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노동존중 정부의 고용이슈에 대한 성과
신용경제 2020-01-16 16:03:58

이영면
동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지난 2017년 5월 취임 후 문재인 대통령의 첫 방문지는 인천국제공항공사였다. 정규직 1천 3백여 명에 비정규직 1만 명으로 운영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비정규직을 없애겠다고 했다. 여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만큼은 비정규직을 제로화하고, 낙수효과를 통해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을 줄여가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년여가 지난 지금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20만 명 가까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 3단계로 나누어 진행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은 1단계와 2단계에서 정규직 전환대상 비정규직의 다수가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으나 공공부문의 위탁사업을 수행하던 정규직 전환대상 3단계 사업장의 경우 2019년을 마무리하면서 유야무야 되고 있는 실정이다. 위탁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2만 7천 개가 넘고, 대상 근로자도 19만 6천여 명에 달한 것을 감안하면 애초부터 정규직화가 무리한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추가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도 근본적인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채 여전히 불만을 품고 있다. 기존 정규직과의 근로조건 차이를 차별로 인식하면서 조만간 차별 해소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공부문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대부분의 노동자는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여, 노동조합의 차별해소 요구는 더 강력해질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은 절반의 성공은 이루었다고 하지만 민간부문에서는 정규직 전환 소식이 별로 들리지 않았다. 물론 정보통신업종에서는 하청협력업체들 중에 일부가 자회사 등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경비나 환경미화 등 취약업종에 종사하는 대다수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보다는 배달업에 종사하는 배달기사의 플랫폼 노동 확산, 카마스터나 대리기사 등의 노동조합법상 노동자성 인정 등 새로운 고용형태가 확대되어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공공부문이냐 민간부문이냐가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다 같은 대한민국의 노동자들이다. 공공부문은 임금이나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이 그래도 민간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낫다. 이제 정부는 민간부문에서 종사하는 비정규직들에 대한 보호에 관심을 더욱 제고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1만 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특히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정책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 원으로 하는 것이었다. 물론 대통령 후보들은 모두 1만 원을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현 정부는 임기 시작부터 2020년까지 1만 원 시급을 ‘목표’로 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처음 두 해에는 무려 30%가 넘는 증가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2020년 최저임금은 2.87% 인상으로 마무리되면서 2020년 1만 원 공약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그에 대해 대통령은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이후 최저임금 논란이 더욱 확산되지는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최근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줄이지 않았다는 통계분석 결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드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 수조 원에 달하는 재정지원으로 사용자의 고용유지를 위한 부담을 줄여주려고 했다. 이러한 재정지원이 중소 영세기업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용하는 노동자 수를 줄이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자리는 가족노동으로 대체되었고, 패스트푸드점이나 식당에서는 자동주문기가 급증했으며, 점심과 저녁 사이의 휴게시간이 일반화되었다. 사용자들은 주휴수당 지급을 피하고자 15시간 미만의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늘렸고, 고용하는 노동자 숫자를 줄이거나 줄이려고 하였다.
이러한 부정적 효과는 결국 2020년 1만 원이라는 공약실행을 미루게 만들었다. 당장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결정인 것 같지만 크게 보면 노동자 전체로 볼 때 꼭 불리한 결정만은 아니었다.
우리나라 시간당 최저임금을 일본의 최저임금과 비교해보면 달러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2020년에 일본의 47개 지역 중에 18개 지역의 최저임금은 우리나라 8,590원보다 낮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글로벌 기준으로 볼 때 높은가 낮은가를 판단하기란 쉽지 않지만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높은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했을 때 낮다고 할 수만은 없다.
최저임금이 인상된다고 해서 그 결과 반드시 저소득층의 소득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저소득층의 상당수 가구는 취업자가 없다. 고령자이기도 하고, 일할 처지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근로소득이 없으니 최저임금과 소득과 관련이 없다. 다수의 아르바이트생이 꼭 저소득층에 속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생 상당수가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그들이 속한 가구의 소득이 꼭 낮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일정한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 주는 근로장려세제를 통한 근로장려금 지급 등이 더 효과적인 소득제고 방안이라고 한다. 자녀장려세제를 통한 자녀장려금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최저임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이 개선되도록 해야 한다.
최저임금은 매년 3~4월이 되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다가 7월 초가 되면 우여곡절 끝에 다음 해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실상 휴면상태로 들어간다. 최저임금이 국민적 관심사임을 고려한다면 최저임금위원회의 연구예산도 실질적 연구가 가능하도록 증액해야 한다. 다행히 2020년 연구예산은 증액되었다고 하지만 과연 지난 2년 동안의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예상한 대로 발생했는지, 부정적인 효과는 잘 관리되었는지 등에 관한 연구에는 미흡할 것이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지역별 또는 업종별 최저임금의 차등화, 연령별 차등화 등은 심도있는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일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최저임금제도가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소영세업자나 소상공인의 경영의지를 꺾는 수준의 최저임금은 일자리 원천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52시간 제도 운영, 새로운 사고와 접근 방식 필요
2020년 1월부터 50인 이상 299인까지 규모의 기업들은 최대 근로시간이 52시간으로 제한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은 2018년 7월부터 시작되어 이제 안정화 단계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으나 50인 이상 299인까지 규모의 사업장은 계도기간이 주어져 실제로는 상당한 준비기간을 추가로 가지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OECD 회원국일 뿐만 아니라 무역규모나 여러 글로벌 지표에서 선진국에 들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발전과 함께 근로자의 삶의 질도 보장받는 균형된 경영이 지속 가능한 경영방식이 되어야 한다. 교대제 개편이나 임금 보전 등 최대 52시간 제도 운영을 위해서는 새로운 사고와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또한, 업종별로 특정기간 동안 집중적인 노동시간이 투입되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하는 해외 국가들도 대부분 법과 제도의 규제 하에서 경영을 하고 있다. 근로시간 자체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국가들도 있지만, 종합적으로 볼 때 기업경영에 대한 규제는 만만치 않다.
더욱이 문제는 5인 이상 50인 미만의 사업장들이다. 재무적으로도 어렵고, 경영도 체계화되지 못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미 5년 전부터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법적으로 예고하고 있었다. 자체적으로도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며, 정부도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에 대해서는 좀 더 집중적으로 주 40시간 및 최대 12시간 초과 근무에 대한 제도 운영방안 도입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잊지 말아야 할 사람은 4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2017년 기준 222만 명에 달하는 이들은,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269만 명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규모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가?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최대 주 52시간 제 도입은 법적으로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해야할 일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
정부 입장에서는 고용률을 높이면서 실업률을 낮추고, 근로시간을 줄이면서, 임금수준은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방향은 정해져 있다. 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내 체감 지표가 중요하다. 내가 놀고 있는데 고용률이 높아져야 무슨 소용이 있고, 내가 일용직 일이라도 해야 하는데 근로시간 단축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2019년 11월 기준 15~64세의 고용률은 67.4%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자 기준은 1주에 1시간 이상 일하는 조건이다. OECD에서도 같은 조건이다. 그래서 1주일 내내 놀다가 한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면 취업자로 처리된다. 통계에 유혹이 따르게 된다. 중장년층에 대한 일자리지원사업으로 1주일에 한 시간씩 일하게 하고 한 달에 4시간이면 4만 원정도 임금을 지원해 취업자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자리로 처리하기보다는 복지사업으로 처리하는 것이 더 맞을 것이다. 지난 8월 경영활동인구조사의 근로형태별부가조사 결과를 보면 기간제 근로자가 337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2만 명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조사기준이 바뀐 것이다. 중요한 것은 통계수치가 아니라 일하는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가지게 되고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0, 40대 일자리가 잘 지켜지고 늘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전체 근로자 중에서 취약계층인 청년층, 중장년층, 장애인 등에 대해 적극적인 고용정책을 펴나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30, 40대 일자리가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문제는 이 부분은 고용정책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제대로 운영되어 이익을 발생시키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래서 국내외 시장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가정신이 칭찬받고 환영받아야 만들어진다. 기업들이 지속 가능하게 경영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 경제정책, 그리고 대·중·소기업 상생정책 등 다양한 정책들이 기업가정신을 함양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의 중심에 있는 30, 40대 일자리가 지켜지고 늘어가게 될 것이다. 아쉽게도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등은 모두 기업경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더욱이 최근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 개정, 산업안전기준 및 실행의 강화, 각종 규제의 강화 등이 동시에 밀려옴으로써 어려운 경제 환경에서 기업경영을 위축되게 만들고 있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의 의지를 꺾어버린다면 결국은 국가적으로 고용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현 정부 들어 기존의 노사정위원회는 이름도 바꾸고 사회적 합의 주의를 지향하는 노사정간의 대타협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3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별다른 성과를 보였다고 평가하기가 어렵다. 명분에서도 밀리고,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제대로 된 대화도 추진되기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고 노사정간의 대화가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명분에 집착할 필요 없이, 지역단위로 업종단위로 노사정간 대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우리나라에서 정부의 역할은 역사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오고 있다. 사회는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따라서 현상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에 기대면 조만간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게 된다. 고용분야에서도 플랫폼 노동, 스마트 공장, 인공지능을 통한 일자리 대체 등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기업과 그리고 노동자들과 함께 이 상황에 대응하는 것만이 예측이 어려운 미래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필자약력
美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 산업관계학 박사/ 前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인사조직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인사조직학회 부회장,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 부회장, 한국윤리경영학회 회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임금연구회 위원장, 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 現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저서: 『고용관계론』『윤리적으로 경영하라』外 다수

 

<월간 신용경제 2020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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