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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불씨에 순풍이 분다
신용경제 2018-11-05 13:37:40

김양팽 연구원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반도체 호황의 시작
2016년 말 메모리반도체의 글로벌 공급부족 현상으로 메모리반도체 단가가 급격하게 상승하였고,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라는 호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시장에서 메모리반도체 공급업체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메모리반도체를 가장 많은 양을 공급하는 곳이 삼성전자이고 그다음이 SK하이닉스이며, 3위 기업은 미국의 마이크론이다. 이들 3개 기업이 세계 메모리 반도체 공급량의95%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7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이 세계 시장의 약 75%를 담당하고 있다.
이렇게 공급 기업은 한정적인데 반해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반도체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이 발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현상이 아니다. 3차 산업혁명이 성숙기를 지나며 ICT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던 시점에서 IoT, Cloud, AI,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산업이 등장함에 따라 ICT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된 것이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ICT 기술이 상호 단절적으로 발전한 경향이 있었으나, 이들의 기술이 융합되고 제조와 서비스가 융합되는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이를 4차 산업혁명이라 명명하게 된 것이었다. 이러한 신산업이 구체적인 형태를 가지고 발전되면서 핵심 부품으로 반도체를 사용하게 됨에 따라 수요가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었다.
 

메모리반도체 선택과 집중의 성과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 시점은 미국과 일본에 비해 확연히 뒤처져 있다.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반도체 시장을 이끌어가고 있는 미국과 세계 시장에서 혁신적인 전자제품을 선보이며 전자산업을 주도하고 있던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반도체 시장에 진입한 것은 어쩌면 무모한 모험이었다.
뒤늦게 반도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우리 기업이 선택한 품목은 메모리반도체이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메모리반도체 시장보다 크고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보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시스템반도체는 특수 목적을 수행하는 제품으로 용도별로 시장이 구분되어 작은 시장이 뭉쳐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구조이다. 또한, 각 시장별로 이미 선두그룹의 시장 지배력이 막강하여 신규진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에 비해 메모리반도체는 제품 종류가 적고 다수의 기업이 경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만족시키면 기존의 제품과도 경쟁이 가능하였다. 또한, 메모리반도체는 표준 제품으로 시스템반도체에 비해 생산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여 우수한 제조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에 유리한 품목이었다. 게다가 메모리반도체는 대부분 전자제품에 범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당시 국내에서 전자산업 발전으로 자체 소비시장이 형성되어 있었던 것도 우리나라 메모리반도체 산업 발전에 커다란 역할을 하였다.
우리나라는 1992년 세계 최초로 64메가 D램을 개발하면서 기술적인 측면에서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한국의 메모리반도체 기술력이 세계 최고라는 인식이 형성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시장지배력도 높아지게 된 것이다. 또한,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글로벌 IT 산업 부진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메모리반도체 치킨게임이 시작되었다. 당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일본 기업들은 고성능, 고가의 제품을 고집하였고 우리 기업들은 시장의 요구수준에 맞추어 저가의 제품으로 대응하였다.
그 결과 일본 기업의 매출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고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등만이 남게 된 것이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 치킨게임이후 일본 기업들이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철수하면서 한국은 2013년부터 세계 반도체 시장 점유율 2위 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위상
반도체 생산을 시작한 지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시점부터 반도체는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이 되었다. 1990년대 말 전체수출에서 약 13%의 비중을 차지하였고, 글로벌 IT산업 부진의 영향으로 2000년대 초반에 약간 감소하였으나 그 이후로는 여전히 1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게다가 2016년 말부터 시작된 반도체 단가 상승으로 2017년 우리 반도체 수출은 전년대비 57.4%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전체 수출에서 17.1%의 비중을 차지하였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인하여 삼성전자는 1992년부터 세계 반도체 매출 1위를 고수하고 있던 인텔을 추월하여 2017년 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 1위에 올랐다. 여기서 그치지않고 2018년에도 반도체 수출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월간 반도체 수출액이 100억 달러를 넘기고 매월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으며,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어서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올해 수출은 1,00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효자 품목으로 그 지위를 굳히고 있는 것이다.
꺼지지 않는 호황의 불씨 반도체는 그 자체가 최종 소비재로 소비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제품은 아니다. 기업이나 일반 소비자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해 혹은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첨단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사용하고 그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를 사용하는 제품의 수요에 따라서 반도체 수요도 결정되고 그로 인해 불황과 호황이 나타난다.
반도체의 전통적인 수요제품은 PC와 스마트폰이다. 저가의 PC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였고, 스마트폰의 등장과 보급으로 또다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였다. 이들 제품의 보급률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반도체 수요도 정체기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반도체 호황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신기술은 단절된 기술 간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꺼지지 않는 불씨처럼 계속해서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무선통신 단말기로 시작해서 다양한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일상생활에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새로운 기능의 추가는 반도체 수요를 계속해서 증가시켰다. 스마트폰에는 계속해서 새로운 기능이 탑재되고 있으며, 플래그십과 보급형(중저가형) 모델로 세분화될 뿐만 아니라 채용되는 반도체 용량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에서는 이러한 제품뿐만 아니라 제품과 서비스의 융복합도 발생하고 있는데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정보서비스 제공을 위한 제품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개인 소비자가 아닌 기업 소비자이다. 그리고 데이터의 처리와 보관을 위해서 는 막대한 양의 메모리반도체가 소요된다.
이와 같이 4차 산업 관련 신산업의 발달로 인하여 개인용 소비와 함께 기업용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꺼지지 않는 불씨에 순풍이 불어오고있는 것이다.

 

쫓는 자와 달아나는 자
우리나라가 반도체 호황의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은 메모리반도체를 선택하여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메모리반도체 시장 주도권은 미국에서 일본으로,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 미국은 일본의 저가공세에 밀려 메모리반도체를 포기하고 시스템반도체로 전향하여 여전히 세계 최대의 반도체 생산국이다. 일본은 시장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고성능, 고가의 메모리반도체를 고집하다가 우리나라에 시장을 내주게 되었다. 일본은 메모리반도체 산업에서 철수하였지만, 장비와 소재 분야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중국이 우리나라를 쫓아오고 있다. 중국은 세계 전자제품의 약 40% 이상을 생산하면서 대부분 제품에 사용되는 메모리반도체는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단일품목으로 원유보다 반도체를 많이 수입하게 되자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며 메모리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 위해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우리나라로 주도권이 넘어왔던 것과 같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 이미 조선, LCD 등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추월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도체는 다르다. 먼저 우리 기업들은 이미 미국과 일본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 최소한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만큼은 생존방법을 확실하게 터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술자들이 필요하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자금 지원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수만 명의 인력을 양성하기에는 준비된 시간이 부족하다.
끝으로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산업에서 요구되는 반도체는 고품질을 요구하고 있다. 반도체는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최종제품이 아니라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반도체의 품질이 나쁠 경우 최종제품의 품질이 저하되기 때문에 가격만으로 단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고기능, 고가의 제품을 고집한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 기업들은 당시 시장에서 수용하기 부담스러운 고기능 제품을 공급하였기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당한 것이다. 중국이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충족시킬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서 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우리 기업들은 메모리반도체 생산 기술과 관련하여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제품 개발도 충실히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사실상 독과점적인 공급자 지위를 이용하여 시장 상황을 관측하며 제품출시를 조절할 여유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메모리반도체 주도권은 쉽게 중국으로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약력
니혼(日本)대학교 상학연구과 경영전략전공 박사과정 수료/ 前 주일본 한국대사관 경제과 조사역(연구원) / 現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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