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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덕분에 경제학은 가장 큰 선물을 얻게 되었다고요
신용경제 2017-12-01 13:36:43

의사가 처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찰부터 해야 한다. 진찰을 통해 환자의 전반적인 상황을 확인한 후 환자의 건강 상태와 병의 진행 정도에 따라 약을 처방할 수 있다.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국가 경제가 어떠한 상황인지를 파악해야 그에 부합하는 경제정책을 제시할 수 있다.
하지만 1929년 미국에서 전개된 대공황 당시에는 국가 전반의 경제 상황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GDP를 개발시킨 대공황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란 1929년 미국에서 전개된 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 불황을 지칭한다. 1929년 10월뉴욕 월가의 주식시장이 폭락하였고, 이 여파로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당시 근로자의 3명 중의 1명에 해당하는 1,500만 명이 실업자로 전락했다.
국가 경제가 이처럼 극심한 어려움에 직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제학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별다른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불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었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당시 정부 관계자들은 불황이 곧 들이닥칠 것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그의 참모들은 철도 운송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철강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고, 곧이어 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게 될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대공황 당시의 상황은 많은 경제학자로 하여금 한나라 전반의 경제 상황을 진단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GDP이다. GDP란 특정 기간 한 나라 안에서 생산된 모든 상품의 가치를 더한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가 지난 1년 동안 2천만 원짜리 자동차 10개, 100만 원짜리 휴대폰100개, 10만 원 상당의 쌀가마니 2,000개를 생산했다면, 해당 국가의 GDP는 이를 모두 합한 5억 원이 된다.
GDP 개발 이전까지는 여러 경제 활동의 결과들이 따로따로 집계되고 있었다. 농산물 생산은 농산물대로, 철강 생산량은 철강대로 따로따로 집계하여 관리되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국가 전반적으로 얼마나 경제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즉, 경제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GDP가 개발되어 특정 기간 그 나라 경제가 어떠한 상황에 놓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 주었다.
오늘날 GDP의 유용함은 아주 쉽게 확인된다. 올림픽 개막식 때 각 국가 선수들이 입장하면 해당 국가의 개괄적인 상황을 소개하기 위한 방송 자막이 나온다. 짧은 자막으로 해당 국가가 가진 특성을 종합적으로 설명해 줘야 하기 때문에 가장 핵심적인 내용만이 언급된다.

 

 

이때 해당 국가의 인구, 면적, 종교에 대한 정보와 함께 제시하는 것이 바로 GDP이다. GDP가 해당 국가의 경제적수준과 상황을 가장 간편하게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만 보더라도 GDP가 특정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력이나 그 나라 국민의 생활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적인 경제지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1999년 미국 상무부는 지난 20세기 동안 자신들의 최대 업적으로 GDP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것을 꼽기도 하였다. 인류 역사상 가장 최악의 경제 불황 중 하나인 대공황이 오히려 인류 역사상 가장 유용한 경제지표 중 하나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 단계 발전한 인간개발지수
하지만 최고의 업적으로 평가받던 GDP 역시 최근에는 수정 및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GDP를 고안해 낸 쿠즈네츠조차 경제 상황을 단순히 생산에 의거해서 판단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며, 따라서 GDP가 지나치게 확대하여 해석되거나 남용되는 것을 경고한 바 있다.
GDP의 수정 보완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오늘날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 단순히 생산성에 근거한 물질적 풍요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의 행복, 지속가능한 성장 가능 여부, 환경오염, 소득 불평등 수준 등 다양한 요인들을 함께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GDP는 생산 이외의 이러한 사회적으로 중요시 여겨지는 경제적 가치를 반영하지는 못한다. GDP는 여가와 같은 삶의 질을 반영하지 못한다. 여가는 국가 경제의 후생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GDP는 여가도 없이 주말에도 출근하여 계속해서 일할 경우 오히려 그 수치가 올라갈 수 있다. 여가로 인한 사회적 후생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음에도 말이다.

 


최근 많은 국가가 빈부격차 심화를 가장 중요한 당면 과제로 여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GDP는 소득분배 상황 역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GDP가 비슷한 국가들이 라도 소득분배 상태는 나라별로 크게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와 홍콩, 스웨덴, 핀란드 이들 네 개 국가들은 1인당 GDP가 4만~5만 불 사이로 비슷한 규모를 보인다. 하지만 소득분배 상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한 국가 1위가 홍콩, 2위가 싱가포르이다.
이에 반해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적은 나라 중 하나가 스웨덴, 핀란드이다. 즉 동일한 GDP 수준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빈부격차는 이처럼 판이한 것이다. 현재 많은 국가와 국제기구에서는 GDP의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경제지수 내지 지표를 개발하기 위한 일련의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일례로 UN은 인간개발지수를 개발하여 발표한 바 있다.
인간개발지수(HDI: Human Development Index)는 유엔개발계획(UNDP)이 각 국가의 실질국민소득, 교육수준, 문맹률, 평균수명 등 여러 가지 삶과 관련된 지표들을 취합하여 각국의 인간발전 정도와 선진화 정도를 평가하는 지수이다. 이를 통해 경제의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교육과 평균수명 등과 같은 삶의 질적인 부분도 함께 반영하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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