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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부동산대책, 시장규제의 마지막 퍼즐될까?
신용경제 2020-01-16 15:59:08

이창무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정부의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최근 마지막 퍼즐의 완성이라고 호언장담했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서울시 아파트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자 12.16 부동산대책이 전격적으로 발표되었다. 해당 대책의 폭과 강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수준이었고, 시장은 일단 충격에 빠진 상태로 보인다. 예상됐던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도 서울시 18개 구와 경기도 주요 4개 시까지 확대되었으나 다른 대책들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상태다.
우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도권 주택시장 현황을 국토부 실거래가지수로 살펴보면 2013년 초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전환한 후 박근혜 정부 말기 국제금융위기 이후 발생했던 하락폭을 만회하는 20% 남짓 상승이 이루어졌다. 이후 경기도와 서울시의 탈동조화가 시작되어 서울 아파트 시장만의 독주가 시작되었다. 탈동조화 시점인 2016년 후반부터 문재인 정부 초까지 10%, 그리고 문재인 정부 동안만 40%의 급등이 발생했다. 굵직한 대책만 19번 발표했으나 서울시 아파트시장은 백약이 무효였고, 오히려 정부의 대책은 가격 급등을 촉발하는 기름 역할을 했다.
이번 12.16 부동산대책의 기초가 된 최근 주택시장 현황을 살펴보면 작년 9.13대책 이후 하락세로 전환하여 약 5% 하락하였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올 4월 급등세로 전환하여 이후 10% 이상 상승하였다. 그 사이 분양가상한제를 시장규제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자신하였으나 막상 논란이 심화되고 실제로 10월 대상지역이 선정되었음에도 가격 급등세는 오히려 더 가팔라진 느낌이었다. 이 마지막 퍼즐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급하게 12.16대책이 비공개로 준비되고 급작스럽게 발표되었다.
워낙 많은 내용이 담긴 대책인데다 그 여파에 대해 여전히 논란이 있는 상태라 전부 언급할 수는 없지만 우선 눈에 띄는 주요 대책을 열거하면 대출 규제 강화이다. 대표적으로 기존의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에서 더 나아가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15억 원 이상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은 아예 불가능하게 하였다.
또한, 고가주택 기준을 공시가격이 아닌 시세 9억으로, 시세 9억 이상 주택의 경우는 LTV를 20%로 강화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은 강도의 대출 규제가 도입되었다. 종합부동산세는 차별적으로 고가주택을 가중하여 세율을 최고 4%까지 상향하여 더욱 차등화된 강화안이 제시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다음날인 12월 17일에는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이 제시되어 세율 조정에 더하여 보유세의 실질적인 강화가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선택이 제시되었다.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현실화율 목표는 저가와 고가 공동주택의 시세반영률이 70%와 80%로 지나치게 차별화된 목표로 조정된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양도세 감면 거주요건 강화, 등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축소 등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세부적이고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목표와 거리 먼 부작용 우려
사실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번 대책의 골격은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대책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 반응에 대한 예상이 의외로 간단할 수도 있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강화와 종부세의 강화는 노무현 정부시기인 2006년 말 시도되었다. 그 결과, 강남의 고가주택은 제자리걸음인데 강북의 소형 저가 아파트는 2008년 금융위기 전까지 50%에 가까운 급등세를 이어갔다. 당시 기준이 6억 원이었는데 이번엔 9억 원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번에도 그런 풍선효과로 귀결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결과가 재연된다면 초고가주택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해 초고가주택의 가격상승이 다른 주택의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효과를 억제하겠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된다. 또 하나의 정부 실패를 경험하는 것이다.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강화는 임대료로 전가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다. 2006년 말 부과된 종부세 강화 이후 순수월세에서 평가한 월세는 금융위기 이전까지 약 20% 상승했다. 고가주택이나 다주택자에 대한 옥죄기가 고가 아파트 가격의 안정으로만 단순하게 마감되지 않고 서민 혹은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는 것이 노무현 정부시기 우리가 겪었던 교과서적인 효과이다.
그 기제는 다르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은 여러 가지 매매시장을 옥죄는 정책과 분양가상한제가 결합하여 전세가 상승이 2019년 4월부터 매매가 반등과 함께 5% 이상 동반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전세가 상승의 문제는 이번 12.16대책으로 촉발되었다기보다는 이전 분양가상한제와 청약 가점제, 그리고 3기 신도시 개발이 촉발하였을 가능성이 더 강하다. 분양가상한제에 따른 로또를 기대하며 그렇지 않았었더라면 재고주택시장에서 주택을 구입했을 가구들이 청약조건을 유지하기 위해 대기수요로 전환되며 전세시장에 머무르는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자사고 폐지와 같은 교육정책의 변화도 강남권의 전세수요를 증가시키는 추가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만약, 이번 12.16대책이 가격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발생시킨다면 전세가의 상승은 더 급하게 발생할 여지가 있다. 가격이 하락하는 시점에서 주택을 매입할 요인이 약해지므로 전세에 안주하는 가구들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또한 주거비 안정이라는 정책목표와는 거리가 먼 부작용이다.

 

장기침체 촉발 시
비서울 주택시장에 하방압력 작용 우려

한 가지 지켜보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10년 이상 장기 보유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인 양도세 감면이다. 글쎄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어차피 10년 이상 정권 교체의 풍파를 겪은 다주택자라면 굳이 이번에 매각할 유인이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효과가 있다면 적지 않은 여파를 주택시장에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매물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이라는 정부의 기대가 현실화되는 것이 더 문제다. 이제 시장이 꺾어지면 인구구조 요인과 저성장기 경제 여건으로 이명박 정부 시기 겪었던 하우스푸어 문제 이상의 장기적인 경기침체의 뇌관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런 장기침체기가 촉발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타깃이 되는 서울 주요지역의 아파트 가격보다는 안정세 혹은 침체를 겪고 있는 비서울 주택시장에 하방압력으로 더 크게 작용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런 장기적인 영향을 떠나 일단 지금은 12.16대책이 투기 세력의 영역을 1주택자까지 그리고 16억 원이란 주택가격으로 넓혔다는 점이다. 특히, 대출 규제 부분에 있어 기존 40%의 LTV에서 9~15억 원은 20% LTV, 15억 원 이상은 대출 금지라는 초강수가 두어졌다. 해당 사항이 헌법소원 소송으로 이어졌듯이 정부의 선택이라고 모두 정당화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가장 큰 비판은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초고가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벽이 쳐졌다는 것이다. 주택은 기본적으로 고가인 관계로 몇 달 치의 월급으로 살 수 없다. 그래서 젊은 가구에 미래의 소득을 기초로 안정적인 담보대출을 받아 자가를 구입하게 하는 것이 주택모기지제도이다. 결국, 빚내서 집을 사지 않아도 되는 사람은 부모의 상속자산이 엄청나게 많거나 젊었을 때 큰돈을 번 벤처사업가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출 규제는 그런 감당 가능한 가구들에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시켰다. 필자는 이번 대출 규제가 국민의 재산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는 주장에 마음이 간다.


서울시 아파트 공급확대와 정비사업 활성화 나서야
근본적인 문제로 돌아가 왜 유독 서울에만 가격 급등이 발생하는 걸까? 기본적으로 주택시장은 수급의 원리에 의해 돌아간다. 장기간 이어지는 서울만의 독주는 정부의 탓이라고 하기에는 서울시의 비합리적 선택의 영향이 너무 크다고 본다.
그 시작은 경기침체기인 2012년 정비사업 출구전략에서부터 시작된다. 2014년을 전후 집중적으로 총 393개 구역이 해제되었고, 그 해제면적을 이용하여 산정된 공급 가능했던 아파트는 25만호 정도가 된다. 물론 해제됐다고 해서 다 공급되지는 않았겠으나 2014년부터 다시 서울시 주택시장이 활성화되면 수익성이 높아져 진행될 수 있었던 정비사업들이 적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로 인해 최근 그렇지 않았다면 시장 가격상승기의 동력으로 준공되었을 아파트들이 감소하였다.
정부에서는 최근 몇 년간 입주 아파트 호수가 4만호 정도로 예년에 비해 적지 않은 물량이라고 이야기하는데 20년의 장기적인 기간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평균 정도의 물량에 불과하다. 정비사업의 특성상 시장 활황기에 진행될 수 있음으로 2014년부터 겪고 있는 서울시 아파트의 가격상승 정도를 감안한다면 과거 활황기 7-8만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이 올해를 전후 발생했어야 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 활황기의 공급확대를 위한 동력을 활용하지 못하였다는 것이고, 이루어져야 했을 아파트 공급확대가 달성되지 못함으로 인해 시장침체기로 접어들더라도 서울시 내 똘똘한 한 채의 희소가치가 크게 훼손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든다.
이런 와중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보유세를 3배로 올려야 한다’는 둥 ‘부동산은 (자유)시장에 맡기면 큰일 나니 (서울)시장인 자신에게 정책결정권을 줘야 한다’는 둥 쉽게 공감하기 힘든 주장으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작금의 서울시만의 나 홀로 가격 급등 현상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현상으로 앞서 논의한 것처럼 그 책임에 있어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유롭지 못하다. 주택공급 확대를 가져오지 못하는 도시재생을 정비사업의 대안으로 선택한 오류, 남양주, 광교, 화성 동탄 같은 경기도 외곽지역은 40~50층씩 아파트가 올라가는데 서울시는 35층 이하를 고집함으로써 중심도시가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고밀 주거 공급을 수용하지 않은 오만, 서울시 내 훼손된 그린벨트가 고용중심지에 인접하여 존재하고 있음에도 3기 신도시를 수용하지 않은 옹고집이 그 책임의 원천이다. 여기에 더하여 문재인 정부의 재건축부담금과 같은 재건축 규제 강화와 도시재생 뉴딜 정책, 그리고 최근에는 정비사업이 타깃이 되는 분양가상한제까지, 서울시의 선택에 기름을 부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서울시의 아파트 공급확대이고, 그 유일한 대안은 정비사업의 활성화이며 차선책은 서울시 고용중심지 인근 훼손된 그린벨트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서울)시장만 모르는 시장(市場)이 다 아는 답안이다.
이런 전향적인 서울시의 역할 확대를 통해 도시축소기를 앞둔 서울대도시권 공간구조의 재편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2~3시간씩 출퇴근에 시간을 허비하는 젊은 가장이 줄어들고, 추가적인 GTX의 건설을 위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더 들여야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서울시 주택시장의 아파트 가격 급등에 대한 정책대안의 선택이 단순히 서울시 주택시장만의 작은 문제가 아니라 서울대도시권의 공간구조 재편과 연결되어 있다. 조만간 다가올 도시축소기를 앞두고 얼마 남지 않은 주택수요 증가에 대한 부담을 슬기롭게 담아가는 공간적인 해법을 수용해 나가길 바란다.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도시공학과 석사, 美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前 美 펜실베니아대학교 부동산학과 선임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이사, 한국주택학회 회장, 국토교통부 중앙부동산평가위원회 위원,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現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

 

 

<월간 신용경제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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