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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발 경제위기 가능성 확대
임진우 2018-10-02 14:48:57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16세기 영국의 금융가였던 Thomas Gresham이 제창한 법칙이다. 이는 나쁜 돈이 좋은 돈을 몰아낸다는 뜻이다. 당시엔 금이나 은으로 화폐를 만들었기 때문에, 금과 은의 함유량을 줄여서 발행한 화폐나, 닳아서 품질이 낮은 화폐만 시장에 남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품질 좋은 화폐(양화)는 집에 숨기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는 화폐(악화)만 시장에 유통되게 된 것이다.
이 말은 일반적인 의미로 확대되어 왔다. 품질이 좋은 상품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품질이 낮은 상품만 남게 된다. 자질이 높은 사람은 조직에서 사라지고 자질이 낮은 사람들만 남게 된다. 선한 사람은 권력에서 밀려나고, 악한 사람이 권력을 차지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 전반에도 흔하게 나타나곤 한다.

 

김광석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거시경제연구실장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기사도 마찬가지다. 한국경제를 비관적으로 기술하는 기사들이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기사들을 몰아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다. ‘경제는 심리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경제가 ‘참사’, ‘대침체’, ‘최저’라고 설명해 놓은 기사들을 자주 접하면, 가계나 기업들은 앞으로의 경제를 더욱 불확실하게 바라보게 되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고자 하는 의지도 꺾이기 마련이다. 만일, ‘참사’나 ‘대침체’라는 설명이 객관적이라면, 바른 정보를 전달하여 합리적으로 투자심리를 부정적으로 자극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표현들이 객관적인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경제성장률로 본 한국경제
경제성장률은 경제를 보는데 가장 중요한 지표다. 경제성장률은 곧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다. 만일 빵집이 작년에 100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 105원의 매출을 올렸다면빵집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가 될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도 비슷한 개념이다. 작년의 총생산과 비교해 올해의 총생산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뜻한다.
한국경제는 2015년 2.8%, 2016년 2.8%로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다가, 2017년에는 3.1%로회복세를 나타냈다. 2018년 들어서도 회복세를 이어가는 듯하다가, 경제의 다양한 부문들에 걸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2018년 한국경제가 2.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았는데, 9월이 된 지금에도 그 전망치가 유지될지 의문이 무성하다.

 

2018년 2분기 경제성장률 잠정치 0.6%, 그 의미와 평가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와 ‘전기대비’로 발표한다. 전년동기대비 경제성장률은 올해 2분기 경제규모를 작년 2분기와 비교한 것이고,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은 같은 값을 지난 1분기와 비교한 것이다. 연도별 경제성장률은 차이가 없으니혼돈이 없지만, 분기별 경제성장률은 혼돈될 수 있다. 전기대비 성장률을 보면 0.6%라는숫자가 그렇게 작지만은 않다. 0.6%라는 숫자를 연도별 경제성장률 2.9%보다 훨씬 작다고 ‘참사’라고 하는 것인가? 2011년 이후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1%를 초과한 적이 단 3번에 불과한데, 그렇다면 한국경제는 줄 곳 참사였단 말인가? 물론, 2분기 경제성장률 0.6%가 호황인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참사도 아닌 것이다.

2018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9%를 유지할 것인지를 보려면, 전년동기대비 성장률로 보는것이 객관적이다.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2018년 1분기와 2분기 연속 2.8%를 유지해 왔다. 만약 이대로만 간다면, 한국의 2018년 경제성장률은 2.8%가 될 것이다. 단순하게만 본다면 말이다. 물론, 하반기의 여건이 대외적으로 불안한 요소들이 많아(무역분쟁, 환율전쟁, 신흥국 위기, 고용부진, 내수위축 등), 2.8%를 유지하기도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2분기 경제성장률 0.6%를 가지고, 참사라고 표현할 만큼은 아닌 것이다.

 

‘경제 참사’ 아닌 ‘투자 참사’
2018년 2분기의 전기대비 경제성장률 0.6%라는 숫자를 가지고, 경제가 어렵다고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경제가 얼마나 어려운지, 왜 어려운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경제 사정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경제는 주로 소비, 투자, 수출로 구성된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된 이유는 주로 투자가 위축되어서다. 투자는 크게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로 구분된다. 제조업에서는 공장 설비를 확충하고, 서비스업에서는 서비스 생산 능력을확대하는 것이 설비투자에 해당한다. 주택 등의 건물들이 건축되고, 도로나 다리 등과 같은 인프라가 확충되는 일들이 건설투자에 해당한다. 2018년 2분기 경제는 건설투자와 설비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다. 투자가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침체 되었다기보다, 투자가 침체된 것이다.
‘투자 참사’는 매우 위험하다. 투자는 경제의 엔진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축소되면, 신규채용이 줄어든다. 투자 축소는 고용 시장에 영향을 주고, 연쇄적으로 국민의 소득수준을 불안하게 만들며, 소비 침체로 연결된다. 소비 침체는 기업의 투자 축소로 다시 연결되어, ‘경제의 악순환’에 빠지게 만든다. 금리가 상승하고, 대외 불확실성 요소가 만연해지며, 근로조건이 개선되어 가는 상황 하에서 투자와 고용이 진작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양화로 악화를 구축해야 한다
경제를 비관하기만 하면, 되는 일도 안 된다. 비관하려면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비관해야 한다. 비관하더라도, 무엇을 정확하게 비관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고 비관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비관은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켜, 긍정적인 기대마저 꺾어버리고, 경제 회복을더디게만 만들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경제침체가 아닌 투자침체다. 경제정책은 투자를 진흥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확장적 재정지출도 중요하고, 투자를 진흥하는 방향으로의 예산집행 또한 중요하다. 근로조건 개선이 중요한 일이지만, 투자침체기에는 기업들의 채용여건을 개선해주는 노력도 필요할 수 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하에서 어떤 점에 유의하고 대처해 하는지를 안내하는 ‘확실성’ 정책도 요구된다. 양화로 악화를 구축해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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