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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명당 정말 있을까?
신용경제 2018-11-05 09:23:18

일상의 생활고에 지친 마음을 단돈 천 원으로 잠시나마 달래줄 방법이 있다. 다름 아닌 복권이다. 복권은 많은 서민에게 소소한 꿈을 가져다주는 상품이라고들 한다. 특히 이러한 복권은 불황에 더욱 각광받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그런지 고실업,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복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복권인 로또복권만 보더라도 그렇다. 2016년 한 해동안 진행된 전체 로또복권 게임 수는 35억5000게임으로 금액으로는 총 3조5500억 원에 해당한다. 이러한 수치는 2014년 3조489억 원, 2015년 3조2571억 원과 비교할 때 지속적인 증가 추세임을 확인시켜 준다.

 

 

판매량에 비례하는 1등 당첨자
이처럼 복권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와 함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로또 명당이다. 우리는 대로변에서 우연찮게 로또 명당이라는 현수막과 함께 역대 몇명의 1등을 배출한 판매처라는 사실을 광고하는 판매점을 종종 마주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생각이 ‘정말 로또 명당이라는 것이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일견 로또 관련 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명당 판매점의 상황을 보면 진짜 명당은 따로 존재하는 듯 보인다. 2016년까지 누적 1등 당첨자 수는 총 4,645명이며, 평균 1등 당첨금액은20억 5000만 원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4,645명의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로또 명당은 부산 동구 범일동 ‘부일카서비스’라고 한다. 부일카서비스는 지금까지 1등만 31명을 배출하였고, 2등까지 포함하면 100회가 훨씬 넘는 당첨자를 배출하였다. 그 뒤를 이어 로또 1등 당첨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서울 노원구 상계1동 ‘스파’라는 판매점이다. 스파는 지금까지 27명의 1등 당첨자를 배출했다.
그렇다면 이들 판매점은 어떠한 이유로 이처럼 많은 1등 당첨자를 배출할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이들 판매점이 여타 판매점에 비해 단연 많은 판매량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판매점은 초기에 아주 우연히 1등 당첨자를 배출하였을 것이다. 그 뒤 해당 판매점은 1등 당첨자가 배출된 판매점이라는 사실을 적극 홍보에 활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본 로또 구매자들이 추가적으로 해당 판매점에 대거 몰리게 되었고, 이로인해 자연스럽게 1등 당첨자를 수월하게 배출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 앞서 소개한 로또 명당 판매점의 판매수량을 보면 쉽게 확인 가능하다.
상계동 ‘스파’ 판매점의 경우 언론을 통해 확인된 내용에 따르면, 매주 회차당 1억5000만~3억 원 사이의 높은 로또 판매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이에 반해 보통 일반적인 로또 판매점의 경우, 매년 5~6% 정도가 운영 자체가 어려워 매년 폐업신청을 한다고 한다. 그나마 나름의 유지가 되는 곳들의 경우에도 전체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50.7%가 200만 원 이하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월 매출 200만~300만 원인 판매점 비율 또한 23.5%에 해당한다. 300만 원 이상은 26%에 불과한 수준이다.
결국 1인 당첨자를 많이 배출한 명당 판매점들은 일반적인 로또 판매처보다 작게는 6배에서 많게는 20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추가적인 1등 당첨자를 확보하기 용이한 것이다. 실제로 로또 명당 판매점으로 알려진 곳들을 찾아가 보면, 많은 구매자가 로또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이루는 광경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나름의 근거를 찾는 ‘인지부조화현상’
실제 로또 명당이 형성된 주요인이 이와 같이 남다른 판매 수량에 근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또 관련 여러 인터넷 카페 게시물들은 나름의 분석 내용을 제시하며, 이곳들은 무언가 영험한 기운이 있는 명당임이 분명하다고 설파하고 있다.
이들의 주요 요지는 다음과 같다. 로또 숫자 모두를 맞춰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산술적으로 814만분의 1이다. 따라서 산술적으로는 특정 판매점이 1등 당첨자를 1명 배출하기 위해서는 1000원짜리 복권을 814만 개 판매하면 그중 1명은 1등 당첨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상계동 판매점의 경우 매주 회차당 1억5,000만에서 3억 원에 가까운 판매액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75억~150억원이고 이를 통해 1년간 배출할 수 있는 1등 당첨 숫자는 불과 0.9명에서 1.8명에 불과하다. 즉, 로또가 처음 판매된 시점인 2003년부터 2016년까지 14년 동안 총 1등 당첨자 배출수는 12.6~25.2명이 발생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 수치는 이보다 높은 27명이 배출되었기 때문에 이곳은 분명 로또 명당임이 분명하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흔히 로또 명당이라고 부르는 판매처에서 유달리 많은 1등 당첨자 수를 배출했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우리가 주사위 놀이를 할 때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은 정확히 6분의 1이다. 하지만 실제 주사위를 100번 던졌다고 해서 모든 숫자가 정확히 6분의 1의 확률로 나오진 않는다. 시행 횟수를 1000번을 늘려도, 각 숫자가 나올 확률이 보다 6분의 1에 가까워질 수는 있어도 정확히 6분의 1의 확률로 각 숫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위의 로또 판매점 사례 역시 이와 동일하다. 특정 판매점에서 로또 판매량이 증가하면 이에 비례해서 1등 당첨자의 숫자도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횟수가 많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이론적으로 도출된 확률과 동일한 숫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더 높게 나올 수도 있고, 때로는 더 낮게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처럼 객관적인 근거가 미약한 사실들에 대해 굳이 남다른 근거와 원인을 찾아가면서까지 개연성을 만들고 합리성을 추구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행태를 설명하는 데는 인지부조화의 원리가 적합할 것이다.
인지 부조화의 원리(Cognitive dissonance)란 미네소타 대학의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 교수가 1957년 발표한 이론으로, 어리석은 선택이었음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나름의 타당한 근거를 찾아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성향을 의미한다. 많은 개인이 여러요인 중에서 자신들이 믿고 싶은 근거들은 확대해석하고, 믿고싶지 않은 근거들은 애써 외면하면서 나름의 근거를 만들어간다. 그리고 우연히 투자가 성공할 경우 ‘역시 그렇지’, 반대로 투자가 잘못되었을 때도 이번 투자가 실패했던 피치 못할 이유를 찾아낸다. 오늘 내가 한 행동 중에서 그런 행위가 있었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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