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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언제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나요?
신용경제 2017-04-03 16:19:41

 

경제 얘기를 하면서 돈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경제 행위는 화폐를 매개로 수행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류가 창안해 낸 발명품 중에서 우리의 삶을 가장 편리하게 해 준 것 중 하나는 단연 화폐일 것이다. 편의점에서 생수 한 병을 사더라도 만약 화폐가 없다면 어떤 일이벌어질지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생수 한 병을 사기 위해서는 편의점 아저씨가 좋아할 만한 다른 무언가를 주거나 편의점에서 1~2시간이라도 일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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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화폐가 발명되기 이전 우리 인류는 어떻게 거래활동을 수행했을까? 정답은 물물교환이다. 물물교환(barter)이란 돈으로 매매하지 않고 직접 물건과 물건을 맞바꾸는 거래 행태를 말한다. 화폐가 없던 원시시대 거래는 상품과 상품을 맞바꾸는 물물교환 형태로 이뤄졌다. 그런데 물물교환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서로 맞바꾸기를 원하는 물건을 비슷한 시점에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생선은 풍족한데 과일이 필요한사람이 물물교환으로 과일을 구하기 위해서는 생선을 원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만약 생선이 상하기 전까지 생선과 과일을 맞교환하길 원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하면, 생선은 곧 상해서 거래 자체를 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처럼 생선과 같이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상하는 물건을 가지고 원하는 물건을 구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화폐가 없어 물물교환을 수행해야 했던 원시 시대에는 원하는 물건을 얻기 위한 약탈과 전쟁도 서슴지 않았다. 인류학자들은 원시 시대의 인류의 모습을 연구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직까지 원시 시대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아마존 유역의 수렵 채집 부족들을 연구하곤 한다. 이러한 연구에서 근대까지 남아 있었던 부족인 에콰도르의 지바로(jivaro) 부족은 남성의 60%가부족 간의 전쟁으로 인해 숨졌다는 기록이 있으며, 브라질의 야노마모(yanomamo)부족의 경우에도 40%의 부족이 약탈과 전쟁에 가담하다 숨졌다고 한다. 이 두 원시부족민은 자신들이 필요한 물건을 얻기 위해 잦은 전쟁을 치렀으며, 그 과정에서 이처럼 많은 부족민이 살해된 것이라고 한다. 아마존 유역의 원시 부족들의 모습을 통해서 화폐가 없었던 원시시대 부족 간에 얼마나 많은 전쟁과 다툼이 전개되었을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인류는 이후 점차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물물교환으로는 더는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원하는 시기에 얻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때문에 보다 원활히 물물교환을 할 수 있는 교환 도구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화폐를 떠올리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창기 유통되던 원시 화폐의 종류는 오늘날과 달리 다양했다. 가죽, 구슬, 의류, 노예, 곡식, 소금 등 그 예를 들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지역마다 지형적, 문화적 특성에따라 다양한 대상들을 초기 화폐로 활용하였다.
동서양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다양한 문명권에서 화폐가 유통되기 시작했던 이유는 어쩌면 경제 활동의 편리함보다는 전쟁과 다툼으로 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인류의 공통된 노력과 고민의 결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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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화폐가 항상 우리 인류에게 이처럼 유익한 결과만을 가져다준 것은 아니다. 화폐는 오히려 경제 활동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경기변동이나 심지어 공황을 야기하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실 오늘날에는 실제로 화폐를 교환하지 않고, 외상으로 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언제 돈을 지불하겠다고 약속하는 어음이나 수표 등을 주고받으면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들을 흔히 신용화폐(creditmoney)라고 한다. 이러한 신용화폐가 등장하여 일상에서 빈번히 사용되면서 신용공황을 야기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살펴보자. 의류수출업자가 의류생산업자에게 의류 제작을 의뢰하며 1억 원을 추후 지급하기로 약속하고 그 증서로서 어음을 주었다고 하자. 1억 원의 어음을 받은 의류생산업자는 직물생산업자에게 다시 그 1억원의 어음을 주고 직물을 구매할 것이고, 직물생산업자는 다시 방적업자에게 그 1억 원을 다시 주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의류수출업자가 도산을하여 약속했던 1억 원을 지급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의류생산업자, 직물생산업자, 방적업자 모두 현금을 못 받았다고 아우성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들 의류 관련 업체들이 함께 모여 있던 동네의 은행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할까 두려워 신규 대출을 꺼리게 될 것이다. 어음이 부도나기 전에는 의류산업 단지 주변에서 이들 공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장사하던 사람들도 공장이 원활히 돌아가는 것을 보고, 경기가 순조로울 것을 예측하고 식당을 늘리는 등의 신규투자를 감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의류산업의 도산으로 자신들 역시 예상만큼 장사가 되지 않게 되고 결국 자신들도 신규 투자를 위해 빌렸던 돈을 갚지 못하게 된다. 이들로 인해 은행은 더욱더 신규 대출을 줄이게 된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경기 변동이 발생하기도 하며, 심지어 공황도 야기되기도 한다.
결국, 어음과 수표 등과 같은 신용화폐의 등장은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하는 데 기여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경기변동과 공황을 야기한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현대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도구인 화폐는 인류 역사에 있어서 긍정적인 역할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역할 또한 가져왔다. 화폐의 등장은 약탈과 전쟁이 줄어드는 요인이 되기도 했지만, 화폐를 얻기 위한 수많은 범죄 또한 양산해냈다. 화폐를 통해서 쉽게 가치를 저장할 수 있게 되었지만, 이는 일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계급사회가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근래에 와서 화폐는 더욱 발달하여 신용화폐라는 개념이 추가되어 경제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기도 하였지만, 이는 경기변동과 신용공황을 야기해 많은 사람을 실업자로 만드는 불행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어쩌면 화폐는 우리 인류에게 필요악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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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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