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지 않는 신사의 나라’ 두 얼굴을 가진 영국②
신용경제 2018-09-03 09:11:22

‘신사의 나라’ 또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는 영국은 이 두 가지 닉네임만으로도 양면성을 느낄 수 있다. 의회민주주의와 산업혁명의 발상지이면서 세계 공용어인 영어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신사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끊임없는 침략과 전쟁을 통해 전 세계에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었다. 영국이 밤일 때, 반대로 인도는 해가 떠 있다는 의미로 ‘해가 지지 않는’ 영국이 된 것이다. 우리도 일본을 통해 식민지 시절을 겪었지만, 피지배자 처지에서는 얼마나 참혹한 상황이었나를 되돌아볼 수 있다.

 

글·사진 : 김정일
4.19 혁명정신 선양회 회장
사호선문학회(四護旋文學會) 고문
중앙대학교 총동문회 고문

 

트래펄가 광장에서 넬슨 장군을 만나다
런던 여행은 일반적으로 도로원표인 ‘채링 크로스’가 있는 트래펄가 광장에서 시작된다. 런던을 대표하는 주요 관광 명소들이 이곳에 밀집되어 있다. 도보로 약 1시간 거리 이내의거리다. 런던의 얼굴이라 불리는 트래펄가 광장은 원래 윌리엄 4세 광장이라고 불렀으나,
1805년 나폴레옹군을 격파한 트래펄가 해전에서 이름을 따서 트래펄가 광장이 되었다.
광장에는 50m 높이의 넬슨 제독 동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트래펄가 해전 당시 전사한 넬슨 제독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것으로, 동상주변으로 거대한 사자상 네 마리가 앉아 있는데, 이 사자상은 트래펄가 해전에서 승리하며 얻은 나폴레옹군의 대포를 녹여 만든 것이다.
나라마다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있고, 승리를 이끈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패자나 승자 누구에게나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영원히 남게 마련이다. 전쟁에 참전한 젊은 군인들은 국방의 의무라는 명분으로 상대국 군인을 죽이는 잔인함을 배우게 된다. 살아남은 자들은 전쟁 후유증으로 죽을 때까지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이름모를 청춘들은 꽃을 피우기도 전에 전쟁의 희생물로 사라져갔다. 누구를 위해 전쟁을 일으키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 광장에서 동쪽으로는 흔히 ‘시티’ 라고 부르는 시티 오브 런던과 런던 탑, 성 바오로 성당이 있으며, 남쪽에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이 들어서 있다. 지금은 국회의사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웨스트민스터 궁전 그리고 빨간 제복의 근위병 교대식으로 유명한 버킹엄 궁전 등이 있다.

 

런던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빅벤’
웨스트민스터 역을 나오니 눈앞에 바로 빅벤과 런던아이가 나타났다. 런던에 온 것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먼저, 런던의 랜드마크 빅벤을 찾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시계 중하나인 이 시계는 런던의 제1의 관광지에 화려한 금장식이 입혀져 있다. 흔히 96m 높이의시계탑 건물을 빅벤으로 알고 있지만, 탑 건물 자체의 정식 명칭은 ‘엘리자베스 타워’이고, 시계탑 자명종을 빅벤이라고 부른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당시에는 거대한 종이라는 뜻의 ‘그레이트 벨’이라고도 불렀다.
낮에도 아름답지만, 특히 밤이 되면 우아하고 화려하게 빛나는 사면의 시계를 볼 수 있다. 빅 벤을 엘리자베스 여왕의 시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버킹엄 궁전의 엘리자베스 여왕집무실에는 시계가 없어 유리창 밖으로 빅벤의 시계를 보기 때문이라는 농담이 전해진다.
빅벤이 만들어진 지는 벌써 180년이 넘었다. 그동안 여러 번의 보수공사를 거쳐 왔겠지만,영국의 살아있는 역사적 상징물로 국민과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유명해 지금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이기도 하다.

 

아름답고 거대한 신고딕 양식의 건물 국회의사당
빅벤과 함께 런던의 대표적인 랜드 마크인 국회의사당은 민주주의 뿌리인 영국 국회를 잘알 수 있는 건물이다. 실제로 보면 감탄이 나오는 웅장하고 아름다운 건축물로 템스 강변에 고풍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헨리 8세가 화이트홀 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이곳은 역대 왕들이 지내던 궁전이었다. 그 후 국회의사당으로 이용되다가 1834년 대화재가 일어났다. 벽돌로 지어졌던 웨스트민스터 홀만 남기고 모두 불탄 후 1852년 찰스 배리 경의 설계로 재건되었다. 총면적 32,000㎡
의 부지 위에 1,000개가 넘는 방, 총 길이 3.2km나 되는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거대한 건축물이다. 건물 남쪽에는 국회 의사당에서 가장 높은 100m 높이의 빅토리아 타워가 세워져 있으며 의회가 개회 중일 때에는 유니언잭이 게양된다.
영국 국회는 귀족 집단인 상원과 선출직인 하원으로 나뉘는데 실제법을 만드는 일은 하원에서 한다. 빅벤이 위치한 동쪽이 하원이고, 빅토리아 타워가 위치한 서쪽이 상원이다. 실제 내부 장식도 상원 쪽이 더 화려하고 하원 쪽은 수수하다.
의회 민주주의가 시작된 곳인 만큼 국회의원들의 권위도 높고 많은 혜택을 누릴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는 의원도 상당수 있다. 특히 회의장 내부에서 긴 의자에 서로 좁게 붙어 앉아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에서는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는 영국국회의원들의 사고방식을 엿볼 수 있다.

국회 의사당에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들을 보여주는 유명한 동상들이 전시되어있다. 동상에 숨어 있는 이야기를 읽으며, 영국 국회의 중요한 역할과 상징적인 의미를 알아볼 수 있도록 하였다. 그곳에서 특히 올리버 크롬웰의 동상에 눈길이 갔다. 영국의 시민전쟁 당시 찰스왕 1세는 정치가이자 군인이던 크롬웰에게 처형당했고, 그 후 한동안 영국은 왕이 없는 상태로 의회가 나라를 통치했다. 왕권 국가인 영국에서는 반역자일 수도 있는 크롬웰의 동상이 국회의사당에 있다는 것은, 국회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상징성을 띄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버킹엄 궁전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영국의 역대 왕들이 대관식을 올린 장소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웅장한 건축미(길이 156m, 너비 61m, 높이 31m)를 자랑하고 있다. 1066년 성탄절에 정복왕월리암 1세가 처음 대관식을 올린 이후로 몇몇 왕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에서 대관식을 올렸으며 현재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도 1953년 6월에 이곳에서 성대한 대관식을 올렸다.
이 사원 내부의 벽과 바닥은 영국을 빛낸 수많은 명사의 묘와 기념비로 가득 채워져 있어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윈스턴 처칠을 기억하라’라는 짤막한 글이 새겨진 처칠의기념관과 만유인력을 발견한 뉴턴의 묘비, 아프리카 탐험가인 리빙스턴의 묘 등을 볼 수있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인 롱펠로, 바이런, 엘리엇, 워즈워스, 셰익스피어의 묘비와기념비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왕실의 궁전으로 사용되고 있는 버킹엄 궁전은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 명소 가운데 하나다. 비록 궁전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근위병 교대식이 런던 최고의 구경거리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이 독특한 행사는 비 오는 날을 제외한 오전 11시부터 약 30분동안 행해지는데, 운이 좋으면 궁전의 발코니로 나와서 손을 흔드는 여왕의 모습을 볼수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영박물관
이곳은 세계적으로 가장 역사가 깊고 훌륭한 박물관이다. 영국의 문화유산보다도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 로마의 골동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인류의 보물 창고’ 또는 ‘발견과 약탈의 역사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 이곳 또한 영국의 양면성을강하게 느끼는 장소다.
1759년에 국립박물관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열었다. 대영박물관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등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손꼽힌다. 그 명성에 걸맞게 기원전 33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를 비롯해, 이집트 상형문자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가 된 로제타석, 독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에서 바흐와 베토벤의 악보에 이르기까지 흥미 있고 다양한 유물들을 소장하고 있다. 또한, 내부에는 한국관이2000년 11월에 신설되어 구석기 유물부터 조선 후기 미술품까지 두루 전시하고 있었다. 정말 반갑고 친근감이 느껴져 이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역사서를 펼치며 유럽을 떠나다
런던을 마지막으로 유럽을 떠났지만, 유럽의 역사서를 덮은 것이 아닌 새로운 역사서를 펼치며 비행기에 올랐다.
모든 유럽 여행자의 로망 프랑스, 머무는 것만으로도 힐링되는 스위스, 낭만적인 중세 느낌 이탈리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독일 그리고 두 얼굴의 신사 영국까지 돌며 유럽문화탐방을 마무리했다. 서유럽, 동유럽을 거쳐, 발칸반도까지 아우르는 15박 16일의장정이었다.
필자는 유럽사학자나 미술전문가가 아니다. 솔직히 여행 내내 유럽속의 여러 나라의 문화나 외관이 비슷해 보였다. 그러므로 사전에 역사적 근원을 알아보고 관람을 하려고 노력했다. 아는 만큼 보이고 즐긴다는 말에 공감한다. 항상 배움의 자세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관광산업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게 됐다. 우리나라도 세계인들에게 우리의 전통과 문화를 살린 가장 한국적인 독특한 역사적 볼거리를 보여주고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아련한 추억과 뿌듯함을 가슴 속에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바탕이 되어 더 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찾고 호감을 느끼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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