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청년경찰>은 경찰 간부 지망생인 두 청년의 혈기왕성한 정의감을 주요 모티프로 한다. 지난해 8월 개봉한 인기영화로 친구인 두 명의 경찰대생이 우연히 납치 사건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수사가 진행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직접 수사에 나서며벌 어지는 이야기이다. 영화는 두 청년이 성장해 가는 모습을 훈훈하게 그리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았지만, 강력 범죄를 대하는 청년경찰의 미성숙한 태도와 범죄자에 대한 편견을 준 것은 비평받았다.
조영관
신한카드 부부장. 경영학박사
「생존을 위한 금융경제의 비밀 26」 저자
명분과 절차, 중요한 선택의 기로
영화 <청년경찰>은 ‘경찰은 시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응답하는 사람’이란 타이틀과 ‘절차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에 대해 얘기한다. “사람 목숨보다 절차가 더 중요해?” 영화 속 명대사이다. 청년경찰은 정의감이 다른 조건이나 절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징계가 무서워 위기에 처한 시민을 무시했더라면 그게 더 불명예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경찰대 양 교수역을 맡았던 성동일이 제자를 구하기 위해서 한 말이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강조한 것으로, 무관심한 사회에 좋은 시민정신을 깨닫게 한다. 영화는 결국 ‘열정’으로 무장한 청년이란 이름앞에 손을 들어주었다.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
일반적으로 가격은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하여 결정된다.
즉, 사고자 하는 수준과 팔고자 하는 수준이 일치하는 곳에서 가격은 결정된다. 하지만 때로는 이런 것이 통용되지 않고 닻 내림 효과(anchoring effect)로 결정된다.
청년경찰 영화가 비판을 받은 것은 범죄자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 것이다. 특히, 지역명과 중국동포를 적시한 것이다. 대림동 대림시장엔 ‘중국동포들은 범죄자들이 아니다!’란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들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몇 차례에 걸쳐 기자회견 열어서 결국 영화사를 상대로 사과문도 받아냈다. 중국동포들의 억울함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대림동의 범죄율은 해마다 줄고 있다.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 따르면 대림동의 강력범죄 발생건수는 2015년 상반기 대비 2017년 상반기에 25% 줄었다.
사람에 대한 첫인상은 중요하다. 그 사람과의 관계 시에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류의 새끼들은 부화하자마자 처음 본 움직이는 대상을 자신의 엄마라고 생각하는 로렌츠의 각인효과와 맥락을 같이한다.
자녀들에게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주는데 참고할 만하다. “아이의 얼굴에 부모 표정이 깃든다”는 말이 있다. 아이의 얼굴이 부모의 얼굴을 닮는 것이다.
부모의 표정이 환하면 아이도 함께 웃게 되며, 아이의 성향도 밝고 긍정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결국 우리는 자주 보는사람이나 사물을 닮아간다.
이름 없는 큰 바위 얼굴 많이 나와야
‘주홍 글씨’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이 말년에 쓴 작품 ‘큰 바위 얼굴’이있다. 평생 큰 바위 얼굴을 기다렸지만, 알고 보니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큰 바위 얼굴은 어니스트 자신이었다는 줄거리의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큰 바위 얼굴이 있었다. 성철 스님, 김수환추기경, 한경직 목사 등이 우리 사회의 약자를 보듬는 따뜻한 가슴으로, 우리 사회에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깊어지면 묵묵한 울림으로 우리를 깨우쳤다. 큰 바위 얼굴이 아니어도 작은 큰 바위 얼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노원구에 거주하는 이 관영(77세) 씨는 10여 년간 당현천 일부의 꽃길을 가꾸고 있다. 코스모스 꽃 등 작은 공간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가꾸다 보니 아름다운 곳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심지어 지난 태풍으로 인하여 개천에 물길이 한쪽으로 쏠리는 물길을 바로잡기 위해서 물길을 바르게 잡는 일도 하고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해오다 보니 주변 많은 사람에게 기쁨을 준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크고 작은 큰 바위 얼굴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보고 닮을 사람이 많아지면 세상은 조금 더 건강한 사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