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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 키우는 경제사회구조, 단기적 처방으로는 어려워
신용경제 2018-08-06 14:14:11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청년실업’, ‘청년일자리’ 문제가 시대적 화두가 되었다. ‘청년실업대란’이라는 표현까지도등장했다. 지난 19대 대선과 6.13 지방선거에서 후보들은 앞다투어 청년일자리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였고, 새 정부 출범 후 발표하는 정책도 청년 관련 정책이 많다.
청년실업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지난 7월 11일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8년 6월 고용동향」을 보면 알 수 있다.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실업률은 9.0%로 전년 동월대비1.4%p하락했고, 청년고용률은 42.9%로 전년 동월대비 0.2%p 상승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경제활동인구를 기준으로 한 청년실업률의 경우 하락추세를 보이던 지난 5월 10.5%에 비해서 개선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청년고용률의 수준을 보면 심각성이 나타난다. 15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한 청년고용률이 40%대라는 것은 10명 중 4명만 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 수치는 OECD 35개 국가에서 30위 정도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보조지표인 청년체감실업률을 보면, 2017년 22.7%로 높다. 공식 통계는 아니지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2017년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취업, 교육, 훈련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청년 니트(NEET) 규모는 2016년 OECD 산정 기준으로 18.9%였다.
이러 저러한 통계를 볼 때, 청년실업의 문제가 심각한 것은 사실이다.

 

청년실업을 키우는 경제사회구조
청년실업의 문제는 임금과 노동여건, 고용안정과 같은 질적인 측면, 일자리 미스매치, 직업교육을 포함한 교육 체계, 사회보장, 채용기준 등 많은 요인이 있다.
하지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경제구조문제가 무엇보다 크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고 있다고 알려진 중소기업의 평균임금은 대기업 임금의 절반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 산업의 중소기업 임금은 대기업의 59.6%, 중소제조업의 경우는 51.5%로 나타났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월 고용노동부의「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월임금총액이 정규직 노동자의 48.5% 수준이었다.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정규직의 69.3% 정도였다.

이러한 열악한 조건에 있는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일자리를 청년들이 선택할 확률은 낮다. 무한 경쟁과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정규직으로 입사한다고 해도 기업자체의 성장은 물론, 생존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청년층들이 생애주기별로 감당해야 할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88만 원 세대’를 거쳐, ‘3포 세대’, ‘N포 세대’란 용어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고등학교나 대학 졸업 후 운 좋게 평범한 회사에 취업 한다고 가정하자. 결혼, 주거, 출산, 보육, 자녀교육, 자기 계발, 은퇴 후 노후생활까지그려보면, 한마디로 답이나오지 않는다. 학자금 대출로 대학을 졸업하면서 상당한 부채까지 떠안고 시작한다.
지난 6월 청년정책 사용설명서와 잡코리아가 성인 남녀 2,927명을 대상으로 한 ‘좋은 청년일자리 현황’에 대한 설문조사결과 발표가 있었다. 응답자의 58.9%가 좋은 일자리의 기준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터’를 첫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급여 및 성과급 등금전적으로 만족스러운 직장’(51.0%), ‘복지제도가 잘돼 있는 곳’(38.4%), ‘회사 분위기가수평적이고 자유로운 곳’(17.7%), ‘기업 및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 (10.9%), ‘정년보장 등 오래 일할 수 있는 곳’(10.8%) 순으로 높았다. 이러한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중소기업은 많지 않다고 본다. 결국 취업준비생 10명 중 4명 정도가 ‘공시족’이라고 할 정도로 다른 곳에 눈을 돌린다.

 

제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저하
우리나라 제조업은 2015년 기준 명목 GDP의 27%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그간 상당수의 고용창출에 기여해 왔고, 향후에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높은 경쟁력을유지해온 제조업이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다. 기술 경쟁력이 높은 독일과 미국 등의 제조업과 비교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수준이 선진 기업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간에는 가격경쟁에 중점을 두고 성장해왔지만, 이젠 가격경쟁조차 중국이나 신흥국에 밀리는 상황이다.
R&D 지출 비중이 세계에 가장 높을 정도로 재정을 쏟고 있지만, 기술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재벌 및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문제가 크다. 한국에서 중소기업,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할 만큼 어렵다고 한다. 경제력이 집중된재벌과 대기업들이 수직계열화와 내부거래로 새로운 혁신기업의 시장진입을 막고, 작은기업들의 기술을 탈취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경쟁제한과 불공정 갑질,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으로 기술혁신을 저해하고 시장의 동력까지 떨어뜨린다. 이러한기울어진 운동장은 대·중소기업의 양극화를 심화시켜 청년들이 가야 할 중소기업의 임금과 노동여건을 열악하게 만든다.

 

정부의 단기적 지원책으로는 실효성이 없어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하자, 정부는 지난 3월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청년일자리 대책’을발표했다. 대책은 당면과제 대응과 구조적 과제 대응방안으로 나뉘어 있다.
당면과제로는 취업청년의 소득·주거·자산형성, 고용증대 기업 지원 강화, 창업 활성화를 통해 연 12만 개 창업 유도, 지역 및 사회적 경제와 해외취업과 같은 새로운 취업기회 창출, 즉시 취업과 창업을 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강화 등 4대 분야를 중점적으로 제시했다.
구조적 과제로는 고용 증가를 수반하는 투자에 대한 규제개혁과 혁신성장 가속화 등으로기업 일자리 창출 노력 적극 지원, 인적자본 고도화를 위한 교육 및 훈련체계 혁신과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한다고 밝혔다.
4대 분야 중점 추진과제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며, 신규고용지원 및 세금면제, 주거 및 교통비 경감, 중견 및 중소기업 신규 취업자 일정기간 근무 시 3천만 원 목돈마련, 대기업 및공공기관 취업 지원, 창업자금 및 사업서비스 지원, 창업기업 세금면제 등 대다수가 돈을지원하는 단기적 정책들이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대책을 위해 상반기 3조9천억 원가량의 추경 예산안을 제출하여,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하반기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금과 공기업을 동원해 3조8천억 원을지출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청년실업률을 조금 낮추고, 고용률을 조금 높이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근본 처방은 아니다. 양질의 일자리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않고, 돈을 통해 억지로늘린 일자리는 지속가능하기가 힘들며, 효과도 반감된다. 그리고 정부가 바뀔 경우에 정책이 중단되거나, 내용이 바뀔 수도 있고, 심각할 경우 도덕적 해이까지 발생한다. 아울러시장에 돈을 푸는 정책은 물가상승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지원책이 불도 끄지 못하고, 시간이 지체되어 더 큰 불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지원책은 경제사회적 환경으로 청년인구가 감소되는 추세를 염두에 두고 실업률이 떨어지도록 버티는 단기적 미봉책이란 비판도 받을 수 있다.

 

제4차 산업혁명과 청년일자리
청년일자리 정책의 한 축으로, 4차 산업혁명 정책도 언급되고있다. 정부가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를 공식화하면서, 중앙과 지방정부 일자리 정책의 다수가 이와 연관 지으며 발표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으로 ‘4차 산업혁명 위원회’도 발족하여 무언가 하고 있다.
민간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현 경제구조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일자리 문제가 마치 4차산업혁명이란 단어가 앞에 붙을 경우,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듯이 이야기한다. 만약 그러한 세상이 빨리 올 경우, 고용과 노동시장, 격차의 심화 등 부정적 효과도 많고 교육체계,사회보장제도, 조세정책 등 많은 것이 변화되어야 할 것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언급이 별로 없다.
정보와 기술이 보다 많은 재벌과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될 경우, 중소·중견기업들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음도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정보와 기술로의 접근성이 약한저소득 및 취약계층 청년들의 경우 실업 문제도 발생할 수도 있다. 긍정과 부정적 효과를예측하면서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경제구조의 고도화로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창출해야
일자리 문제는 왕도가 없다. 잘 맞는 톱니바퀴처럼 청년들이 일자리로 스며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것이 최고의 실업 및 일자리대책이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이 정부의 ‘청년일자리대책’에는 잘 보이지 않는 점이 안타깝다. 단기적 지원책도 필요하겠지만, 정부가 할 일은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민간에서 자연스럽게 양질의 청년일자리가 창출될 수있도록 판을 깔아 주는 것이다.
통계청이 7월 18일 발표한 ‘2018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세~29세) 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의미 있는 자료가 많다. 3년제 이하를 포함한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기간은 4년 2.7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0.4개월 증가, 졸업 후 첫 취업 소요기간은 10.7개월로 전년동월 대비 0.1개월 증가, 첫 직장 평균근속기간은 1년 5.9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0.3개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첫 일자리에 취업할 당시 임금은 150만 원에서 200만 원 미만이 33.8%로 가장 높았고, 100만 원에서 150만 원 미만이 31.1%, 200만 원에서 300만 원 미만이 15.3% 순으로 높았다.
의미하는 바는 졸업부터 취업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취업했지만, 임금수준은 낮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자료는 최종학교 졸업 후 첫 일자리의 산업별 분포이다.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업이 38.4%, 도소매·음식·숙박업 29.3%, 광업·제조업 17.5% 순이었다. 제조업으로가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청년층이 중소기업이 많은 제조업을 선택하지 않은이유는 임금과 노동여건이 나쁘고 비전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적 자본과 재벌 및 대기업 중심 구조에서 기술력 있는 제조업과 중소·중견기업, 인적자본 중심의 산업구조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 이들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대·중소기업의 격차도 완화되어 양질의 일자리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재벌개혁과 노동개혁이 필요하다. 약자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며 시장으로의 진입과 퇴출장벽이사라지도록 한다면 혁신형 경제로 전환이 될 수 있다.
제조업 또한 고부가가치화될 수 있다. 이렇게 경제구조를 고도화시켜 일자리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제조업이 혁신적으로 성장한다면 청년들은 여기에서 비전을 가질 수있다.
청년실업 문제 또한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국가경제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변화가 있을 경우, 공무원, 공공기관, 재벌과 대기업으로 몰리는 청년들의 취업 행태도바뀔 것이다.

 

 

필자약력
前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 감시 팀장/ 現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겸 경제정의연구소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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