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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의 확산과 호모 리시프로컨
신용경제 2018-01-05 18:08:01

박병호
유은감정평가사무소장, 30대부터 시작하는 부동산노테크저자 (coreits@naver.com)

 

믿음의 확산
서로 믿는 관계는 상상만으로도 평화롭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람들은 믿음이 가져다주는 그것을 얻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서로 잘 모르기 때문이다. 서로 잘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은 사람들이 세상에 자기 약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방어벽을 치기 때문이다. 문제없는 세상, 약점 없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너도나도 약점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받아들인다면 남의 약점을 드러내거나 내 약점을 숨길 필요가 없다. 블록체인과 같은 혁신적 신기술이 믿음을 확산해 갈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것도 인간이 믿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된다.
믿음은 평화적 성장요건에서 벗어나 생존요건이 되었다. 화폐의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촘촘히 연결된 미래가 급격한 기술변화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신뢰해야 살아남는다. 한 일본인이 비밀스럽게 만든 비트 코인이 대안 화폐로 관심을 끈것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돈을 주고받는 것을 가능케 한 블록체인 기술 때문이다. 그것은 화폐 거래내역을 기록한 분산형 거래장부다. 걸핏하면 해킹당하는 기존의 중앙집중형 거래장부의 단점을 완전히 극복했다. 기존 금융거래는 금융회사의 중앙서버에 거래기록을 보관하지만 블록체인은 가상화폐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의 컴퓨터에 저장된다. 정보의 공유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이름으로 기록의 중심에서 있게 되는 것이다.

 

 

이 블록체인기술이 제4차 산업혁명의 선도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공공 거래장부(Public Ledger)를 모든 사용자가 갖고 있으므로 해킹을 통한 위조나 변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강점 때문이다. 정보를 감추기에 급급한 기존 정보보호 체계보다 모두에게 공개함으로써 오히려 보안성을 높인 혁신적 역발상의 기술이다. 추상적 암호화폐에 대해 태클을 거는 기존 금융산업마저 이 블록체인 기술은 서로 먼저 도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이 개방적 공유형 시스템으로 인해 역사상 처음으로 서로 알지도, 믿지도 못하는 두 당사자가 거래를 하고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와 인터넷만 있
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글로벌 금융으로 들어갈 수 있다.
이 경제사회의 신무기는 금융산업을 뛰어넘어 의료, 복지, 교육 등 각 분야로 확산될 수 있다. 이 기존질서 파괴적인 기술이 금융과 경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의료정보 블록체인화, 에어비앤비 등 공유산업이나 다양한 다른 산업 분야에서 중개기관이 필요 없는 사업이 가능해진다.
횡령을 차단해 원조 문화의 불신을 걷어내고 세상을 믿음으로 이끌어 낸다. 기부문화가 분산된 날개를 달고 확산된다. 아직 블록체인 세상이 활짝 열린 것은 아니지만, 혁명적 신기술이 곧 가속도를 더해 진행될 태세다.

 

상호 협동형 인류
혁신에 대한 저항, 이익집단의 장악시도 등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다면 블록체인 세상이 구성원 간의 신뢰감을 무한히 높이게 된다. 남도 나를 잘 알고 나도 남을 잘 알며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심장은 10분 주기로 박동한다. 그 시간의 모든 거래가 검증돼 블록에 저장된다.
이전의 블록 뒤에 자전거 체인처럼 붙는다. 해킹하려면 체인으로 연결된 모든 블록을 무너뜨려야 한다. 불가능한 일이다.
사용자 간 직접 거래는 상호신뢰감을 빠르게 축적해간다. 정보를 공유하고 기록을 분산시킨 신문화가 확산되면 믿음을 바탕으로 새로 태어난 신인류를 빠르게 성장시킬 것이다. 호모 리시프로컨(Homo Reciprocan).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동시에 비합리적이고 감성적인 인간이 자란다. 이 상호 협동형 인류는 블록을 이뤄 서로를 잘 알아가며 성장한다.

서로의 증거가 된다. 장부가 해킹당해도, 기억상실에 걸린다 해도 걱정 없다. 마치 원시 공동사회로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 신문화는 폐쇄적이지 않다. 나의 이름이 사라지지 않는다. 내 안에 이기적인간과 이타적 인간이 조화롭게 동거하면 평화가 강물처럼 흘러온다.
인터넷 등장 때처럼 세상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신인류와 만난다. 거래자들은 자전거 두 바퀴가 서로 체인으로 결합되어 나아가듯이 블록을 이뤄 서로 의지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서로의 증거가 되고 보듬고 돕는다. 개방적이고 자신이 드러나는 협동을 통해 연대를 이루기 때문에 블록에 갇혀 나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남이 내 이름을 불러줄 때 비로소 내가 된다”고 노래한 어느 시인처럼 나는 상대의 빛깔에 맞는 이름을 부르고 상대방은 나의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부르면 서로가 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타적 인간이 살만한 세상이 된다.
행동경제학이나 진화생물학이 각광 받는다. 상호적 신인류는 호모 이코노미쿠스, 경제적 인간에서 나왔다. 산업혁명 이후 신생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인간은 획일화된 대량생산시대의 공장이나 시장에 적합했다. 이기적 선택은 의무였다. 가격이 행동을 결정하고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었다. 시장은 세상만사에 만능해결사였다. 행동경제학 이전에는 인간의 합리성과 이기심이 강조되었다. 행동경제학 바로 전에 등장한 신자유주의 또한 시장이 자연적이며 완벽한 제도이기 때문에 그걸 돌아가게 하는 인간도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믿었다. 심지어는 경제적 동기보다 순수 인간적 동기가 지배하는 결혼조차도 이익이 되는 장사가 되어야 한다는 식이었다.

 

협력적 집단의 힘
합리적 선택이론, 합리적 기대가설, 효율적 시장가설 등이 세상을 주름잡았지만, 인간은 결코 완전하게 합리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에 의해 증명된다. 합리적 기대가설과 다르게, 정부정책에 반응하기는커녕 정책의 결과를 예측하지도 않는 인간이 훨씬 많았다. 효율적 시장가설과 다르게, 과거와 현재를 알고 미래를 예측해서 주식을 사고팔지 않았다. 경제학이 내세운 인간이 문제가 있음을 알고 심리학자들이 나선다. 먼저 주목한 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 순간까지도 완벽한 정보를 갖고 합리적 판단을 하지않는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투자시장에서 급등락, 상투와 붕괴가 일상이 되어버린것도 인간의 본성이 매우 불합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진화생물학에서도 인간의 이타적 속성을 찾아냈다. 최후의 승자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아니라 협력하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배신과 협력 사이의 갈등으로 가득한 삶에서 서로협력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탐구한 마틴 노왁(Martin Nowak)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혈연관계가 강할수록 사람들은 더 협력한다는 혈연선택, 단순한 사회에서 너와 나 둘이서 반복해서 접촉하면 더 협력하게 된다는 직접상호성, 확장되고 복잡해진 사회에서 꼭 특정 상대방이 아니라도 누군가와 협력하면 다른 누군가의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간접상호성, 일정한 영역이나 공간안에서 함께 지내면 협력도 진화한다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힘, 배신자가 나오더라도 무리 지은 협력자들은 살아남는다는 협력적 집단의 힘 등 주요 협력방식이 발견된다.
이렇게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협력을 통해 공생의 길을 찾는 존재라는 것이 밝혀졌다. 인간은 협력을 본성으로 한다. 인간사회에서 1+1은 2가 아니고 3이라는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지는 것은 협력 때문이다. 인간의 협력적 본성은 대화나 토론 같은 소통을 통해 발전한다. 관계가 길어질수록, 집단의 크기가 작을수록 친밀도가 높아진다. 높아진 친밀도는 협력의 강도를 높인다. 협력의 바탕은 믿음이다. 믿음이 확산되면 사회적 자본이 된다. 일일이 의심을 확인하느라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들지 않는다.

 

신뢰는 믿음을 성장시킨다.

블록체인이 만들어내는 지식기반 경제 또한 믿음과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지식은 함께하고 나눌 때 가치가 커진다. 이성과 감성, 합리와 비합리로 결합된 신인류, 호모 리시프로컨은 내재 가치의 원천인 아이디어를 갖고 태어난다. 네트워크 경제의 발흥 또한 정보의 개방, 공유, 그리고 참여를 통해 일어난다.
서로를 알지 못해 협력이 존재하지 않는 조직에서는 창의력이 죽어나간다. 혁신적 신기술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보의 차단이 신뢰를 무너뜨린다. 블록체인이 거래 구성원을 결속시키고 혁신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최고의 촉매제라 해도 믿음이 약하면 결속력이 약해진다.
블록체인을 하나로 이어주는 접착제는 바로 믿음이다. 정보의 공유는 블록을 투명하고 창조적으로 만든다. 그러나 믿음이 사라져 신뢰를 다시 구축해야 한다면 그것을 쌓는 데 필요한 노력과 시간은 훨씬 커진다. 불신의 비용은 처음 신뢰를 구축하는 투자액보다 훨씬 크다. 신뢰구축에 투자가 필요하지만, 한번 쌓인 신뢰는 체인에 체인을 연결시키듯 지속적으로 믿음을 성장시킨다. 제아무리 혁신적 신기술이라도 강한 믿음으로 무장한 호모 리시프로컨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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