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성공의 비결을 배우고자 성공한 사람들에게 ‘어떻게 성공했냐’고 물어보면 좋아서 하다 보니 어느새 그 자리에 올랐다는 뻔한 대답을 하곤 한다. 비결을 감추거나 일부러 겸손하게 대답했다고 하기엔 너무 진실해 보이는 이유는 그들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성공한 사람들이 말하듯 어떠한 욕심이나 사사로움 없이 자신이 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딴생각’ 없이 자신의 목표만 생각하며 묵묵히 스스로 하고자 하는 것을 한 그들이 성공한 것이기도하다.
이는 기업에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 경쟁을 하지만 기업의 이익이 기업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기업의 사명과 기업 이념이야말로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사사로움 없이 고객에게 기업의 가치를 진정 전한다면 고객, 나아가 사회 전체에 이르기까지 이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커다란’ 기업이 되는 것이다.
논어 위정편(爲政篇) 제2장에서 이러한 기업의 자세가 무엇인지 찾을 수 있다.
子曰時三百 자왈시삼백을 一言以蔽之 일언이폐지하니
曰思無邪 왈사무사니라.
위의 문장을 풀이하면, “공자가 이르기를 詩經(시경) 삼백 편의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으니,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는 의미이다. 시경 삼백 편의 많은 시가 결국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라는 사무사(思無邪) 한마디를 의미한다는데 이것이 무엇이고, 얼마나 중요하기에 그 많은 시들이 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것일까.
사무사(思無邪)는 그 어떤 헛되고, 보상적인 것(간사함)들에 홀리지 않고 진정하고자 하는 목표, 이유에 집중하고 그것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커다란 기업이 되기 위해 기업이 가져야 하는 바로 그 마음이다.
하지만 공자가 시경의 삼백 편이나 되는 많은 글에서 사무사(思無邪)를 전하려 했을 만큼 사무사(思無邪)는 중요한 것임과 동시에 실천하기 어려운 것임을 알 수 있다. 목표가 클수록, 잘하려고 할수록 욕심은 커지기 마련이며 다른 무엇도 바라게 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기업 또한 처음 세운 기업이념을 잊고 이윤을 좇기 시작하면 다른 사사로운 것들에 갇히고 말아 후에는 처음 세운 기업 이념을 잊어 위험에 빠지고 만다. 진정성을 갖고 시작하였더라도 어느 순간 보상을 바라게 되면서 사사로운 마음은 누구에게나 쉽게 생겨난다. 이것을 버리고 순수한 마음을 갖는 것이 사무사(思無邪)이니 이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겠는가? 하지만 고객들은 경제적 이익에 집중하는 기업이 아닌 경영이념, 경영 철학을 통해 고객, 나아가 사회전체에 이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 즉 ‘사무사(思無邪)를 실천하는’ 기업을 원한다.
삼성그룹을 일군 故 이병철 회장의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다. “지금 하는 사업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인재를 중시하며 다른 회사와 공존공영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3대 경영철학으로 삼으라” 이병철 회장이 말한 3대 경영철학의 가장 첫 번째가 지금 하는 사업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가 이익을 추구하
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하는 것이라는 경영철학에서 思無邪(사무사)의 정신이 강하게 흐르고 있음이 느껴진다. 기업이 하는 사업의 이유가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를 가장 먼저 확인하라는 이 회장의 경영철학에는 그 어떤 이익을 좇아서 기업의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사사로움에 빠진 기업가라는 정신이 담겨있다. ‘커다란’ 기업을 일군 이 회장의 기업가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새로운 ‘커다란’ 기업을 일구는 기업가정신의 흐름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알리바바(Alibaba)의 알리페이(Alipay)
알리바바그룹 회장 마윈
올해 한국 금융 산업에서의 화두는 단연코 ‘핀테크(Finance + Technology)’ 이다. 핀테크가 가장 대중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영역은 모바일을 활용한 전자결제 분야로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핀테크 열풍의 선두주자는 바로 알리바바(Alibaba)의 알리페이(Alipay)이다. 매일 1억 명이 물건을 구매하기 위하여 알리바바를 찾을만큼 알리바바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8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이다. 이러한 알리바바 그룹이 고객에게 원활한 쇼핑 서비스를 돕기 위해서 알리페이라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것은 2003년이었다.
‘과연 알리바바그룹 회장 마윈은 알리페이를 출시한 2003년에 미래의 사회적 트렌드인 핀테크를 읽은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사무사(思無邪)를 실천하는 알리바바 기업의 경영철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소비자들은 e-commerce를 이용하면서 온라인 결제와 관련하여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들에게 온라인 결제 시스템은 절차도 복잡하지만, 온라인 결제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으로 선뜻 구매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다. 당시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인터넷 전자 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淘宝网)에서도 소비자들의 온라인결제에 대한 불신이라는 큰 숙제를 안고 있었다. 신용이 부족한 중국 사회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알리바바 그룹은 경제적이익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전부터 꽌시(关系, guānxi 인적네트워크)를 중요시하였고, 거래할 때도 지인이나 지인 소개를 통해 거래하거나, 꽌시가 없는 사람들과는 거래를 꺼려하였다.
이러한 중국 시장의 환경 때문에 타오바오가 만약 아웃소싱을 통해 운영된다면, 이용자의 신뢰도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해 알리바바 그룹은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직접 만들게 되었다. 알리페이가 출시 된 이후 알리페이는 무료로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어 입소문을 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마윈 회장이 중국 경제전문지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플랫폼뿐만 아니라 물류와 결제가 가능한 하나의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소비자를 위한 지속 가능한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성장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러한 마윈 회장의 경영철학이 진정성 있게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점차 큰 힘이 되어 알리페이는 만들어진 지 10년이 지나면서 중국 회원만 무려 3억 명, 해외에도 240여 개국에 5,400만 명이 사용하는 결제서비스가 되었다. 결제금액은 하루 평균 106억 위안(1조 2,000억 원)으로 중국인 하루 소비액의 17%이나 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으며 연간 결제액도 3조 6,000억 위안에 달해 규모 면에서도 미국의 페이팔(Paypal)을 압도하였다.
지금 하는 사업이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것을 경영철학의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원칙으로 삼고 삼성그룹을 일군 이병철 회장과 신용이 부족한 중국 사회에서 온라인 전자상거래의 불안감을 해결하기 위해서 2003년에 알리페이를 만들었던 마윈 회장의 경영철학에는 하나의 공통된 정신이 흐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커다란’ 기업을 일구고자 하는 기업가들이 꼭 마음에 간직해야 할 정신이다. 思無邪(사무사)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는공자의 말씀에 흐르는 정신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능력이다.
한상만
성균관대 교수
smhan@skku.edu