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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일 마케팅의 기원
신용경제 2018-04-09 14:08:59

3월 14일은 흔히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사탕을 선물하며 고백하는 날로 불리는 ‘화이트데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우리 주변에는 로즈데이, 빼빼로데이, 삼겹살데이 등 생소한각종 기념일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원래 기념일은 역사적, 종교적인 제례 행사 내지 국가나 지역 단위의 경사스러운 날을 기념하는 데서 기원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통령령으로 시행하고 있는 각종 기념일이 과학의 날, 근로자의 날, 환경의 날 등 총 47개가 시행 중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처럼 법적으로 공인된 기념일들보다 민간에서 자유롭게 설정한 기념일들이 더욱 활성화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국가적 역사적 맥락과 무관하게 형성된 이들 기념일은 어떠한 이유로 생성된 것일까?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소비를 부르는 마케팅
대표 격인 밸런타인데이만 들여다보더라도 쉽게 확인 가능하다. 밸런타인데이의 유래는고대 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는 군인들의 결혼을 금지했다. 하지만 한 여성과 사랑에 빠진 군인의 사연을 안타까워한 발렌티노 신부는 남들 몰래 두 사람의 결혼을 주례하였고, 결국 이러한 사실이발각되어 270년 2월 14일 사형을 당한다. 이후 이를 기리기 위해 밸런타인데이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형성된 밸런타인데이는 원래 부모나 자녀 간 감사 카드를 주고받는 형태로 진화해왔다. 그러다 오늘날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 초콜릿을 주고받는 형태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00년대 중반 일본 제과업체들의 광고 캠페인 이후부터이다.
밸런타인데이를 기념하여 초콜릿을 주고받는 것을 최초로 유도한 광고는 1936년 일본 고베 지역의 제과업체가 처음이었다. 이후 1960년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가 당시 여성이 남성에게 먼저 마음을 고백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도 남성에게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빌미는 제공해 주자는 의미를 담아 밸런타인데이를 광고하기 시작했고, 이것이 활성화되면서 오늘날의 밸런타인데이로 이어지게 되었다.
화이트데이도 유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하였다. 밸런타인데이로 큰 성과를 본 제과업체들은 유사한 기념일을 조성하여 비인기 품목이었던 마시멜로(Marshmallow)의 판매량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다. 이에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 선물을 받은 남성은 한 달 뒤인 3월14일 마시멜로데이에 보답하도록 유도하는 광고를 전개한다. 하지만 마시멜로의 판매량은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고, 결국 3월 14일은 마시멜로 색깔인 흰색을 뜻하는 화이트데이로 변경되고 사탕을 주고받는 형태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이러한 유래를 거쳐 형성된 밸런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는 과연 우리의 소비 행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일본의 한 제과회사에서 시작한 기념일 이벤트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2015년 기준 밸런타인데이 때 미국인들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이날 하루 동안 157억 달러(18조500억원)를 소비했다.
밸런타인데이 때 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 선물을 했는지는 각종 관련 통계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기념카드 전문업체인 홀마크에 따르면 이날 미국인들이 사간 기념카드는 1억4100만장에 달한다.
전미소매연맹(US National Retail Federation)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2명 중 1명(52.1%)은밸런타인데이 때 기념카드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미도 1억9800만 송이가 팔렸고(미국인구조사국 조사), 하트 모양의 박스로 포장된 초콜릿 선물은 3,600만 개가 판매됐다.

 

국내의 데이(day) 마케팅
이상의 내용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듯이 각종 OO데이들은 대부분 상업적인 목적 아래기획된 기념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본의 제과업체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크게 성공한 사례가 빼빼로데이가 있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선호하는 기념일 1위는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가 아니라 빼빼로데이라고 한다. 실제로 11월 11일 빼빼로데이 시즌에판매된 빼빼로 판매량이 연간 판매량의 절반 정도에 달한다고 한다.

앞서 언급한 빼빼로데이가 붐을 이루자 여타 경쟁 제과업체들도 자사의 주력 제품을 활용한 데이 마케팅 전략을 시도한 바있다. 먼저 해태제과의 경우에는 자사의 과자인 에이스를 바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에이스데이(10월 31일)를 오리온 제과는 자사의 초코파이를 주고받는 초코파이데이 (10월 10일) 등을 지정하여 홍보한 바 있다. 하지만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선한 목적으로 시작한 데이 마케팅도 많았다. 매년 3월 3일은 삼겹살데이로 축협에서는 삼겹살을 먹는 날이라는 마케팅을 진행한 바 있다. 3이 두 번 반복되는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3월 3일을 이용한 이 삼겹살데이는 2000년대 초 한 양돈 농가가 제안한 것으로,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면서 전국의 축협, 농협중앙회등에서 받아들임으로써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이후 조류 인플루엔자 이후 오리고기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리데이(5월 2일),인삼데이(2월 23일), 포도데이(8월8일), 가래떡데이(11월 11일) 등 각종 우리 농가 소득을보존하기 위한 데이 마케팅도 시도된 바 있다.

 

긍정적 군중심리 활용 기대
이상에서 열거한 바와 같이 우리 인간의 군중심리를 활용한 데이 마케팅은 성공 사례만큼실패사례도 많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방식으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클라우드 관련 사업들이다.

먼저 크라우드펀딩이 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해 소규모 후원을 받거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이다. ‘소셜펀딩’이라고도 하는데 불특정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소액들을 모을 수 있다는 용이함이 크라우드 펀딩의 가장 주요한 배경이지만, 이 속에는 군중심리를 활용한 마케팅도 함께 내포되어 있다. 다른 많은 사람이 투자한 신제품, 영화 등을 보면 보다 투자 결정이수월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록 상업적인 목적 아래 추진된 기념일이라 하더라도 그 날을 빌미 삼아 평소 전하지 못한 서로 간의 사랑과 우정을 확인하는 기회가 된다면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기념일을 통해 돈벌이만 추구하는 기업들의 각종 바가지요금과 편법부당 판매가 먼저 근절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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