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본 뉴스
등록된 기사가 없습니다.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광고모집중
트럼프 발(發) 무역전쟁과 경제적 충격
신용경제 2018-04-09 14:35:29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대라” 이상적인 조언이지만, 어디 그렇게 하기가 쉬운 일인가? 왼쪽 뺨을 맞으면 그대로 돌려주는 게 평범한 사람의 행동일 것이다. 오히려 요즘 미투운동 분위기를 보면, “왼쪽 뺨을 맞으면 고소하라”가 더 좋은 조언이 될지 모르겠다. 개인이자기 몸을 다루는 일도 그러한데, 하물며 정책담당자가 나라 경제를 다룰 때는 왼쪽 나라 경제를 맞고도 오른쪽 나라 경제를 대줄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에게 관세 뺨을 맞았고, 대응책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철강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국내철강 산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자국 내 철강 산업을 보호하려는 조치이지만, 상당 부분 미국 수출에 의존해왔던 한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하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광석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트럼프의 경제정책 기조
트럼프의 경제정책들에는 상당히 일관성이 있다. 첫째는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이다.미국을 기초로 한 기업들도 제조의 영역을 미국으로 다시 회귀시킬 뿐만 아니라, 외국의기업들도 미국에서 경영활동을 영위하도록 하고, 제조기지화를 유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법인세의 파격적인 인하를 통해, 기업들을 유치해 나가고 있다. 둘째, FTA 폐기 및 재협상 정책이다. 예를 들어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미국의 골칫거리가 되어왔다. NAFTA가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멕시코에 두고 있고, 제조된 완제품을 자국내에서 거래하듯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들이 NAFTA를 우회수출에 이용해 왔던 것이다. 기업들을 자국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미국은 상당한 걸림돌이 되는 정책이 되어 왔다. 셋째, 환율 절상 압력이다. 매년 4월과 10월에 발표되는 미국 환율보고서에 환율조작국 혹은 환율 감시대상국으로 주요 교역 대상국들을 평가함으로써 환율 절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상대국의 환율을 절상시키면, 상대국의 가격경쟁력이 크게떨어지고 수출 채산성도 악화된다.
이렇게 될 때 미국으로 들여온 기업들이 생산량을 늘리고, 수출도 쉽게 단행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보호무역 조치이다. 특정 교역 대상국들 혹은 산업들의 수입을 규제하는 것이다. 관세를 높게 책정해 해당 상품이 자국 내에서 과도하게 비싸게 거래되게 만들어 경쟁력을 잃게 만드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이번 무역전쟁은 이 네 번째에 해당한다.

 

 

트럼프의 모든 정책은 자국의 산업을 확장시키고,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것이다. 더 많은 일자리는 국민의 소득 수준을 증대시키고, 이는 이어서 소비 수준을 증대시킨 다. 한 나라의 소비 수준이 늘어나면 기업들은 더욱 적극 투자해 생산을 늘리려 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흔히 ‘경제의 선순환 구조’라고 한다. 트럼프는 일자리를 기반으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다만, 하나만 보았지, 둘은 보지 않았다. 즉, 미국이 그렇게 행동했을 때 다른 나라들은 가만히 있을 것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쉽게 오른쪽 뺨을 내주지 않는다.

 

트럼프가 선포한 무역전쟁
2018년 1월 미국 정부는 세탁기 등의 제품에 세이프가드 (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세탁기 수출의 경우 2018년 한해는 120만 대까지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초과 물량에는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2018년 2월 16일 미국상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통해 세 가지 수입규제안을 권고했다. 주요 철강 수출국 12개국에 53%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과 모든 국가의 수출 물량을 2017년의 63%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 그리고 모든 국가의 수입 물량에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등이다. 2018년 3월 8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가 제시한 수입규제안을 수정하여, 대미철강수출국들에 대해 철강 25%, 알루미늄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4월 11일까지 미국 상무부가 제안한 철강 수입 규제 방안 등을 참고해 최종 규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이 철강 관세에 대응해 같은 규모의 미국 상품에 보복관세를 물릴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계에 엄청난 통상마찰이 벌어질 수 있다.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상대국의 또 다른 보호무역 조치를 낳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국가 간의 무역이 감소하고, 세계적인 분업체계가 붕괴하면서 자국 산업마저 붕괴되는 것이다. 전례도 있다. 1930년에 미국이 제정한 스무트 홀리법은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역사상 가장 높은 관세를 부과하도록 했으나, 무역 상대국들은 연쇄적으로 관세를 인상했다. 이는 대공황 악화의 원인이 됐다. 한편,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할 수 있다. 그러나 제소하고, 판단 또는 중재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려, 이미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주요국들은 미 국채 매입을 줄이는 식으로 간접보복을 할 수 있다.

 

 

미국이 강도 높은 감세정책을 단행해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채 발행을 늘려 재정을 확보해야 하는 실정이다.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어 미국 국채를 사들여 외화보유액을 확보해온 국가들이 매입 규모를 줄여 미국 정부의 재정 조달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무역전쟁의 위협과 경제적 충격
OECD는 2018년 3월 13일 세계경제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철강의 과잉 공급문제를 해결하고 무역 전쟁을 피하려면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세계무역기구) 사무총장은 미국발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3월 5일 스위스제네바 본부에서 “무역전쟁의 첫 도미노 패가 넘어지는것을 회피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무역정책 발표를 보면 우리가 전 세계적 무역장벽의 증강을 촉발할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한 것이 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수출 의존형 성장전략을 지속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이 더 클 수있다.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장벽을 높게 세우는 동안 한국의수출 활로는 더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철강 산업에서 시작해 반도체, 자동차등의 산업으로 보호무역 조치들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국내 공급사슬 전체에 위협이 올 수 있다.
쌀 등의 농산물에 대한 한국의 수입제한도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경우, 농가에도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디지털여기에 news@yeogie.com <저작권자 @ 여기에. 무단전재 -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