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한국경제에 대내외 다양한 불안요인들이 상존해 있어, 중장기적인 침체국면에 처할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IM F(2018.10.9)는 한국 경제성장률을 2018년은 3.0%에서 2.8%로, 2019년은 2.9%에서 2.6%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미래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CLI)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는 1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2018년 10월 8일(현지시간)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경기선행지수는 8월 99.19를 기록해 지난해 3월 101.01을 찍은 후 1년 5개월 연속 하락했다.
김광석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거시경제연구실장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OECD 경기선행지수는 6~9개월 뒤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 지표다. 한국의 OECD 경기선행지수가 이처럼 오랜 기간 하락세를 기록한 것은 외환위기 때인 1999년 9월부터 2001년 4월까지 20개월 내리 하락한 후 최장이다. 반면, 중국의 OECD 경기 선행지수는 최근 반등하여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미국은 2016년 말부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중장기적 경제 동향
한국 경제성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당한 수준으로 둔화된 모습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5%대를 상하회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으나, 이후에는 3%대를 미처 넘지 못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17년에는 3.1%라는 ‘깜짝’ 성장을 기록했으나, 2018년에는 2.8%로 다시 하락할 전망이다(IMF, 2018.10).
한국경제의 부진을 설명해 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고용’이다. 2013년 실업률이 3.1%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상승해 2017년에는 3.7%를 기록했고 2018년에는 3.8%를 기록할 전망이다. (고용에 관한 내용은 이후 별도의 챕터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한다) 국민경제에서 고용은 소득의 선행변수다. ‘고용난’은 소득수준을 위축시키고, 이어서 소비침체로 연결시킨다는 측면에서 한국경제를 ‘구조적 장기침체’로 연결시키는 중대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민간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가 2017년 4분기 3.4%, 2018년 1분기 3.5% 증가했다가 2018년 2분기 들어 2.8%로 둔화되었다. 고용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향후 소비가 진작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기 어렵다. 더욱이 고용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투자(투자는 고용의 선행지표다)는 혹시 회복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2018년 2분기 들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감률은 2017년 1분기부터 엄청난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2018년 하반기와 2019년에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가득한 가운데, 투자가 진작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금리마저 초저금리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전환된 시점에 기업들의 투자가 이끌어지기에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투자가 침체된 경제는 고용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이는 다시 소비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에 처해 있는 모습이다.
대내 구조적 불안요인
평균소비성향도 크게 하락하고 있다. 단순히 평균소비성향은 소득 중에서 얼마를 소비지출로 옮기냐를 나타내는 지표다. 평균소비성향이 하락하고 있다는 말은 소득이 늘어도 소비는 더 줄이거나, 소득이 줄어도 소비는 더 줄이고 있음을 뜻한다. 향후 경제가 불안하다고 인식할수록, 평균소비성향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평균소비성향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현상은 60대 이상 가구의 경우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평균소비성향은 회복되기가 어려운 구조에 봉착해 있다고 판단된다.
가계부채는 평균소비성향을 하락시키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가계부채 규모는 2018년 중에 1,500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어, 소득 중의 절대적인 비중을 ‘빚 갚는데’ 쓰고 있는 모습에 처해 있다. 채무상환비율(DSR; Debt Service Ratio)은 가구의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보편적인 지표다. 소득 중에서 얼마를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데 쓰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채무상환비율이 40%를 넘어서면 고위험가구라고 하는데, 2017년 들어 저소득층(소득 1분위 가구)의 채무상환비율이 60%를 넘을 전망이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에 대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소비를 이행하기에도 한계가 있는 구조적 악순환에 빠진모습이다.
수출, 구조적 장기침체의 구원투수?
최근 한국경제가 그마저도 버텨온 이유는 수출에 있다.
2017~2018년 동안 상당한 수출 호조가 지속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경제는 수출과 투자 측면에서 반도체에 상당히 의존해 왔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 수출액
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9%였으나 2017년부터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2018년(1~8월 누계)에는 20.8%를 차지한다. 2017~2018년 동안의 수출 호조는 반도체 수출이 주도했
던 것이다. 특히, 반도체 품목 중에서도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73.7%로,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반도체 수출마저 불투명하다면, 한국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향후 세계 반도체 시장 성장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 2018.10). 최근 반도체 수출의 호조에 따라 반도체부문의 설비투자가 증가해왔다. 그러나 2018년 들어 반도체 설비투자액이 줄어들고, 생산 및 수출도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가 부진한 상황에서 향후 수출도 부진한 구조적장기침체 국면에 처할 위기에 처해있다.
구조적 장기침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 집중된 수출구조를 전환해야 한다. 반도체 이외의 주력 수출품목들이 나와야 한다. 수출구조 측면에서는 품목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출 대상국에 대한 다변화도 동시에 추진해 몇몇 수출 대상국이 위기에 처할 때에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들이 적극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신산업을 발굴하고, 새로운 산업에 다소 공격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세제지원과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산업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개편도 요구된다. 기업들의 투자가 장려되면 양질의 일자리가 자연스럽게 구축될 것을 기대할 만하다. 이는 다시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소득이 늘어나고, 다시 소비가 진작되는 경제로 전환될 수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주요 경기고용대책 등의 주요 지원사항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유턴 기업 지원제도를 개선해, 해외사업장을 국내로 이전하는 기업들에게 설비보조금 지원이나 법인세 감면 및 관세 감면 등의 혜택을 대기업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그 밖에도 공유경제를 확대하거나, 의료 빅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를 진흥 하는 등 다양한 신산업 지원책을 2019년 중에 발표할 계획이다. 장기불황을 이겨내기 위한 기업들의 자구노력과 함께 정책지원이 마중물로서 작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