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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속의 작은 유럽 ‘고베 이진칸(異人館)’
임진우 2018-10-02 08:57:45

우리나라는 일본과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경쟁과 협력의 밀당을 해왔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래서 거리만큼 심적으로 가까울 수만은 없는 일본이다. 일본의 고베, 교토, 나라, 오사카가 이번 여행지로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여행지이다. 이번 여행의 의미가 남달랐던 이유는 여행지 중 하나인 오사카가 일행인 장인, 장모님께서 해방 전 살았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비행기는 인천에서 출발하여 1시간 20분 만에 간사이공항에 내렸다. 새삼 느끼지만, 일본은 정말 가까웠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올 수 있는 곳이지만, 장인, 장모님의 옛 터전을 찾는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공항에서 내려 버스로 먼저 찾아간 곳은 고베였다.

 

글·사진 : 김정일
4·19 혁명정신 선양회 회장
4·18 민주의거기념사업회 상임고문
중앙대학교 총동문회 고문

 

슬프고 아픈 기억을 가진 고베
고베는 한때 지진으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던 곳이다. 지금도 고베하면 많은 이들이 대지진을 떠올릴 것이다.
1995년 1월 17일 발생한 한신·아와지 대지진은 20세기에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가운데, 1923년 발생했던 관동대지진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진이다. 이 지진으로 약 6,434명이목숨을 잃었고 43,792명의 이상의 부상자, 주택 피해(전괴, 반괴) 249,180동으로 20만 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하였다. 경제적으로는 당시 일본 국민총생산의 2.5%가 넘는 1,400억달러(한화 150조 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현재는 지진의 피해에서 완전히 복구되었고, 오히려 그 지진 때문에 고베라는 도시가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다. 이곳은 일본에서 6번째로 큰 도시로 효고 현의 현청 소재지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항만도시로 인구는150만 명이다.
버스로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고베 항 바닷가였다. 메리켄파크는 고베 개항 120주년인1987년에 방파제 매립지에 조성한 해양공원이다. 낮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며 산책과운동을 즐길 수 있고, 밤에는 아름다운 고베 항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공원 안에는 포트 타워, 고베 해양박물관, 지진메모리얼파크가 가까이에 있어 일대를 수월하게 볼 수 있다.
‘철탑의 미녀’로 불리는 ‘고베 포트타워’는 아름다운 고베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메리켄파크의 상징이자 고베의 상징이다.
낮에는 그 가치가 잘 드러나지 않지만, 저녁이 되면 7,040개의 LED조명이 빛을 발하여108m 높이에 매력을 더한다. 내부에는 20분마다 360도로 한 바퀴 회전하는 카페와 음식점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다. 1963년에 전망용 타워로 만들어진 이곳은 세계 최초의 파이프 구조의 건물로 장구를 길게 늘여 놓은 듯한 외관이 특징이다.
돛을 형상화한 건물도 눈길을 끈다. 바로 해양 박물관이다. 밤이면 조명이 매우 아름다워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이곳은 고베 개항 120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박물관이라고 한다. 이곳은 범선의 돛과 파도를 형상화해 만들어진 하얀색 프레임 지붕으로 유명하다. 1층에서는 현대 선박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2층에서는 과거 한국, 중국과의 관계에서 고베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 과거 한국에 관한 내용이 있어서인지 2층이 더 관심을 끌게 한다.
전시실에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할 당시 이용한 배 산타마리아호를 재현해전시되어 있다.
‘고베 지진 메모리얼 파크’는 지진의 아픈 상처가 기록되어 있다.
1995년 대지진의 피해자를 추모하고 지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조성된 야외기념관이다. 무너진 부두 일부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전시 공간에는 지진의 피해 상황과 복구과정을 생생히 기록한사진, 영상 등이 있어 지진의 참혹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지진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 놓은 갈라진 바닥과 비스듬히 기울어져 있는 전신주를 보니 오싹했다. 이 현장에 있었다면 그 공포는 더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애도했다. 이 기념관이 메리켄파크 입구 쪽에 있어 길을 건너자 산노미야(三宮)로 나왔다.

 

고베의 중심지 산노미야의 이진칸
산노미야는 고베의 중심지로 최고의 번화가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교통이 편리하고 역주변에 수많은 상업시설이 몰려 있다. 개항 이후 외국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항구 주변에상업시설들이 많이 몰리게 되었다. 산노미야 쪽에는 ‘외국인의 집’이라는 뜻의 이진칸(異人館)이라 불리는 외국인들의 거주지가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달한 곳이 바로 고베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찾는 키타노마치(北野)다.
유럽풍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있어 ‘고베 속의 작은 유럽’으로 불린다. 고베의 분위기를이국적으로 한껏 끌어 올리는 곳이다.
가파른 언덕을 따라 오르자 옹기종기 모인 양식 건물들이 동화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19세기 말 고베 개항과 더불어 외국인 거류지로 지정되면서 거리가 지금과 같은 이국적인 모습을 갖췄다.
이곳은 일본 전통건축물 보존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100여 년 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34채의 이진칸의 집들이 남아 있어 키타노의 옛 풍경과 역사를 말해준다. 현재는 박물관, 미술관, 바 등으로 개조되어 활용되고 있는데 외관 내부 모두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무척 근사하다. 1970년 중후반부터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곳 배경의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유명관광지로 떠올랐다.
맘에 드는 건물을 골라 개별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거나, 입구 안내소에서 여러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 통합 입장권 구입해 둘러볼 수 있다.
정보를 얻기 위해 키타노마치 광장부터 들어섰다. 키타노마치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소형 광장이다. 관광안내소가 광장 바로 옆에 있어 키타노마치에 관한 정보와 지도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나라의 특징은 담은 이진칸들을 둘러보기 위해 나섰다.

 

유럽의 나라별 특징을 담은 이진칸들
‘풍향계의 집’이라 불리는 집이 있다. 네오 바로크 양식의 건물의 지붕 위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수탉 모양의 풍향계는 키타노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20세기 초에 독일인 무역상 코트프리트 토마스 씨가 살던 집으로 기타노 지구와 야마모토 지구에 남아 있는 서양 주택 가운데 벽돌로 지어진 유일한 건물이다. 산뜻한 벽돌의 색깔과 돌로 쌓은 현관의 주차공간 등 중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20세기 전후에 걸쳐 새로 일어난 예술 운동(아르누보)의 건축미를 담고 있다.
멋스럽게 꾸민 실내에는 한 세기 전의 골동품 가구와 인형, 여기 살던 독일인 가족의 사진등이 있다. 뜻하지 않았겠지만,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향기의 집’으로 불리는 오란다 관은 빨강 지붕이 눈길을 끄는 아담한 이진칸이다. 1901년지은 네덜란드 총영사의 자택이다. 향기의 집으로 불리는 오란다 관에는 네덜란드의 전통신발인 커다란 클로그가 놓여 있다. 정원에는 네덜란드를 상징하는 튤립과 색색의 꽃이 가득하며 깜찍한 민족의상을 입은 직원이 인상적이다.
아기자기한 ‘덴마크관’은 덴마크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미니 박물관이라 할만하다. 세계적인 명품 도자기 로열 코펜하겐의 엔티크 접시 컬렉션, 바이킹 선의 특징을 살펴볼 수있다. 축소 모형, 1/2 사이즈로 만든 인어공주 동상 실제와 똑같이 재현한 안데르센의 서재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건물벽에 ‘빈 오스트리아 집’이라고 글씨가 있는 건물은 18세기 후반의 생활양식을 재현하였다. 오스트리아 역사 문화를 테마로 한 미니 박물관이다. 2층에는 오스트리아가 낳은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흉상과 그가 사용하던 피아노의 복제품이 전시되어 있다. 오스트리아에 방문했을 때 봤던 것과 같은 복제품으로 정말 실감나게 재현했다. 1층 기념품점에서는빈에서 직수입한 초콜릿과 20여 종의 오스트리아 와인도 판매한다.
2층 목조주택은 ‘프랑스관’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1908년 외국인 임대아파트로 구 거류지세워졌던 것을 1950년대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왔다. 2채의 양옥이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것이 특징이다. 인테리어는 이축 당시 프랑스식으로 변경해 이르노부 스타일의 유리 공예품과 19세기 프랑스 회화 작품 등을 전시한다.
다음은 미국 총영사 헌터샤프(1860-1923)의 저택으로 지은 이진칸이다. 전형적인 콜로니얼 양식의 목조 2층이며, 바로크 양식의 일본 전통 문양을 융합해 화려하게 장식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과거에는 흰 페인트로 칠한 외관 때문에 하얀 이진칸이란 이름으로 불렀으나, 1987년 복원 공사 당시 원래 건물이 연두색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름도 ‘연두색 집’으로 바뀌었다. 중요 문화재로 지정한 건물 내부에는 침실 응접실들을 옛 모습 그대로 복원해 이곳에 거주하던 서양인들의 화려한 생활상을 짐작해 보게 된다. 집에 들어서니 1905년 7월 29일 도쿄에서 일본에 한국 지배를 인정해준 미국 특사 테프트와 일본총리 가쓰라 밀약이 생각난다.
유럽의 우아한 저택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외관의 이진칸을 찾았다. 외벽을 장식한 천연석 슬레이트 모습이 마치 물고기 비늘처럼 보인다고 해서 ‘비늘의 집’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내부에는 건축 당시인 1905년의 모습이 완벽하게 보존되어 있다. 유럽의 근현대 회화작품과 덴마크의 로열 코펜하겐, 독일의 마이센, 영국의 로열 우스터 등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도자기를 모아놓은 조그만 미술관도 있다. 정원 한 칸을 장식한 멧돼지 동상은 코를 만지면 행운이 깃든다는 속설 때문에, 코끝이 반짝반짝 빛날 만큼 닳아 있는 재미난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함축적인 미니 유럽은 소소한 즐거움으로
지난해 ‘다리가 떨리기 전에, 가슴이 떨릴 적에 여행하라’를 되새기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선.후배와 함께 15박 열엿새 동안 서유럽, 동유럽, 발칸 유럽문화탐방에참여했다.
유럽 여행의 로망이라는 프랑스, 머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스위스, 낭만적인 중세 분위기 이탈리아,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독일, 지난 호에 소개한 영국 그리고 죽기전에 가봐야 한다는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등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만약 유럽여행 경험이 없었다면, 고베 속의 작은 유럽이 좀 더 호기심을 자극했을 수도 있겠다. 새로움은 없었지만, 친숙함으로 다가와 소소한 여행의 재미를 느끼며 고베의 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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