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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 ure 배낭메고 세계여행 - 환상적인 아름다움의 집결체 체코를 만나다
신용경제 2018-02-06 09:51:30

체코는 어디 하나 아름다움을 비껴간 곳이 없다. 건물이 역사가 될 정도로 오래된 성이나, 세계적인 문학가의 발자취가 남은 거리, S자로 강이 가로지르며 동화의 나라처럼 환상적인 면모를 가진 마을까지 스토리마저도 아름다움에 힘을 더해 준다.

 

 

글·사진 : 김정일
4.19 혁명정신 선양회 회장
사호선문학회(四護旋文學會) 고문
중앙대학교 총동문회 고문

 

대통령 관저로 사용 중인 프라하 성
요즘은 자고 일어나면 건물 하나가 흔적도 없이 부수어져 있고, 그 자리에 건물 하나가 새로 들어서는 데 몇 달이 걸리지 않는다. 무엇이든지 ‘빨리빨리’ 가 익숙한 우리에게 600여 년이나 걸려 완성된 건축물을 본다는 것은, 진정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프라하 성은 9세기 중엽에 짓기 시작하여, 카를 4세 시대에 지금과 비슷한 길이인 570m, 너비 128m의 성의 모습을 갖추었다. 16세기 말에 합스부르크의 루돌프 2세가 프라하에 궁정을 둠으로써 성이 번창하여 전성기를 맞이하였고, 1918년부터 대통령궁으로 사용되면서 현재까지 사용되는 성 중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성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프라하 성으로 가기 전에 중세시대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 프라하거리를 걸어 보았다. 거리는 보도블록이 아닌 돌로 만들어져 있어 더욱 타임머신이라도 탄 느낌이었다. 다리 난간, 건물 기둥, 지붕아래까지 눈길이 닿는 곳마다 중세의 향기가 느껴졌다.
흐릿챠니 언덕에 자리 잡고 있는 프라하 성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궁전, 정원, 구왕궁, 성 이르지 성당, 황금소로 등 여러 건물과 길로 이루어져 있다. 1918년 체코공화국이 성립하면서 대통령 관저가 되었는데, 지금도 구왕궁의 건물은 대통령 집무실과 영빈관으로 쓰이고 있다.
프라하 성의 정문인 서쪽 문에 도착하였다. 체코 대통령은 외교와 군사만 책임을 지고, 나머지는 수상이 관장하는 이원집정제의 체제를 지니고 있다. 대통령 궁 앞에는 근위병들이 근엄한 자세로 서있어, 관광객들의 촬영 대상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근위병이 정자세로 서 있는 문 위에는 두 개의 조각상이 새겨져 있는데 그 하나는 헤라클레스 상이고 다른 하나는 넵튠 상이다. 둘 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으로 전자는 힘의 상징으로 표현되어있고, 후자는 창을 찌르고 있는 영웅상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정문을 통과하면 제2광장이 나온다. 제2광장의 성 십자가 예배당은 왕궁 미술관과 프라하성 내부 관람을 위한 티켓을 판매하는 관광 안내소로 사용되고 있다. 왕궁 미술관 옆으로 난 문은 왕실정원인 북 정원으로 이어지고, 미술관을 바라보고 오른쪽으로 난 문이 제3광장으로 이어진다.
제3광장은 프라하 성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건물들이 남아 있다. 구왕궁은 1135년에 처음에 지어져 16세기까지 왕궁으로 사용되었으며, 함스부르크 통치 기간에는 정부 청사와 법정, 구 보헤미안 의회가 있었다. 왕궁 안의 블라디슬라프 홀은 높이가 13m, 길이 62m다. 유럽의 중세시대의 성 중에서 기둥 없는 방으로는 가장 큰 홀이다. 성에서 벌어지는 모든 축제와 행사는 대부분 이곳에서 진행됐다. 현재는 체코 대통령의 집무실로 사용하고 있다.

 

 

 

세 번 놀라는 성 비트 대성당과 체코여행의 백미 황금소로
성 비트 성당은 전체적이 길이가 124m에 너비는 60m, 첨탑의 높이만도 100m에 이른다. 프라하 성의 상징적 의미가 있으며, 600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한다. 대부분 사람들은 성의 완공까지 걸린 시간에 경이로워한다. 다음으로는 그 규모에 놀라고 마지막으로 햇살이 성당 안을 비추면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의 아름다움이 더욱 잘 드러나 놀란다고 한다.
중앙제단에는 3톤의 은을 녹여 만든 성 네포무크의 무덤이 있다. 지하에는 카를 4세를 비롯한 역대 제왕들과 주교들이 잠들어 있다. 성당 앞부분은 무료로 둘러볼 수 있지만, 성당 안쪽과 지하 무덤들까지 보려면 티켓이 필요하다.
성당 아래 좁은 골목길에 인형의 집처럼 알록달록하고 작은 집이 늘어서 있는 거리에 들어서자 관광객이 붐빈다. 이곳은 ‘황금소로’ 라고 부리는데, 17세기 루돌프 2세 때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사와 과학자들이 살았다고 하여 이 같은 이름을 갖게 되었다. 1950년까지는 이곳에 시민들이 살았지만 모두 떠난 뒤 복원에 들어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이곳이 관광객들에게 더욱 인기를 끄는 이유는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이 지역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그가 묵었던 집은 No.22라는 숫자가 적인 파란색 집이다. 6개월을 작업실로 지내며 프라하 성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 ‘성’을 비롯한 여러 단편을 이곳에서 완성했다. 그 집은 현재 상점으로 운영되며 프라하 관광에 관련되는 상품들과 책과 더불어 카프카와 관련된 기념
품들을 팔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점에서 두 집정도 거리에 있는 곳의 2층에 올라가니 옛날 귀족들이 입던 투구와 방패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특히 눈길이 간 것은 중세 여성들에게 착용을 강요했던 쇠와 가죽으로 만든 정조대였는데, 남성 중심의 사회임을 보여줌과 동시에 여성들에게만 순결을 강요하였던 모순된 사회였다는 것 또 한 알 수 있었다.


 

동화 속의 마을 중세시대 ‘체스키크룸로프’
체스키크룸로프 가는 길은 인기가 많은 구간이라 하루 전에 표를 예약하였다. 소요시간이 2시간 30분 걸리는 거리라 아침 7시 버스에 올라탔다.
높은 언덕 위에 영주의 성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아래로 빨간 지붕들이 평화롭게 펼쳐져 있으며, 강이 마을 전체를 S자 모양으로 휘감고 흐른다. 블타바 강의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중세시대 마을 풍광이란다.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전성기를 누린 이곳은 번영과 더불어 프라하 성에 버금가는 체스키크룸로프 성이 건설되었으나 이후 쇠락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고, 1990년대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깊은 산 속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을 잠에서 깨운 것은 배낭족이었다. 전 세계에 얼굴을 내민 보헤미안의 보물은 중세의 전통과 문화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오늘날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다.
터미널 위치는 높은 지대에 있어 버스에서 바라본 시가는 사전 정보와 같이 신비스럽게 보였다. 차에 내려 언덕에 오르니 한 자리에서 동서남북 사방을 촬영하여도 배경이 그림같이 모두 아름다웠다.
도둑이라는 뜻의 라트란 거리는 성과 중앙광장을 잇는 중세풍 거리이다. 어느 수도사가 붙인 이름으로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두 도둑 중 한 명이 회개한 데서 유래되었다. 특히 라트란 거리는 에드워드 노턴이 주연한 마술사에 관한 영화 ‘일루셔니스트’에 소
개되어 더 유명해졌다.

 

 

섬뜩한 이야기로 유명한 ‘이발사 다리’
라트란 거리와 강 건너 구시가는 ‘이발사의 다리’로 연결돼 있다. 이 다리 이름의 배경에는 이발사의 딸과 성주의 서자와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
1608년 신성 로마제국을 지배하던 루돌프 2세의 서자 줄리어스왕자는 심한 정신질환자여서 아름다운 마을 체스키크룸로프에 요양하러 왔다. 그런데 동네에서 예쁘기로 소문난 라트란 1번가 이발소 집 딸을 보고 사랑에 빠져버렸다. 두 사람은 성대한 결혼식을 치렀으나, 어느 날 이발소 집 딸이 목이 졸려 죽은 채로 발견되었다.
정신이 온전치 않은 줄리어스 왕자는 본인이 죽였을지도 모르는 아내의 살인범을 잡겠다며 이 다리에서 범인이 자백하기 전까지 마을사람들을 차례로 죽였다. 이를 더는 지켜볼 수 없었던 이발사는 자신이 딸을 죽였다는 허위 자백을 하고 마을의 비극을 멈추게 했다.
섬뜩한 이야기를 가진 다리지만 모르고 올라서면 경치에만 감탄하게 된다. 다리의 체스키크룸로프 성 방향인 오른쪽에는 그리스도상, 왼쪽에는 카를 교에도 동상이 있는 성 얀 네포무츠키의 상으로 장식되어 있어 작지만 아담한 다리의 아름다움도 비극적인 이야기
를 잊게 한다.
체스키크룸로프 성은 체코에서 프라하 성 다음으로 큰 성으로 13세기 고딕양식으로 소박하게 지어졌으나,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인 르네상스 양식의 흐라데크를 14세기에 추가했고, 16세기에는 지붕의 둥근 탑과 회랑 등이 증축됐다. 성 내부는 4개의 정원과 큰 공원으로 이루어졌다. 사이사이에 무도회장, 바로크 극장, 예배당 등 40여 개 건물들이 들어 서 있다. 성 내부 견학은 가이드 투어로만 가능한데 2개의 투어로 나누어 각각 1시간 소요된다.
1코스는 바로크방, 예배당, 가면무도회장, 금으로 장식된 4륜 마차를 둘러 불 수 있고, 2코스는 마지막 영주 슈바르젠베르크의 초상화가 있는 갤러리와 미술관을 볼 수 있다.
끝으로 블타바 강이 체스키크룸로프를 S자로 휘감아 도는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160개의 계단이 있는 전망대를 올랐다.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동화의 마을을 보며 계단이 160개인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 상상했다.
이 아름다운 마을을 지키는 숲 속의 요정의 숫자일 수 있겠고, 아름다움을 지키다 전사한 영웅들의 숫자일 수도 있겠다. 아름다움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여운이 더욱 길어 혼자만의 상상을 하며 계단을 내려왔다.
체코를 대표하는 상징물 프라하 성, 동화 속의 마을 체스키크룸로프를 여행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고딕예술로 지어진 건축물을 눈과 가슴에 담아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세계 각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역사를 보고 배우는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의미와 행복을 피부로 느끼게 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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