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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까지… 스토리텔링의 잘츠부르크
신용경제 2017-11-01 09:37:30

오스트리아 빈에서 서쪽으로 300km 떨어진 인구 14만 명의 도시 잘츠부르크(Salzburg). 우리나라의 작은 시나 대도시의 구 정도의 인구지만 어떤 면에서는 1천만 명이 넘는 서울보다도 더 유명하다. 그 이유는 바로 모차르트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모차르트의 생가는 해마다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아오니 그 인기는 대단하다.그뿐만아니라. 명절만 되면T V에 나오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다시 한 번 관광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외에도 ‘소금의 성’이라는 이름답게 소금무역을 통해 영화를 누렸던 역사의 흔적이 시가 곳곳에 잘 보전됨과 동시에 알프스의 대자연이 함께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모차르트 생가를 찾아가다
류블랴나에서 직행으로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기차가 없어 빌하르에서 갈아 타야 했다. 아침부터 서두른 덕분인지 기차에는 승객이 별로 없어 여유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창밖을바라보며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인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너무나 유명해서 기대가 컸을까? 모차르트의 아리아가 흘러나오고, 뮤지컬 영화 ‘사운드오브 뮤직’의 흔적이 군데군데 새겨져 있으며 유럽의 고풍스럽고 풍부한 낭만이 교차된 역을 상상했는데 현실은 정반대였다. 때마침 역사는 보수 중이라, 사방에는 베니어판으로 가리어져 있고, 밖에는 약간의 비까지 내리면서 스산한 느낌을 더해 주었다.

 

 

역사에서 잘츠부르크 구시가로 발길을 돌렸다. 구시가지는 알프스 산을 배경으로 잘차흐강변에 자리 잡고 있는데, 이곳은 예부터 주교가 거주하는 도시로 번영하였다. 강을 사이에 두고 구시가와 신시가가 마주 보고 있는데, 구시가의 역사지구는 도시 전체가 1996년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구시가 방향으로 강을 건너면 모차르트 생가와 대성당, 그리고 언덕 위에는 대주교가 거주했던 성채가 있다.

 

<게트라이데 거리>

 

첫 번째로 간 곳은 잘츠부르크의 랜드마크 역할과 쇼핑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게트라이데 거리다. 가장 많은 관광객이 북적이는 곳, 그 거리 9번지에는 멀리서도 쉽게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외관의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다. 모차르트는 천재적인 음악가로 널리 알려졌지만 이름값에 비해 금전적인 보상은 뒤따르지 않았고, 생활고와 질병으로 불행하게 생을마감하였다. 생가를 방문하면서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다간 슬픈 초상이 아른거렸다.

 

 

모차르트는 1756년 이곳에서 태어나 17살이 되던 해까지 살았다고 한다. 그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적힌 간판이 건물에 부착되어 있고, 현재는 모차르트 생가 박물관이 됐다. 1층부터 4층까지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 사용했던 악보나 피아노, 그의 가족과 관련된 유품, 그리고 당시의 생활 모습들을 보여주는 소품들이 잘 보전,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안에는 모차르트에 관련된 기념품 매장과 카페가 자리하고 있었고, 바깥에는 모차르트와 관련된 각종 상품을 파는 상점들이 양옆으로 즐비했다. 한 명의 유명한 작곡가가 수백 년이 흐르도록 후손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 위대함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게트라이데 거리는 상업의 중심지로 수백 년을 두고 내려오는 상인들의 삶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활기가 넘치는 이 거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상점마다 독특하게 만들어놓은 철제 간판이었다. 상점마다 자신의 업종을 상징하는 독특한 문양, 말하자면 허리띠 가게에는 허리띠 모양, 등잔가게에는 등잔 모양으로 각자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 주고 있다.

세월을 거슬러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내용이다. 중세시대에는 문맹률이 높았기 때문에 글을 모르는 사람들도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상징(symbol)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글을 읽어도 디자인적인 이유로 심볼을 사용하지 않는가. 어떻게 보면 유럽의 디자인이 앞선 것도 이렇게 직관적인 상징들을 오래전부터 개발해왔기 때문이리라.
세월의 흐름과 함께, 그들의 전통적인 간판제작방식은 예술성과 개성이 더해져 현재는 이거리를 상점거리로 유명하게 하는 일등공신이 되었다. 과거의 실용성이 현재의 예술로 변하는 모습 속에서, 새로운 것만 찾는 요즘 시대의 우리들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잘츠부르크 대성당과 호엔 잘츠부르크 성채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고, 20대 초반에는 오르간 연주자로 활동했다고 알려진 잘츠부르크대성당을 찾아갔다. 이곳은 16세기 말부터 40년에 걸쳐 지은 건물인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부분적으로 파괴됐다가 1959년에 복구됐다. 르네상스 양식에 바로크 양식이 더해지면서 단조로움에 화려함이 더해졌다.

 

 

이 성당의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파이프 오르간은 6,000개로 유럽에서 가장 큰 파이프 오르간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하에 있는 역대 대주교들의 무덤인 커타콤베 로마네스크 양식인 ‘십자가의 예수상’도 유명하다. 대성당 박물관에서는 가톨릭에 관한 역사를 전시하고 있었다.
대성당 뒤편 카피텔 광장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마리아와 트렘가족이 나치의 추적을 피해 탈출하기 전에 숨었던 곳으로 잘 알려졌다. 성당하나에 담긴 스토리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그곳에서 호엔 잘츠부르크 성으로 가는 골목길을 따라가면, 성으로 올라가는 ‘후니쿨라’ 타는 곳이 나온다. 이른 시간에 도착해 시간의 여유가 있어, 산책 삼아 경사로를 따라올라 갔는데, 오르면 오를수록 잘츠부르크 시내가 점점 한눈에 들어온다. ‘높은 잘츠부르크’ 라는 뜻의 호엔 잘츠부르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해발 120m의 언덕위에 자리하고 있다.
1077년부터 건축이 시작되어 1681년에 이르러서야 완성된 이곳은 매우 견고하게 지어졌고, 지금까지 한 번도 외국으로부터 점령당하지 않아 대부분이 원형 그대로 보존된 중부유럽 최대의 성이다.
잘츠부르크 어디에서나 호엔 잘츠부르크 성이 보여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잘츠부르크를 상징하는 이미지가 되었다고 한다.
성내에 들어서니 대주교들이 거주하던 황금의 방, 의식의 방, 중세의 고문기구가 있는 방,잘츠부르크 불(황소)이라는 200개의 파이프가 붙어있는 오르간(1502년 제작) 등 당시 대주교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볼 수 있었다. 종교가 부패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우리는 후니쿨라를 타고 내려와 레지덴츠 광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름다운 이야기의 도시
레지덴츠 광장 중앙에는 17세기 후반에 만들어진 높이 15m의 분수가 있다. 분수를 배경으로 뒤에는 레지덴츠 궁전이 있는데, 12세기에서 18세기에 이르는 긴 시간에 걸쳐 만든 궁전이라 한다. 내부에는 모차르트가 연주했다고 알려진 연주 홀도 있고, 잘츠부르크를 통치했던 대주교들이 사용했던 방들과 도서관 등이 있어 우아하고 화려했던 귀족들의 생활짐작게 해주었다. 레지덴츠 맞은편 주청사에는 아름다운 종 ‘크로켄슈필’이 있다. 35개의이 종은 매일 세 번씩 울리는데, 대부분의 연주곡이 모차르트 작품이다.

 

 

때마침 들려오는 종소리를 들으며 구시가로 발길을 향하였다.
구시가에서 강 건너 중앙역까지의 지역은 여행객들을 위한 호텔이 많이 모여 있는 탓인지 구시가와 비교하면 도보로 이동할 수 있었다. 다리를 지나 미라벨 정원을 찾아가니,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잘츠부르크 성이 병풍처럼 드리워져 있다.
이 정원은 1606년 대주교 볼프 다트리히가 그의 애인인, 평민의 딸 살로메 알트에게 선물한 바로크 양식의 저택이다. 초기에는 살로메 알트의 이름을 따서 알테나우라고 불리다가, 18세기 초 ‘아름다운 성’이라는 뜻의 ‘미라벨’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단다. 분수와 연못, 대리석 조각과 꽃들로 잘 장식된 아름다운 정원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북문 앞에 자리하고 있는 청동 페가수스 상과 북문 계단은 우리에게 잘 알려져 많은 관광객이 붐비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미라벨정원과 그 뒤로 펼쳐진 호엔잘츠부르크 성의 풍경은 그림과 같이 아름답다.

궁전은 1818년 대화재로 인해 궁전 일부가 훼손되었으나 복원되어 현재 시청사로 사용하고 있다. 모차르트가 6세때 연주를 하기도 했던 대리석 홀은 대화재 때도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현재 연주회장 또는 결혼식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원에서 나와 잘츠부르크 마지막 여정인 모차르트 집으로 갔다. 미라벨 정원 남문 앞, 마르크트 광장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모차르트 집은 모차르트가 1776년부터 6년간 가족과 함께 살았던 곳이며 모차르트와 그 누나가 잘츠부르크를 떠난 후, 혼자 남은 그의 아버지가 평생을 살다가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많이 파손되어 재건축된 것이 현재의 건물이다.
짧은 시간에 돌아본 잘츠부르크. 작은 도시이지만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들이 많아서인지역시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게 바로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중요하다고 부르짖는 스토리텔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무역의 도시에서 모차르트의 탄생으로 이어지더니 현대에는 사운드오브 뮤직이라는 영화로 이어져 과거의 유적지로만 남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살아 움직인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의 도시다.

 

 

글·사진 : 김정일
4.19 혁명정신 선양회 회장
사호선문학회(四護旋文學會) 고문
중앙대학교 총동창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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