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자 중국 또한 미국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보복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세계적인 보호무역을 촉발하고 또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정식 교수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미·중 무역분쟁의 시작
미·중 간 무역분쟁을 전망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서는 무역분쟁이 발생한 배경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미국은 제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부유출을 막으려고 한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이 늘어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트럼프 행정부 이전까지 미국은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계획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무역전략을 살펴보면 임금이 높아 경쟁력이 약한 제조업은 중국이나 한국 등에서 수입하고 대신 금융이나 유통업과 같은 서비스업을 수출해서 국부를 창출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인지하고 자본이나 서비스 시장 개방에 적극적이지않게 되면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폭은 최근 들어 점점 확대되고 있다. 결국, 미국은 무역전략을 수정해 보호무역을 통해 미국 제조업을 육성하여 국부유출을 막고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또 다른 배경은 중국과의 패권 다툼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에 제조업 제품을 수출해서 막대한 국부를 창출함으로써 경제를 단기간에 성장시켰다. 이러한 성장추세를 지속시키기 위해 중국은 최근 한국, 일본 그리고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추월하려는 장기계획을 수립하였다. 이른바 ‘중국 제조 2025’ 계획에서는 2025년까지 단계적으로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산업정책과 과학정책을 명시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의 경제적 패권에 도전하는 것으로 판단, 여기에 대한 대응책으로 제조업에 대한 보호무역을 실시하는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14억 명의 인구를 무기로 큰 내수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은 수출에 의해 국부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이 제조업 보호무역으로 미·중 간 무역적자를 개선하려고 하자 이에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표 1>에서와 같이 대미 수출이 중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매우 높으며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중국전체 무역수지 흑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반면, <표2>와 같이 미국은 전체 수입에서 21%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며 무역적자의 47%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두 가지 선택안, 무역정책과 환율정책
이러한 미국 무역정책의 변화는 과거에도 있었다. 1980년대에는 지금 중국과 같이 일본이 급성장해서 대미수출이 급격히 늘어나던 때가 있었으며, 그때도 미국은 일본에 대해 보호무역정책을 실시하려 했다. 또한, 한국의 경우도 1980년대 대미수출이 늘어나면서 무역수지 흑자가 발생하자 미국은 불공정무역을 이슈화하면서 보호무역정책을 사용하려 했다.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경우 미국의 전략은 먼저 무역상대국에 무역정책과 환율정책에 있어 선택을 요구한다. 대미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이기 위해 불공정무역관행을 개선하고제조업의 시장을 개방하든지 혹은 미국이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금융과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선택은 환율을 낮추는, 즉 무역상대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상시켜 수출경쟁력을 낮추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 중에서의 선택을 일본과 한국도 경험했으며 지금 중국에도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두 가지 선택 중에서 대부분의 국가는 환율을 낮추는 선택을 하게 된다. 무역시장 개방은 국내 이익집단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농산물시장의 경우 농민들의 발발로 시장개방이 쉽지 않다. 1990년대 한국의 경우는 두 가지 모두를 수용했다. 서비스와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또한 1990년에는 환율제도를 기존의 바스켓 환율제도에서 변동환율제도로 변경하여 환율을 낮추게 된다. 자본시장이 개방되고 환율제도를 변경함으로써 과도한 자본유입에 의해 당시 환율은 달러당 700원 선으로 하락하게 되고 결국 무역수지 적자로 1997년 외환위기를 겪게 된다.
일본 역시 1980년대 환율을 선택하게 된다. 1985년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선진국 모임인 G5는 비밀회담을 열게 되는데 이들은 외환시장에 공동개입해서 일본의 엔화를 평가절상시키기로 합의하게 되고, 이를 플라자 합의(Plaza Accord)라고 한다. 당시 일본의 엔화환율은 달러당 260엔이었는데 플라자 합의로 150엔대로 하락하게 되고 이 협정체결로 일본의 수출이 감소하면서 결국 일본은 20년 경기침체를 겪게 된다. 최근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있는 원인은 일본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역인 미국 예일대학의 국제금융 전공인 하마다 고이치 교수가 역플라자 합의를 성사시키면서 가능하게 되었다. 일본은 국제적으로 금지된 외환시장개입을 하지 않고 대신 돈을 푸는 국내정책인 양적완화정책 즉 확대통화정책을 실시해서 90엔대에 있던 환율을 120엔대로 상승시켰던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중국
중국은 이러한 일본과 한국의 경험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를 답습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자본시장과 서비스시장을 개방하던지 혹은 미국 농산물이나 제조업제품 수입을 늘려 대미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위안화 가치가 저평가되어 있으므로 위안화를 평가절상시켜야 하며 환율제도의 변경 또한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정책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 국제적인 제재를 가하겠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러한 요청에 중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되어 미국의 보호무역으로 중국 수출이 감소할 경우 성장률이 둔화되며 경상수지 악화로 환율이 오르면서 자본유출이 발생해 중국은 외환위기를 겪을 수 있다. 미국과의 보호무역 분쟁만으로도 이미 중국경제는 침체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 반면, 미국의 요구대로 환율을 낮출 경우 수출이 감소하면서 중국의 무역수지 악화로 대외신뢰도가 하락하게 되어 일본과 한국의 경험을답습할 위험이 높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배경인 것이다.
이러한 배경을 보면 미·중 무역분쟁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상충하는 이익이 커서 그 어느 쪽도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 수출에 비해 중국의 대미 수출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그리고 미국이 환율조작국 지정 등 더 많은 정책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에 유리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경제에도 영향 미쳐
미·중 무역분쟁은 한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도 비록 그 규모는 중국보다 작지만 <표 3>에서와 같이 미국에 제조업제품을 수출하여 무역수지 흑자를 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에서와 같은 전략을 우리에게도 사용하고 있다. 먼저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했으며 협상이 현재 진행 중에있다. 실제로 2012년에 발효된 한미 FTA에는 비록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시행 5년 만에 대미무역수지가 2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 외에도 미국은 환율을 높여서 수출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으로 하여금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러한 협약에 의해 내년부터 우리는 외환시장 개입내역을 공개하게 되어 있고, 이는 앞으로 한국의 환율정책에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이 우려된다. 외환보유고를 축적하기 어렵게 되었으며 급격한 자본유출 시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외환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게 되었고, 여기에 환율을 높여 수출을 늘릴 수 없어 성장률의 둔화도 우려된다.
미·중 무역분쟁과 미국의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환율정책과 무역정책의 선택에서 신중해야 한다. 이익집단의 반발을 무마하고 단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환율을 낮추는 정책을 선택할 필요성이 있지만 그렇게 했을 경우 무역수지가 악화되면서 외환위기 때와 같은 경험을 다시 답습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과도한 자본유입으로 환율이 적정환율보다 낮게 되는 것에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외환 당국은 내년부터 하게 되어 있는 외환시장 개입내역 공개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우리의 정책 과제
미국의 통상압력을 줄이기 위해서는 대미수입을 늘려 대미무역수지 흑자 폭을 줄일 필요가 있으며 경기를 활성화시켜 전체 경상수지 흑자 폭도 줄이도록 해야 한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폭은 올해 들어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대미수출을 줄이기보다는 수입을 늘려 흑자 폭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재 국내총생산의 5% 정도 나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 폭은 환율을 인하하라는 미국 요구의 주된 배경이다. 실제로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증가보다는 수입감소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불황형 흑자인데 환율이 하락할 경우 수출이 더욱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둔화될 위험이 높다. 따라서 필요한 시설재나 자원수입을 늘려서 경상수지 흑자 폭을 줄일 필요가 있으며 경기를 부양해 수입이 늘어나도록 해야 한다.
수출선의 다변화도 추진해야 한다. 중국과 미국에 편중된 수출을 다변화해서 대중국수출이 줄어들어도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이 없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리 수출의 대중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 전체 수출의 25%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은 결국 중국경제를 침체시키고 우리의 대중수출을 감소하게 할 것이 전망되므로 대중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주력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노력해야 한다. 우리의 주력산업인 조선, 철강, 자동차, 전자, 석유화학 모두 중국의 강한 추격을 받고 있다. 조선과 철강은 이미 중국보다 경쟁력이 낮아져 구조조정으로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있다. 나머지 산업까지 중국의 추격으로 경쟁력을 잃게 되면 제조업 공동화로 실업이 더욱 늘어나고 성장률 또한 둔화되면서 우리 경제는 위기를 겪을 것이 우려된다. 과학정책과 산업정책을 재정비해서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동시에 이를 대체할 신산업을 육성해서 세계적인 보호무역 추세에 대응해야 한다. 산업의 경쟁력이 높을 경우 보호무역이나 환율인하요구에도 불구하고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경기가 경착륙하지 않도록 금리와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미·중 무역분쟁은 우리 수출을 감소시켜 국내 경기를 침체시킬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청년실업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출까지 감소할 경우 실업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미국은 올해 2차례 그리고 내년에 3~4차례 금리를 높일 것이 전망되어 우리경제는 내년 이후 침체가 더욱 심해질 것이 우려된다. 성장률이 둔화되지 않도록 한국은행은 금리인상 시기를 현명하게 선택하고 동시에 정부는 확대재정정책을 사용해 경기의 경착륙을 막아야 한다. 지금은 내년 말까지 이어질 미국의 금리인상과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적 충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때다.
필자약력
美 클레아몬트 대학교 경제학 박사 / 前 미국 Harvard 대학교 경제학과 객원교수, 연세대학교 상경대학 학장, 경제대학원장,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한국경제학회회장, 한국은행 국제국·조사국 자문교수,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장 / 現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