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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아버지는 농업이다
신용경제 2017-11-01 08:52:46

그야말로 금융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경제적인 요소들을 금융적인 시각으로 해석하고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오래되고 주요한 생산요소인 사람의 노동력 역시 인적자본이라고 불리면서 자본으로 환치하여 해석하고 있으며, 기업의 가치는 주가로 평가받고, 국가 사회의 건전성 여부도 사회적 자본으로 금융적인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은 금융이 우리 사회곳 곳에 깊숙이 들어왔으며,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고 있다.

 

 

금속화폐의 시발점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가져온 가장 궁극적인 원동력이 농업에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우리 인류가 농산물 수급 불균형의 어려움을 항상 금융적인 방법으로 해결해 왔기 때문이다.
공신력을 갖춘 화폐를 발행하기 어려웠던 고대사회에서 화폐의 대용품으로 즐겨 사용됐던 물건들은 필수재였다. 필수재란 일상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건들을 말한다. 이러한 필수재를 화폐로 사용할 경우, 별도의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해당 화폐가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굳이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필수재 자체가 내포하고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에 화폐 대용으로 쉽게 활용되었다. 그 과정에서 밀, 쌀과 같은 곡물들을 거래 수단으로 즐겨 사용되었다. 주곡만큼 모든 사람에게 필수재로 인식될 수 있는 물건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곡은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작황 현황에 따라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에는 이들 작물이 작황 현황에 따라 원활히 수급되지 못하는등의 어려움에 직면하자, 가장 원시적인 금융거래 수단이자 측정 단위인 ‘금속화폐’를 떠올렸다. 금속화폐의 경우에는 곡식과 달리 변질이나 훼손의 우려도 적었기 때문에 화폐로 사용하기 적격이었다.

 

금융상품의 시초가 된 농업
대표적인 금융상품인 ‘주식’과 ‘보험’의 탄생 역시 농업 및 농산물과 무관하지 않다. 아시아의 향신료를 접한 유럽인들은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형편없는 식자재를 먹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냉장 기술이 전무했던 당시 어느 정도 상한 음식도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향신료에 매료된 유럽인들은 이제 향신료 없이 식사하는 것이 얼마나 곤욕스러운지 깨달았고, 이에 향신료를 구하기 위한 원거리 무역이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원거리 무역은 ‘high risk, high return’의 산업이었다. 수십 척의 선단을 이끌고 출발하여 단 한 척도 못 돌아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원거리 항해로 인한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공동출자라는 위험 분산 방법인 ‘주식’을 창안해 냈다. ‘보험’ 역시 항해 도중 선박이나 화물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발달해 왔다.
가장 현대적인 금융상품인 파생상품 또한 예외일 수 없다. 19세기 미국 시카고는 중서부지역에서 생산한 옥수수, 콩, 밀 등이 모여 거래되는 중심지였다. 수확기가 되면 한꺼번에 많은 곡물이 시카고지역으로 몰려들게 되는데, 시카고 내부에는이를 충분히 수용할 만한 창고가 없었다. 겨울철에는 운하가 얼어 아예 운송조차 못 하는 경우도 많았다. 운송되지 못한 곡물들은헐값에 거래되지만, 운송만 되면 매우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1948년 미국 시카고에서 파생상품거래소(Chicago Board of Trade: CBOT)가 설립됐다. 운송 여부와 상관없이 곡물을 안정적으로 거래하자는 취지로 농산물 파생금융상품거래가 시작된 셈이다. 오늘날 농산물을 기반으로 한 파생상품은 더욱 발달하여 귀리, 쌀, 콩과 같은 주곡은 물론이고 커피, 코코아, 오렌지 주스, 설탕, 달걀, 쇠고기, 돼지고기 등 상당수의 농작물이 파생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새로운 투자산업으로 떠오르다
최근에는 이들 농작물에 대한 투자를 넘어 농지에 대한 투자도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통적인 투자대상 이외의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필요가 있었다. 기존투자 대상들은 이미 위험도가 높아 투자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안을 제시해 준 것이 또다시 ‘농업’이다. 일견 농업은 전통적인 금융 부분과 전혀 무관한 산업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기존 투자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와 사모펀드가 농지에 주목하고 투자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2007년부터 농지에 투자하기 시작한 미국의 거대 연금 미국교직원연금기금(TIAA-CREF)의 경우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농지를 보유한 기관이 되었다. 이 밖에 여러 국가의 공적자금들이 국가 안보 및 농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농업 부분에 적극적인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농업 관련 기업들의 금융 기업화도 목격되고 있다. ADM, 번기(Bunge), 카길(Cargill), 드레퓌스(Dreyfus) 같은 메이저 4대 곡물 기업들은 아예 금융 계열사를 설립하여 금융활동을 자신들의 본연의 업무로 포함했다.
다시 서두로 돌아가 보자. 앞서 열거한 바처럼 우리 인류가 농작물 수급 과정에서 직면한여러 위험 요인을 제거하기 위해 금융적인 방법론을 활용해 왔다. 그리고 오늘날에는 모든 분야를 금융적인 시각으로 해석할 정도로 금융은 그간 발전해 왔다.
하지만 농업은 금융이나 여타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비해 아직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농산물 가격 수급 문제 등은 우리 인류가 오랫동안 직면해 왔던 고질적인 문제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직면하고 있는 농작물 가격 변동의 위험을 금융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을 금융 부분에서 제시해 준다면 그간 금융이 자신들의 발전을 도와준 농업에 은혜를 갚는것은 아닐까 싶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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