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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화들은 과시적 소비품이었다
신용경제 2017-02-01 17:17:56

세계적인 명화를 감상할 때 일반인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가 있다. 그것은 해당 그림의 배경, 색감, 구도 등을 순전히 작가의 관점에서만 분석하여 미술품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행동이다. 일견 이것이 뭐가 잘못이란 말이냐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과거에는 화가들은 오늘날처럼 예술가로 대접받지 못하였고, 기능공이나 장인 수준의 대우만 받았던 시절이 많았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될 수 있을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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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화가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사람이었다. 소비 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주문할 때, 원하는 배경이나 주인공 인물의 숫자, 옷차림, 옷의 색깔 등까지 세세하게 어떻게 그려야 한다는 사실을 주문하곤 하였다. 그래야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에는 오늘날과는 달리 염료가 비싸곤 하였다. 즉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물감이 고가인 것들도 많았다. 따라서 제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가난한 기능공이자 장인인 화가들이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주문한 사람이 부담해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주문할 때 어떤 색깔을 얼마만큼 사용해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사실은 그림 자체 못지않게 중요한 결정 사항이었다. 주문에 의해서 그림을 그려야 했던 것은 수많은 무명의 작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빈치 같은 세계적인 거장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값비싼 염료 특히 해외에서 어렵게 구한 고급스러운 색감을 가진 염료를 사용하거나 심지어 보석을 사용하여 그림을 그리도록 주문하였고 그것을 자신의 거실 등에 걸어둠으로써 방문자들에게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다.

 

이러한 것을 경제학에서는 ‘과시적 소비’라 한다. 과시적 소비란 소비자가 특정 재화를 구입할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여 소비를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즉 필요에 의해서 소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와 명성 등을 자랑하기 위해 소비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림을 통해서 자신의 부와 명성을 과시하고자 하는 소비자 들이 단순히 고급스러운 염료만으로 자신의 부와 명성을 자랑할 리는 없다.

 

그들은 그림에 담아낼 풍경 속에서도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그림의 풍경에 자신이 소유한 땅과 농작물 등을 함께 그려 넣도록 강요하는 것이었다. 초상화 내지 풍경화를 보는 모든사람에게 자신이 부유한 지주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리고 싶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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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인즈버러(Gainsborough)의 초상화를 보면 이러한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게인즈버러 초상화는 게인즈버러가 자신의 친구인 앤드루스 부부(Mr and Mrs Andrews)에게 그림을 그려준 것이다. 이 그림은 문외한이 보더라도 뭔가 작위적인 느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적한 시골 마을임에도 두 주인공인 앤드루스 부부는 한껏 치장하고 있다. 앤드루스 부인은 방금 파티장에서 나온 듯한 복장을 하고 실내용 의자에 앉아 있으며, 앤드루스 역시 시골 농가라는 사냥이 적합하지 않은 장소에서 총을 들고 멋스럽게 아내 옆에 서 있다. 이러한 두 부부를 공경하는 듯한 표정으로 혈통이 좋아 보이는 사냥개 한 마리도 주인 옆에 함께 그려져 있다

 

이러한 설정으로 인해서 그림을 보는 모든 이들은 이 두 부부가 나름 풍족하고 부유한 계층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림의 배경에 있다. 시골 농가 역시 순수한 작가의 창작물이 아니다. 바로 앤드루스 부부가 소유하고 있는 땅이다. 앤드루스 부부는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토지와 임야 등을 풍경화에 자신들과 함께 그려 넣음으로써 자신들이 넓은 농지와 임야를 가지고 있는 지주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 이다. 그것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기름진 수확 철의 모습으로 풍경화에 함께 담아냄으로써 기름진 땅, 즉 가치가 높은 땅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시골 영주인 앤드루스의 마음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궁전에서 살고 있는 왕족들은 어떠했겠는가. 왕족들 역시 그림을 바라보는 마음, 화가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동일했다.

 

가장 사치스럽고 허영심이 많은 국왕 중 한 사람은 루이 14세였다. 루이 14세는 사치스런 치장을 극대화해 초상화를 그리게 함으로써 다른 유럽의 많은 국왕의 부러움을 샀다곤 한다. 혹은 초상화에 그려지는 자신의 복장을 대부분 왕실 의식이나 행사를 주관할 때 입는 대관식 예복으로 그리게 함으로써 자신이 막대한 권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초상화의 크기 또한 작가가 맘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루이 14세를 비롯한 대부분의 군주는 초상화를 대형 크기로 그려주길 원했다. 그것은 초상화에 담겨 있는 자신의 모습을 일반인보다 크게 그림으로써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고 권위를 높이고자 하였다. 이러한 그림들은 대부분 자신의 궁궐이나 자신의 저택 입구, 사람들이 대기하는 장소 내지 환담을 나누는 로비 등에 걸려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장소에 그림을 배치해 둔 것은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구매한 제품(초상화 내지 풍경화)을 본연의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 흔적일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종합할 때, 어떤 의미에서는 오늘날의 예술가보다 과거에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예술품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더욱 억압받았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열악한 환경과 주어진 제약 조건속에서도 최대한 자신만의 분위기와 색감을 연출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비록 주문에 의해 정해진 대상들을 묘사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작가주의적 기지를 발휘했던 예술가들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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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신용경제 2017년 2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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