하 조간신문의 1면 제목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충격’, ‘위기’, ‘재앙’, ‘혼수상태’ 등등. 정부는 매달 고용통계를발표한다. 여러 지표의 수치와 추이를 공개하는데 소위 언론이 제목으로 뽑는 대표적 지표는 취업자수 증감이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직장에 취직한 사람이 얼마나 늘었느냐이다.
이날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2,712만 6,000명으로 전년 동월대비 10만6,000명 증가했다. 이 수치가 많고 적음을 판단하는 기준점이 되는 건 30만 명이다.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연 30만 명 정도 취업자가 늘어나야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고, 실업난도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근거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32만 명으로 잡은 것도 그런 이유이다. 그런데 6월 통계가 기준치 또는 목표치의 3분의 1밖에 안됐으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추세’다. 매달 발표되는 통계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들쭉날쭉할수 있다. 계절적 요인도 있고, 천재지변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추이를 봐야 하는데우리는 증가 폭이 5개월 연속 10만 명대에 머물렀다.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게 총괄적 분석이고 이를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우리나라 고용시장의 현황을 좀 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첫째, 제조업 부문의 취업자 수가 12만 6,000명 줄었다. 기업활동이 부진하고 구조조정이진행되면 제조업 고용은 줄어든다. 6월도 그렇게 설명할 수는 있다.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니 거기서 취업자 수가 감소했고, 조선 등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곳에서는 슬금슬금 인력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했다. 제조업 취업자는 추세가 ‘감소’다. 산업구조가 그렇게 변하는 게 트렌드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 줄어드는 건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둘째, 제조업에서 고용이 줄어들면 늘어나는 데가 있을 것이다. 그게 서비스업이다. 18만6,000명이 늘어났다. 이 부분을 잘 봐야 한다. 통상 과거 사례를 보면 제조업에서 빠져나간 인력이 자영업으로 몰렸다. 사회경제적으로 결코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었다. 자영업의과잉을 불러왔고 그 결과 빈곤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이 자영업에서도 고용이 줄었다. 1만5,000명. 이렇게 된 원인은 자명하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주원인이다. 장사가 안돼 직원들 월급 주기가 어려워지니 사람을 자른 것이다. 그 결과 통계청 분류상 ‘무급가족종사자’로 분류되는 즉, 돈 안 받고 아버지 엄마 친척 가게에서 일하는 인력이 늘어났다.
자영업이 줄었다면 늘어난 서비스업 부문이 있을 텐데 그게 △보건 △복지 △공공행정이다. 보건복지에서 16만 2,000명, 공공행정에서 9만 4,000명. 이렇게 보면 이제 큰 그림이 보일 것이다. 정부가 재정을 집어넣어 만드는 일자리-이를 사회적 일자리라고 하는데-가늘어난 것이다.
청년실업 위기의 핵심 ‘청년고용률’
셋째, ‘신용경제’ 2018년 8월호 커버스토리 주제다. 청년고용이다. 이걸 말하기 위해 일단기초가 되는 고용문제의 현황을 대략 살펴본 셈이다. 연령별 취업자 증감 통계를 보면 되는데 소위 청년층이라 하는 15~29세에서 4만 2,000명 감소했다.
이걸 좀 더 확장하면 30대에서 5만 명, 40대에서 12만 8,000명이 각각 줄었다. 늘어난 연령층은 그 이상이다. 50대에서 7만 1,000명, 60대에서 무려 25만 5,000명. 그래서 고용통계를면밀히 분석해 보면 세 가지 중요한 시사점이 도출된다. 첫째, 제조업의 위기. 둘째, 재정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의 비대화, 셋째, 청년실업.
이중 첫째와 둘째는 논란이 좀 될 수 있다. 제조업에서 벗어나 고도의 첨단 지식 서비스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뀐다면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정부가 돈을 부어 공공분야 등에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고용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한다면 크게 나무랄 일은 아닐 것이다.
명명백백하게 문제가 되는 대목은 바로 세 번째, 청년실업의 위기이다. 단순하게 취업자가 얼마 늘었느니, 청년 실업률이 얼마니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하게 봐야 할 지표는 ‘청년고용률’이다. 실업률은 “나는 일자리 찾는 거 포기했어”라고 아예 취업
전선에 뛰어들지 않는 사람들은 제외되므로 현실을 제대로 읽지 못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할 단 하나의 통계치를 고르라면 그건 청년고용률이다.
이게 우리나라는 42.9%다. 그러니까 15~29세 청년층 중 절반이상이 취직이 안 된다. 우리나라에 청년이 914만 명이 있는데 취업자는 392만 명에 불과했다. 젊은이 10명 중 6명은 일주일에 한 시간도 일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충격, 위기, 재앙, 혼수상태라는 표현이 나올 만하다.
청년실업 문제가 전 세계적 현상이라면 얘기는 좀 다르다. 그러나 만약 이게 다른 나라는괜찮은데 우리나라에 국한된 일이라면 상황은 심각할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의 통계를 비교해 보면 한국은 35개국 중 30위다. 스위스(71.8%)나 네덜란드(69.3%) 같은 상위권 국가는 물론 미국(60.6%), 일본(56.8%) 같은 중위권 국가에 견주어도아예 비교조차 안 되는 수준이다. 지난 5년 새 OECD 국가의 청년 실업률은 평균 3.7%포인트 떨어졌지만, 한국은 7.5%에서 9.8%로 뛰었다.
왜 우리만 사회의 희생자가 돼야 하는가
이런 심각한 현상에 대해 일각에서는 낯간지러운 변명을 한다.
그게 인구구조 문제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지금 현재 청년층 인구가 많아서 생긴 일시적 문제다. 즉 일자리라는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일자리를 찾는 수요는 많아 생기는 미스매치다. 시간이 지나면서 청년 인구는 감소할 것이다. 그러면 수요는 줄어들고 청년실업 문제는 해소될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인가? 대략 2021년이다. 그러니 앞으로 3~4년이 중요하다. 따라서 이 기간 중 집중적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면 된다.”
대강 이런 논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1월 10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이런 인구구조론을 핑계 삼는 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자칫하면그릇된 처방전을 도출할 우려도 있다. 일자리 수석을 지낸 분이 인구구조 얘기했다가 혼쭐이났다. 결국, 그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결과를 낳긴 했지만. 물론 청년 인구라는 변수만보면 일리는 있다. 핵심 인구 층을 25~29세라고 하면 이 연령대 인구가 가장 많은 시기는2008년이었다. 400만 명이 넘었다. 당시 ‘82년생 김지영’이 이 연령대에 속한다. 청년실업으로 치면 고난의 시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은 많은데 금융위기 여파로 직장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다음 세대가 소위 88년생들이 취업전선에 진입하기 시작한 때이다. 6년 뒤니까 2014년이다. 이 세대를 ‘88 호돌이’라고 한다. 25~29세인구는 70만 명가량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금융위기도 어느 정도 극복되고 인구도 줄어들었으니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돼야 맞을 것이다. 인구학적으로 보면 그리돼야 하는데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그 이유는 앞 세대가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밀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연령대의 인구는 2014년부터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다. 2021년에는 40만 명정도 증가한다. 약 370만 명이 된다. 그 후론 청년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데 2030년까지는 약 100만 명이 줄어든다. 그래서 앞으로 3~4년이 고비인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인구 분석에서 가장 간과하기 쉬운 것은 청년 인구가 2021년 피크를 치고 꺾어지는 건 맞는데 취업 압박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앞차가 밀려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구구조문제를 들며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는 것이니 그 기간 동안 바짝정부가 돈을 부어 일자리를 만들어 주면 될 것이라는 논리는 성립하기 힘들다.
어찌 보면 이보다 더 중요한 변수가 있다. 단순하게 청년층 인구만 보면 안 된다는 점이다. 청년층 인구 중에 대졸자의 비중을 봐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청년 일자리는 사실 대부분이 대졸자들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대졸자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이들 보고 눈높이를 낮추라고 요구해도 잘 안먹힌다. 과거 기성세대보다 공부도 많이 하고 스펙도 잘 쌓은 젊은이들의 “왜 우리만 사회의희생자가 돼야 하느냐”는 불만은 타당하다.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든 경제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이제 결론을 말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청년실업이란 국가적재난을 벗어나기 위해선 우선 이 사태가 재난 수준임을 인식하고, 그에 걸맞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우선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는 일감이 있어야 생긴다.
만고불변의 진리다. 그러면 일감을 만들어야 한다. 이게 한 축이다. 다른 한 축은 일감이늘어나도 사람을 새로 뽑을 유인이 있어야 한다. 이는 청년들의 신규 고용으로 이어져야한다. 고용시장이 경직돼 있으면 새로운 사람을 뽑기가 어려워진다.
일감이 늘어나도 수지가 안 맞거나 나중에 경기가 안 좋아졌을 때 다시 사람을 줄일 수 없다면 새로 인력을 채용하기를 꺼릴 것이다.
그래서 사실 해법은 아주 단순하다. 첫째, 일감을 늘리는 정책을 써야 하고 둘째, 고용시장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 이게 청년실업 해소의 알파요 오메가이다.
여기에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수많은 세부적 정책은 조율하면 될 텐데 사람마다 처한 입장에 따라 생각이 다르니 합의를 보지 못하고, 디테일로 들어가면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갈리니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서 나는 중요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본다. 모든정책에 일자리 영향 평가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청년실업 영향 평가보고서도 함께 작성하는 방안이다. 그래서 어떤 정책이 일자리에 악영향을 준다고 판단되면 그 정책은 시행하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있으면 된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일자리는 늘어나나 청년 일자리가 줄어든다면 그건우선순위에 서 밀어버리면 된다.
다만, 이렇게 합의를 본다 해도 일자리 영향평가 보고서가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사회과학이란 게, 경제라는 게 칼로 두부 베듯 똑 부러지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무원 추가 채용이라는 정책이라 할지라도 단순하게 보면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이나 이를 위해서는 재정지원이 필요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고용의 위축을 가져올 수도있다. 그렇다면 쉬운 것부터 하면 된다. 돈 안 드는 것부터 하면 된다. 바로 외국인투자 유치 같은 것이다. 외국기업 진출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것, 이런 건 이의가 없다. 한 걸음더 나아가 고용을 많이 하면 법인세를 더 깎아주는 것, 이런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 지금싱가포르 정부가 하는 방식이다.
모든 경제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모든 걸 다 하겠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하겠다는 것과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에서 일자리, 보다 구체적으로는 청년 일자리만큼 위중한 건 없다는 데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럼 이를 일머리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난 19일 정부가 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밝힌 것처럼 일자리 목표를 연 32만 명에서 18만 명으로 절반을 뚝 자르는 비참한 재앙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약력
매일경제신문 워싱턴특파원, 경제부장, 정치부장, 국제부장, 산업부장 등 역임/ 매일경제신문 편집국장/규제개혁위원 역임/저서 손현덕의 구석구석 4차산업혁명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